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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Feb 25. 2023

정재서 지음 『이야기 동양 신화』

회남자, 산해경, 신이경 전설

회남자(淮南子) 전한 시대의 사상가 劉安이 지은 철학책.

자연의 도리를 존중하는 도가 사상이 주요 내용이며 신화자료를 많이 담고 있다.


산해경(山海經)기원전 3~4세기 전국시대 무렵에 성립된 중국의 대표적인 신화 집.

우 임금 혹은 그의 신하 백익이 지었다고 하나 믿을 수 없고 무당 계층의 인물에 의해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신과 영웅뿐 아니라 먼 곳의 기이한 인가, 괴상한 사물들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와 그림을 싣고 있다. 동아시아 상상력의 원천이라 할 만한 책으로 고대 한국과 관련된 내용도 적잖이 담겨 있다. 국내의 번역본으로 정재서 역주 [산해경]이 있다.


천산 이라는 곳에서는 금과 옥이 많이 난다. 英水가 여기에서 나와 서남쪽을 양곡에 흘러든다.

이곳의 신은 그 형상이 누런 자루 같은데 붉기가 빨간 불꽃 같고 여섯 개의 다리와 네 개의 날개를 갖고 있으며 얼굴이 전혀 없다. 춤과 노래를 잘할 줄 아는 이 신이 바로 제강이다. (혼돈의 신 제강)


노래와 춤은 단순한 음악이나 무용이기 이전에 우주의 소리와 움직임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행위이다.

소리와 움직임이야말로 우주의 ‘살아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장자(莊子) 전국시대 무렵 도가 학파의 장주(기원전 369~289)가 지은 철학책,

노자의 철학을 계승하여 자연의 도리를 따르면서 개성을 잘 지킬 것을 주장하였다.     

혼돈은 이제 세계의 중앙을 다스리는 임금이 되었고 그에게는 두 명의 친구도 생겼다.

한 친구는 남쪽 바다를 다스리는 숙(儵-검다)이고, 또 한 친구는 북쪽 바다를 다스리는 홀(忽-갑자기)이다.

혼돈과 이 두 친구는 무척이나 사이가 좋았다.

숙과 홀은 가끔 혼돈이 사는 곳에 놀러 갔는데 그때마다 혼돈은 이 두 친구를 아주 극진히 대접하였다.

이에 감동한 숙과 홀은 ‘혼돈의 성의에 보답하기 위해 눈, 코, 귀, 입 등 일곱 개나 되는 구멍을 뚫어준다.

하루에 하나씩 7일 동안 일곱 개의 구멍을 차례차례 뚫어나가기 시작하여 7일째 되는 날 혼돈은 그만 죽고 말았다.


신이경(神異經) 3~4세기경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고대소설.

산해경을 모방하여 중국 변방의 기이한 신들과 괴상한 사물들을 환상적인 필치로 그려냈다.

혼돈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의 서황경에 보인다.


신이경에 혼돈은 “곤륜산의 서쪽에 어떤 짐승이 있는데, 그 모습은 개와 같고 긴 털에 다리가 넷이다.

곰 같기도 한데 발톱은 없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걸어도 나아가질 못하며 두 귀가 있으나 듣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을 보면 그가 어디로 갈지를 알았다.

배가 있으나 오장이 없고 창자가 있으나 구불구불하지 않아 음식이 곧바로 내려갔다.

누군가 덕행이 있다고 하면 가서 들이받았고 못됐다고 하면 졸졸 따라다녔다.

하늘이 그렇게 만든 것으로 이름을 ‘혼돈’이라고 한다.

홀로 살며 특별히 하는 일은 없는데 항상 자신의 꼬리를 물고 빙빙 돌다가 하늘을 보고 웃곤 한다.”


반고(盤古) 거인 반고에 관한 신화는 중국의 대표적 창조 신화 삼국 시대(220~280) 무렵 오나라의 학자 서정이 지은 [삼오역기와 오운역년기]라는 책에 실려있다.

1만 8천 년 동안의 잠에서 깨어나 혼돈의 알을 깨고 천지를 개벽시킨 태초의 거인,

그 거인의 이름은 반고였다. 반고가 태어나자, 알 속에서 뒤엉켜 있던 하늘과 땅이 이렇게 갈라져 나왔다.

드디어 태초의 하늘과 땅이 열린 것이다.

밝고 맑은 기운은 위로 올라가 가벼운 하늘이 되었고, 어둡고 탁한 기운은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아 마침내 무거운 땅이 되었다.

하늘은 날마다 1장 (3미터)씩 높아갔고, 당은 날마다 1장씩 아래로 두꺼워졌다. 반고 역시 날마다 1장씩 키가 커졌다. 1만 8천 년이 흘렀다.

그러자 하늘은 까마득히 높아졌고, 땅은 지극히 낮아졌으며, 반고는 어마어마하게 키가 커졌다.

마침내 하늘과 땅은 9만 리나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반고가 죽어서 그의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되었다.

목소리는 우레가 되고, 왼쪽 눈은 해가 되고 오른쪽 눈은 달이 되었다. 그뿐인가,

손과 발은 사방의 이름난 산이 되고, 피는 강물이 되고, 힘줄은 길이 되었다.

그리고 살은 논밭이 되었다. 머리털과 수염은 별이 되고, 몸에 난 털은 초목이 되고,

이와 뼈는 쇠붙이와 돌로, 골수는 보석으로 변했다. 그가 흘린 땀조차도 비와 홍수가 되어 땅 위를 적셨다.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생겨나고 이어 세상 만물이 처음 그 모습을 지상에 드러냈다.

