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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Feb 20. 2023

세스 노터봄 지음 『의식』

 이 책은 도서관 세계문학전집 서가에서 네덜란드 소설이라 읽었다.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대상자로 빈번하게 선정되었다고 한다. 작가 자전적 내용의 소설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헤르베르크 쿠리얼 감독에 의해 1988년에 영화화 되었다고 한다. 3부작으로 1부에서 주인공 인니 빈트롭의 삼십 대, 2부는 이십 대, 3부는 사십 대를 이야기한다.

1950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케네디 대통령 암살 등이 배경으로 나온다.    

 

  da capo(다 카포-악곡의 첫머리 부분으로 돌아가 연주할 것을 지시하는 도돌이표.) 그 남자는 다시 문간에 서 있었다. 모두가 십 분 늙은 셈이었다. 그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니 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자기 생활에 끼어들어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릴 테이프를 돌려 영화를 상영하는 것 같았다. 그는 단지 관객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이야기는 저절로 진행된다. 그리고 이야깃거리가 되는 사건들은 저절로 생겨났다. 그들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작가는 이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을 했고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다.     


  여자는 그의 신앙이었고 중심이었으며, 만물의 핵심이자 세계가 돌아가는 커다란 수레바퀴였다. 서로 이름을 묻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름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일렬로 정렬된 문자들, 그것을 발음하면 하나의 단어가 되고, 그 단어로 누군가에게 말을 걸 수도 있고 부를 수도 있다. 거의 모든 사람에게 불분명하게 된 이름들을 실제 살았던 인물과 관련지어 문제를 더욱 수수께끼 같이 만들었다. 자기 이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는 것부터가 이미 횡포였다. 자기 이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과연 어디까지 선택할 수 있을까? 문패에 이름이 적혀 있고 여기 이 집에 그렇게 불리는 인간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들이 죽을 때까지, 생명체야 썩어 없어지지만, 주민 등록부, 토지등기부 그리고 컴퓨터 같은 곳에 그들에게 한때 속했던 이름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거절해야 할 일들이 많다. 이제 인생의 유한함이 분명해지기 시작했고 그 유한함 때문에 죽음이 가시화되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옳지 않은 말이었다. 옛날에는 모든 것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았다. 인간은 본의 아니게 결정지어져야 하는 존재다. 인간은 수천의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작가는 “의식들은 어떤 경직성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해 인간은 죽을 수 있다. 그 치유를 그의 종교이자 만물의 중심이며 세상을 움직이는 여자들의 역할과 우리의 삶에 더 가까이 있는 에로스에 있다.”고 한다. 세상을 등진 낭만적인 인물들은 삶의 고통을 느끼며 구원을 찾는다. 결국 그들은 그 구원을, 자살을 통해 죽음에서 찾는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네덜란드나 우리나 다름이 없어 보인다.   

  


책 소개


세스 노터봄 지음 『의식』 , 김영중 옮김. 2014.05.08. ㈜민음사. 12,000원. 271쪽.

    

세스 노터봄(Cees Nooteboom) 1933년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출생. 1955년 [필립과 다른 사람들] 출간 안네 프랑크 상 수상. 죽음, 세계와 자아의 내면 성찰, 현실과 이상과의 관계 탐구 등 뚜렷한 작품 주제로 1982년 미국 페가수스 상, 유럽 문학상, 독일의 괴테 상, 네덜란드의 페이 세이 호프트 상을 수상, 1991년 프랑스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 2003년 문학예술훈장을 받음.     


김영중-한국외국어대학교 네덜란드어과 졸업,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교, 스위스 파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공부, 성균관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네덜란드어과 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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