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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pr 05. 2023

스캇 펙 지음. 『저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처럼

스캇 팩 소설

  줄거리

  이 작품은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다니엘 터핀이 죽어 비물질적인 영혼으로 사후세계를 경험하면서 펼쳐지는 ‘적응’과 ‘새 출발’의 이야기다. 그는 죽어서 영혼이 간 곳에서 다양한 영혼들을 만나고 이질적인 내세의 세계를 경험한다. 사후세계 적응을 도와주는 ‘영접관’ 샘과 노마를 만나고, 연옥에서 지상의 삶에 대한 편견과 집착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는 티쉬, 쓰레기통의 돌멩이 밑에 깔려 지옥을 표상하는 자본주의 금융회사인 아말감 시스템과 조우한다. 또 지상에 살고 있는 아들과 딸을 찾아 그들의 삶을 살피고, 열일곱 살  생일을 앞두고 백혈병으로 죽은 아들 티모시, 자신보다 3년 먼저 죽은 아내 메리 마르타, 영혼을 판결하는 영혼인 이사벨을 만나 판결을 받고 3일 동안 대기하던 중 사탄의 유혹을 받지만, 그 시험을 극복하고 훌륭히 적응 과정을 통과한 주인공 다니엘 영혼은 마침내 ‘국제문화개혁위원회’의 일원으로 봉사 임무를 부여받는다.라는 줄거리이다.     


감상

  이 책은 우연히 한라도서관에 인문학 강의를 받으러 갔다가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평소 사후 세계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소설 형식으로 구성된 책은 읽은 적이 없어서 호기심에 읽었다. 미국인 정신과 의사인 저자를 주인공으로 죽은 뒤 간 곳이 저 우주의 한 곳이라는 가설도 흥미롭지만, 육체를 벗어버린 영혼이 시공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환타지적 설정은 재미있게 읽었다. 평소 무신론이 소신이지만 심한 병 -특히 수술 같은 경험-에 노출될 때 자연히 죽음, 현실과 단절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온다. 그래서 사후 세계가 어떤지 더욱 궁금했다. 소설 속에서 저자는 “성인이 된 이후 내내 이 지구는 내 진짜 고향이 아니라는 뿌리 깊은 생각이 있었다. 내 인생은 기쁨으로 가득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나를 위한 예루살렘에 대한 열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서술한다. 죽음을  “폐암으로 찌들어 가는 육체의 고통(실제 저자는 파킨슨병으로 투명하다 작고하였다.)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기쁨으로 표현하는 저자의 독백은 내가 고통과 질병으로 힘들 때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와 같다고 느꼈다. 이 책을 읽은 시기에 아내가 콩팥에 혹이 발견되어 수술을 하였는데 신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때여서 죽음, 질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책을 더 집중해서 읽게 됐다. 정말로 이 책과 같은 사후 세계가 있다면 이제 지구의 생활은 그만 하고 그쪽으로 가고 싶다. 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후세계가 오히려 좋다는 내용에 희망을 가져본다.     


기억하고 싶은 글귀

  84쪽 확실히 그것은 티쉬 자신이 선택한 길이다. 적응하기를 한사코 거절하면서 자신이 만든 지겨움의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다. 스스로 연옥을 만들고 있다면 누군가는 자신의 방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132쪽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과의 이별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 집도 아니고, 내가 죽은 마당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151쪽 흙은 흙으로 먼지는 먼지로 돌아갑니다. 당신의 시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의 시신은 한 장의 사진처럼 당신의 물질적 이미지입니다. 당신이 떠난 뒤 남아 있는 이미지일 뿐입니다. 빛은 비물질입니다. 그러나 비물질인 광파가 서로 충돌할 때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상을 남깁니다. 지구에서 사는 사람들은 물질로 된 투사체 즉 몸을 지니고 있고 그 몸에 대단히 집착합니다.     


160쪽 죽은 모든 영혼이 여기서 천국이나 연옥이나 지옥에서 그렇게 존재하는데, 극히 드물지만 두 부류의 예외도 있다. 하나는 귀신들인데 그 영혼들은 지구에 엄청난 집착을 갖고 있다. 지구에서 생긴 원한을 떨쳐버리지 않고 그 원한의 장소에 집착해 헛되이 떠돌며 가끔씩 출몰한다. 그들은 지옥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림보에 있다. 수백 년 동안 그렇게 맴돌다가, 모든 것이 부질없는 짓이고 갈 곳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마침내 포기하고 이곳으로 온다. 다른 하나는 ‘환생’하는 경우다. 연옥에서 다시 지구로 돌아가는 것, 어떤 영혼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 받지 못하고 영영 연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들이 다시 지구로 돌아가게 된다.     


184쪽 나와 내 몸의 관계,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몸에 대한 이상하고도 역설적인 생각이 이어졌다. 나는 내 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추해서가 이니라, 몸이란 내게 고통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리고, 열이 나고 여기저기 아프고, 피곤하고, 그래서 수술을 해야 하는 고통의 원천, 그러면서도 나는 내 몸에 집착했다. “살려주세요. 살게 해주세요.”라고 외쳐대는 세포들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다. 그럴수록 내 몸을 내동댕이 쳐버리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죽음의 진행을 늦추고 싶었다.     

림보 - 한문:古聖所 라틴어:Limbus 영어:Limbo

기독교 용어이자 내세관 중 하나, 원래 “경계”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죽은 영혼들이 지복직관(至福直觀, 즉 직접 하느님을 뵙는 최고의 행복)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벌을 받고 있지도 않은 상태에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교리는 연옥 교리와 마찬가지로 가톨릭에서만 존재하는 교리이나 연옥과는 달리 정식 교의로 채택된 바는 없다. 즉 폭넓게 받아들여지던 신학적 가설     


책 소개


저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처럼, 저자 스캇 펙, 역자 신우인 2012. 2. 7. 포이에마 13,000원.

    

M. Scott Pack - 1936. 5. 22.~2005. 9. 25.졸(69세) 미국 뉴욕에서 출, 하버드 대학과 케이스 웨스턴 러저브에서 공부 정신과 의사 미 육군 군의관으로 근무 “아직도 가야 할 길” 등 저술, 정신과 의사, 사상가,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 1984년 비영리재단 공동체장려재단을 설립.     


신우인 -연세대 독문과 졸 산신대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전공,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 남침례고 신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 전공, 포이에마 예수교회 담임목사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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