세상 모든 것이 처음 생겼을 때, 아직까지 땅 위에 사람은 없었다.

이때 여신 여와가 황토를 뭉쳐 사람을 만들었다.

여와는 손으로 직접 황토를 뭉쳐 사람을 한하나 만들었는데,

그러다 보니 너무 힘이 들어서 많이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슬슬 꾀가 났다.

여와는 황토를 물에 푼 뒤 긴 노끈을 그 진흙탕 속에 푹 담갔다가 꺼내 사방으로 휙휙 흩뿌리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여기저기 흩어진 진흙들이 스스로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다.

이런 식으로 세상 곳곳에 흩어진 진흙들은 모두 사람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이렇듯 만드는 방법이 달라지니 사람도 모두 똑같을 수는 없었다.

처음에 정성껏 손으로 빚었던 것 들은 귀하고 똑똑한 사람이 되었지만,

나중에 노끈에 묻은 진흙을 사방에 제멋대로 뿌려 생겨난 것들은 천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아주 까마득하게 오랜 옛날, 뇌공(雷公)과 고비(高比)라는 이름을 가진 두 형제가 하늘고 땅을 다스리고 있었다. 동생인 뇌공은 하늘을, 형인 고비는 땅을 다스렸다.

이 둘은 친형제 사이인데도 성격은 정반대여서 동생 뇌공은 성급하고 괄괄했고 형인 고비는 어질고 인정이 많았다. 고비에게는 복희와 여와라는 아들, 딸 남매가 있었다.


서왕모-가장 원시적인 모습이다.

죽음과 형벌의 여신으로 반은 짐승이고 반은 사람의 모습을 한 반인반수의 여신이다.

서왕모는 중국의 서쪽 끝에 있는 신령스러운 산인 곤륜산의 정상에 있는 요지라는 아름다운 호숫가에 살고 있다고 하기도 하고 옥이 많이 쌓여 있는 옥산이라는 곤륜산의 한 봉우리에 살고 있다고도 했다.

서왕모의 행색은 표범의 꼬리와 호랑이 이빨을 했고 쑥대처럼 헝클어진 머리에 비녀를 꽂았다.

취미는 휘파람 불기였다. 서왕모의 시중꾼들은 곤륜산 서쪽의 삼위산이라는 봉우리에 살고 있는 세 마리의 파랑새, 곧 삼청조였다.


농업과 의약의 혜택을 인류에게 베풀었던 신 염제의 요절한 딸 요희, 그녀는 요초라는 사랑의 묘약으로 거듭났으나 남의 사랑을 도와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지 결국은 스스로 사랑의 화신 무산신녀로 다시 태어났다.


회남자에 다섯 명이 큰 신이 세상을 나누어 지배하는 이야기

 동방은 나무의 기운이 왕성한 곳이다. 그곳을 지배하는 큰 신은 태호(太昊)인데 보좌하는 신인 구망(句芒)이 그림쇠를 들고 봄을 다스렸다.


남방은 불의 기운이 왕성한 곳이다. 그곳을 지배하는 큰 신은 염제(炎帝)인데 보좌하는 신인 축융(祝融)이 저울을 들고 여름을 다스렸다.


중앙은 흙의 기운이 왕성한 곳이다. 그곳을 지배하는 큰 신은 황제(黃帝)인데 보좌하는 신인 후토(后土)가 노끈을 쥐고 사방을 다스렸다.


서방은 쇠의 기운이 왕성한 곳이다. 그곳을 지배하는 큰 신은 소호(少昊)인데 보좌하는 신인 욕수(蓐收)가 곱자를 들고 가을을 다스렸다.


북방은 물의 기운이 왕성한 곳이다. 그곳을 지배하는 큰 신은 전욱(顓頊)인데 보좌하는 신인 현무(玄武)가 겨울을 다스렸다.


사마천-기원전 145~86 진한 무제 때의 역사가 억울하게 형벌을 당하는 등 고난 속에서도 중국의 대표적 역사서 ‘사기’를 완성하여 중국의 헤로도토스로 불린다.


조왕신은 일 년 내내 집안에서 일어나는 잘잘못을 관찰했다가 섣달 스무사흘 혹은 나흘 되는 날 하늘에 올라가 천제께 모든 일을 일러바쳤다고 한다. 천제는 조왕신의 보고를 듣고 나서 사람들이 저지른 죄에 따라 원래의 수명을 깎았다.     

신은 아니지만, 조왕신과 똑같은 역할을 하는 삼사충이라는 벌레도 있었다.

삼사충은 인간의 체내에 서식하는 것으로 상상되었던 세 마리의 벌레인데

그것들은 인간이 빨리 죽어 제삿밥을 받아먹는 것이 소원이므로 인간이 가급적 악행을 많이 저지르도록 조장하는 일을 즐겨하였다.      

삼사충은 경신일(庚申) 밤에 천상에 올라가 사람의 잘못을 일러바쳐서 수명을 깎게 만들었다.

그런데 삼사충은 사람이 잘 때에만 몸에서 빠져나 갈 수 있으므로 사람들은 경신일에 밤잠을 자지 않음으로써 삼사충이 천상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우리 민속에 설 전날 밤을 새우는 일은 조왕신과 삼사충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책 소개

이야기 동양신화, 정재서, 2010. 6. 14. 김영사. 23,000원.


정재서 : 신화학자. 이화여대 중어중문과 교수, 서울대 박사과정 중문학 전공, 하버드 옌칭연구소 연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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