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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Feb 18. 2023

송석구, 김장경 공저. 『율곡의 공부』

 구도장원공,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

  율곡은 어려서부터 성품이 선했는데 이는 하늘의 이치와 인간의 본성이 하나라는 성리학의 근본이념과 통했다. 그래서 율곡은 자신과 가족은 물론 나라를 위해 살겠다는 선한 마음을 바탕으로 지극한 선에 머무르는 지어지선(止於至善)을 향해 겸손히 학문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율곡은 어머니 신사임당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 읽는 습관을 들였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3년 동안 움막 생활을 하면서 방대한 독서를 했다. 이때 읽었던 책은 율곡이 학문을 지속하는 데 기반이 되었다.    

 

  아버지가 후처를 들이면서 가정에 불화가 생겼고, 유교를 넘어 불교와 도교까지 깊이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함께 작용하여 율곡은 19세에 금강산으로 떠나게 된다. 금강산에서 불도를 닦고 천하를 유람하는 경험을 쌓으면서 다른 유학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경계를 초월하는 공부를 하게 되었다.     


  1년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율곡은 가난하고 불우한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출세를 결심하게 된다. 물론 한때 불교에 빠졌던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힌 상태였지만 율곡은 좌절하지 않고, 남보다 더 절박한 심정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자경문]을 써서 스스로 입지를 확고히 한 후,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는 혁구습, 올바른 습관으로 채우는 수신을 통해 자신을 공부하는 체질로 완전히 바꿔 나갔다. 또한 의문점이 있으면 퇴계나 성혼과 문답을 주고받으면서 모호한 점을 없애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학문에 깊이를 더해갔다. 그 결과 조선 500년 역사에 전무후무한 아홉 번 장원급제의 기록을 세워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율곡은 장원급제 이후에도 평생 책을 놓지 않고 공부를 지속하여 퇴계 이황과 더불어 조선을 대표하는 최고의 학자로 남게 되었다.     


율곡의 9가지 장원공부법

입지 공부법 : 흔들리지 않는 분명한 뜻을 세워라.

교기질 공부법 : 누구나 가능하다. 공부하는 체질로 바꿔라.

혁구습 공부법 : 잘못된 옛 습관을 타파하라.     

구용구사 공부법 : 옛 습관의 자리를 수신으로 채워라.

금성옥진 공부법 : 배수의 진, 절박한 심정으로 끝까지 가라.

일목십행 공부법 : 독서는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택우문답 공부법 : 벗과 함께 논쟁하며 일취월장하라.

경계초월 공부법 : 경계를 뛰어넘는 자가 마지막에 웃는다.

지어지선 공부법 : 깊은 공부는 선한 마음과 함께한다.     


자경문 전문

1. 먼저 큰 뜻을 가져라.

2. 마음이 안정된 사람은 말이 적다. 定心-가라앉힌 마음, 은 誇言-말수가 적음으로 부터 시작한다.

3. 오랫동안 방심하다 하루아침에 수렴하여 힘을 얻는 것이 어찌 용이 하겠는가? 마음은 살아 있는 생물 같은 것이니 힘써 안정시키지 않으면, 즉시 요동하여 안정되기 어렵다.     

4. 항상 意思에 징계함과 두려움을 가지고 근독(謹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5. 만 가지 악은 근독하지 않는 데서 생겨난다.

6. 근독한 연후에 ‘기수에서 목욕하고 시를 읊으며 돌아가는’ 의미를 알게 된다.     

7. 새벽에 일어나 아침의 일을 생각 한다. 아침 식사 후 낮에 할 일을 생각하고, 취침할 때 내일의 일을 생각 한다.

8. 재물과 영리에 대한 생각을 청소했다. 하더라도 처사를 할 때 하나라도 편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이것 역시 이익을 탐하는 것이니 더욱 성찰해야 한다.     

