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 워튼 지음. 『이선 프롬』

미국 여류작가의 소설

by 안서조

이 책은 세계문학전집 367 서가에 있는 책이다. 미국 최초 퓰리처상 수상 여류작가라는 평에 읽었다.


내용은 1800년대 미국 메사추세츠주 농촌에 살고있는 주인공 ‘이선 프롬’이라는 농부에 관한 이야기다.

먼 친족 벌 고아인 매티가 한적한 프롬의 농장에 들어와 살게 된다.

병든 아내와 건강한 매티 사이에 주인공은 갈등한다.


세상살이가 남, 녀의 문제인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몸이 아픈 아내와 건강하고 젊은 처녀 사이에 갈등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흔히 주위에서 볼 수 있고 연속극의 소재로 나올 만한 주제다. 주인공은 사회적 인습과 제도에 속박되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사회는 의무와 인습, 전통의 짐을 짊어지기를 강요한다. 병든 아내를 두고 젊은 매티와 서부로 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자살이라는 나약한 방법을 택하게 되는 주인공을 볼 때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인습을 절충하기가 어렵다. 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는 “삶이란 죽음 다음으로 가장 슬픈 것이다.”라고 말한다.

삶도 슬프고 죽음은 삶보다 더 슬프다는 말이다.

결국 인간은 이 작품 속 주인공처럼 실존의 감옥에 사는 죄수인 셈이다.

도덕이나 윤리의 이름으로, 종교의 이름으로, 또는 문명의 이름으로 억압한 우리 자신의 내면 풍경이자, 슬픈 자화상이다. 사회화 과정을 통해 억압해 버린, 그러나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원초적 본능과 충동을 어쩔 수 없다.


이 소설 속에서 색깔은 중요한 이미지를 창출한다.

6개월 내내 내리는 하얀 눈, 버크셔 산맥 근처에 있는 스탁필드는 일 년 중 몇 달 동안 흰 눈으로 덮여 있다. 사방이 힌 눈이다. 흰색은 무위와 절망과 죽음의 색깔이다.

‘삶 속의 죽음’ 또는 ‘죽음 속의 삶’을 상징한다. 한편 젊은 매티의 색은 붉은색이나 자주색이다.

생명의 색깔이다. 매티는 체리 색 스카프를 즐겨 두르며, 자주색 리본을 맸다.

붉은색 유리 접시에 피클을 담아낸다. 붉은색은 호손이 ‘주홍글씨’에서 부정한 여인이 가슴에 달고 다니는 죄의 색깔이다. 주인공 이선과 매티의 관계에서 손을 잡고, 가볍게 입을 맞추는 것이지만 ‘불륜’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회적 기준이다.

기독교에서는 눈으로 호의를 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속에 호의를 품는 것조차 ‘간음’으로 간주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더욱 그러하다.


이야기의 내내 병든 아내와 젊은 매티 사이에 갈등하고 혼자 반응하는 주인공 이선의 심리상태에서 갑갑함을 느꼈다. 작가가 여성이라서 섬세한 표현과 자세한 설명이 더욱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단도를 찌르는 듯한 그 말이 막연한 암시보다도 그를 더욱 놀라게 했다.

매티가 온 뒤로 매일 아침 면도를 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그가 겨울 새벽 어둠 속에서 곁을 떠난 때 늘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어리석게도 그의 외모에 나타난 어떤 변화도 알아채지 못하려니 생각했다.”


여성은 모든 사물, 특히 자기 영역 내에 있는 사소한 것들도 자세히 알고 기억한다.

남성은 그런 것을 모른다. 문제는 남자는 항상 여자의 영역 내에 존재하는 하나의 물체인 것이다. 외모, 냄새, 표정이 모두 관리 대상인 것을 모르고 남자는 늘 실수를 반복한다.


여자에게는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을 어떻게 요리할까에 대한 고민만 남아 있을 뿐이다.


책 소개


이선 프롬. 이디스 워튼 저, 김욱동 옮김. 2020.08.07. ㈜민음사. 195쪽. 11,000원.

이디스 워튼(1862~1937) : 본명은 이디스 뉴볼드 존스. 미국 뉴욕시에서 출생 프랑스에서 사망. 어려서부터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생활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1921년 “순수의 시대”로 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받았다. 미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 1913년 남편과 이혼한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프랑스에서 살았다.


김욱동-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 미국 미시시피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뉴욕 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바드, 듀크,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교환교수를 역임했다.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다. 2011년 한국출판학술상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