9. 범사에 임할 때 해야 할 일이면 지극히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이면 단호하게 끊어내고 마음속에서 시비가 교전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     

10. 항상 하나라도 옳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거나 하나 사람이라도 죄 없는 이를 죽여야 한다면 천하를 얻는다고 해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흉중에 간직해야 한다.     

11. 횡역(橫逆-당연한 이치에 어그러져 있음)이 내게 다가온다면 스스로 뼈져리게 반성하여 감화를 기약해야 한다.

12. 일가가 화합하지 못하는 것은 단지 성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13. 밤에 잠을 자거나 아픈 게 아니라면 드러눕지 말고 기대지도 말라. 밤중이라도 잠이 오지 않으면 눕지 않되 다만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낮에 졸음이 오면 마땅히 정신을 차려 맹렬한 마음으로 깨어 있도록 해야 한다.     

14. 공부에 노력할 때는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게 하라. 공부는 죽은 후에나 끝나는 것이니 급하게 그 효과를 구하지 말라. 만약 이와 같지 아니하면 물려받은 신체를 욕되게 함이니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등대 없이 먼 항해를 떠날 수 없으니, 방향을 명확히 정한자 만이 높은 속도를 낼 수 있다.     


자신을 믿고 최고의 목표를 세운다. 처음 배우는 사람은 오로지 뜻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뜻은 반드시 주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진정한 입지는 뜻을 성시하고 돈독하게 하여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일념으로 뜻한 바에 이를 때까지 매진하는 것이다.     


뜻이 바로 서지 않은 것은 세 가지 병에서 비롯되니, 첫째 不信, 둘째 不知, 셋째 불용으로 용감하지 못한 탓이다.     


교기질 공부법(누구나 가능하다. 공부하는 체질로 바꿔라)     

극기복례, 공부의 필수과정 - 자신을 이기고 예법을 따른다. 극기복례는 남이 대신할 수 없고, 효과는 즉각적이어서 순식간에 주위 사람들도 감화시킬 수 있다. 이는 세상을 바꾸려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말     


공부 두뇌를 만들려면 긍정적인 마인드로 집중적으로 반복 학습을 해야 한다. 학습한 내용이 뇌에 영구적으로 저장되려면 일정 기간 반복적인 자극으로 뇌의 활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공부하는 체질로 만드는 것이며, 교기질이다.     


군자는 세 가지를 경계해야 한다.

어린 시절(청소년기)에는 혈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색욕을,

자라서는(장년) 혈기가 왕성하므로 다투는 것을,

노년에는 혈기가 이미 쇠했으니 물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혁구습(革舊習) 공부법(잘못된 옛 습관을 타파하라)

옛 습관을 죽여야 지금의 내가 산다. 혁구습이란 과거의 잘못을 상세히 더듬어 살펴 고치고 혁신하는 것이다.

1. 마음이 타성에 젖어 몸가짐을 마음대로 하고 단지 한가하고 편안하려고만 하고 구속을 극히 싫어하는 것이다.

2. 항상 움직이고 돌아다닐 생각에 빠져 안정을 지키지 못하며 분주히 드나들면서 이야기로 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3. 한 무리에 속하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다른 것을 미워하여 풍속과 시류에 휩쓸리며 잠깐 공부를 하려는 마음이 생기다가도 어울리는 무리에서 멀어질까 두려워 그 마음을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다.     

4. 문장으로 당대에 명예나 얻으려고 애쓰니 남의 글을 훔쳐서 겉모양만 꾸미는 것이다.

5. 필찰(붓과 종이)에나 공을 들이고 음주가무를 업으로 삼아 노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면서 스스로 때 묻지 않았다고 자위하는 것이다.     

6. 한량들을 불러 모아 바둑이나 즐기고 종일 음식이나 배부르게 먹으면서 내기를 하거나 다투는 것이다.

7. 부귀를 동경하고 빈천함을 깔보고 싫어하며 해진 옷과 거친 음식을 심히 수치로 여기는 것이다.     

8. 욕심을 따라 즐기는 것을 좋아하여 능히 재물, 이익, 노래와 여색을 단절하거나 제압하지 못하는 것이다.

작은 변화가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뜻을 올바르게 세우고 공부하는 기질로 바꾸며 나쁜 습관에서 벗어났다면, 공부를 위한 좋은 기운과 좋은 습관으로 나를 채우는 ‘수신’을 시작해야 한다.     


구용구사(九容九思) 공부법 - 옛 습관의 자리를 수신으로 채워라     

공부에 대한 예의, 몸가짐은 바르게 자세는 꼿꼿이, 구용이란 발걸음은 무겁게, 손 모양은 공손하게, 눈은 단정하게 입은 멈추며, 소리는 정숙하게 머리는 곧추세우며 기운은 엄숙하고 정중하게 서 있을 때는 덕스럽고 낯빛은 가지런하게 한다는 것.     

구사는

1. 視思明 보는 것은 밝게 보려고 생각한다.

2. 聽思聰 듣는 것을 총명하게 들으려고 생각한다.

3. 色思溫 낯빛은 온화하게 할 것을 생각한다.     

4. 貌思恭 용모를 공손하게 할 것을 생각한다.

5. 言思忠 말은 충성스럽게 할 것을 생각한다.

6. 事思敬 일은 공경스럽게 할 것을 생각한다.     

7. 疑思問 의심되는 바는 물으려고 생각한다.

8. 忿思難 분노가 일어날 때는 난관이 닥쳐올 것을 생각한다.

9. 見得思義 이익을 볼 때는 반드시 의로움을 생각한다.     


 율곡의 수신 공부법을 크게 정리해보면

첫째, 단정한 태도와 용모를 유지하는 것이 정신 집중에 도움이 된다.

둘째, 바르게 생각하는 습관이 지혜를 고양한다.

셋째, 홀로 있을 때 삼가는 습관을 들여야 꾸준히 공부할 수 있다.     

 공부를 일단 시작했다면, 처음 목표한 바를 이룰 때까지 끝까지 가는 공부를 해야 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집중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 집중력, 내 공부의 승부처     


 一目十行공부법(한 눈에 열 줄을 읽는 독서법), 독서는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독서법은 쉽고 분명한 것이다. ‘무조건 많이 읽어라’이다. 일생에 한 번은 방대한 독서에 도전하라.     

율곡은 일목십행 방법으로 속독하면서 책에 담긴 대강을 살피고, 대의를 파악한 후 여러 번 다시 읽으면서 숙독하는 형태로 책을 읽었다. 책에도 읽는 순서가 있다.     


율곡이 강조하고 실천한 독서법,

1.인생에 한 번쯤은 방대한 독서를 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2.독서 목록을 정하여 체계적인 독서를 한다.

3.속독과 숙독을 겸한다.

4.책 내용을 깊이 체득했다면 실천을 통해서 강화하고 완성한다.     

지행합일, 읽었다면 행하라.


擇友問答, 공부법, 벗과 함께 논쟁하며 일취월장하라.     


책을 읽고

  율곡은 조선 시대가 아니라 우리나라 역대 9번의 시험에 수석합격을 한 인물이다.

성리학이라는 학문을 완성한 대가로서 알려지고, 이기론 등 인간과 자연현상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에 몰두한 바 있다고 배웠다.

그런 천재와 같은 인물이 출가라는 방황기를 겪고 출세를 위해 자신을 다잡는 ‘자경문’을 써서 자기 통제를 하여 결국 조선의 큰 인물이 되었다.

우리와 같은 범인이 그 공부 방법을 따라 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자질과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우쳤다. 책을 많이 읽어라.에 동의한다.     


책 소개

송석구, 김장경 공동 지음. 『율곡의 공부』, 2015. 12. 14.  ㈜문학동네, 14,800원.


송석구 충남 대전 출, 동국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가천의관대학교 총장, 국내 대표적인 율곡 전문가다.     

김장경, 중앙대학교에서 사회과학을 전공, 2000년대 초반 IT기업 대표이사, 현재 출판 및 콘텐츠 사업을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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