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서조 Apr 21. 2023

스기야마 유미코 지음. 『졸혼 시대』

낡은 결혼을 졸업할 시간.

부제, 낡은 결혼을 졸업할 시간.     

이 책의 표지에 ‘낡은 결혼을 졸업할 시간’, ‘나와 가족이 더 행복해지는 관계 혁명’이라고 쓰여있다.


책을 추천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졸혼은 100세 시대에 일부일처제가 유지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안 중 하나다. 부부관계를 유지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보자는 이야기다. 부부관계를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하고, 추구하고 싶은 삶의 내용은 각자 자유롭게 추구하자는 ‘따로 또 같이’의 철학이다”라고 말한다.     


추천사와 책 표지에 문구만 보면 100세 시대에 오래 최소 50여 년을 결혼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날 방법은 ‘졸혼’만이 유일한 것 같다. 그러나 책 내용은 부부와 가족의 깊은 이해로 화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라고 느꼈다.      


중년 이후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매우 많다. 특히 자녀가 성장한 이후에는 부부의 시간이 넘쳐나리만치 많다. 이때부터 그동안 바빠서 삶에 쫓겨서 잊고 있었던 문제들이 부부 사이에 등장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인내가 최고의 덕목 인양 서로 참고 산다. 싸움조차 하지 않은 채로 상대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포기해버린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집에 살면서 실은 같이 살지 않는 ‘쇼윈도 부부’처럼 산다. 

그래서 서로 얽매이지 않고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서로에게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주면서 자식들과 주위 사람까지 따뜻하게 감싸 안는 관계를 ‘졸혼’을 통해서 성취하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런 정도의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는 부부관계라면 같이 살든 떨어져 살던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 생각은 ‘졸혼’이란 것은 말장난이다.      


그것의 반증으로 저자는 졸혼에 관해 6쌍의 남편과 아내를 사례로 들고 있다. 60대가 넘어서 같이 살면서 따로 사는 부부, 처음부터 동거로 살아가는 부부 등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아내, 남편 각자 전문직 직업인이다. 그리고 자기 직업을 위해 가족을 위해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다.’라는 점이다.


작가가 주장하고 싶은 이야기는 ‘긴 결혼 생활에 육아의 부담에서 벗어난 중년 이후의 부부관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인데, 사례는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방법’에 더 가깝다. 


혹여 이 책의 표지에 적힌 ‘낡은 결혼을 졸업할 시간’, ‘나와 가족이 더 행복해지는 관계 혁명’ 문구에 낚여서 ‘졸혼’을 실천하려는 생각은 잊으시라고 권한다.     


작가는 일본의 소설가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 《마흔 이후 나의 가치를 발견하다》에서 

“부모에게 전혀 아무것도 해드리지 않았던 사람은 곁에서 보아도 순탄치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가능한 한 부모와 최후까지 함께 지내온 사람에게서는 운명의 자연스러운 은총을 느끼게 된다. 제 할 도리를 다한 사람은 인생의 후반부가 순탄하며 편안하다.”를 인용한다.      


세상 살면서 어느 누가 부모에게 잘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부부가 이혼을 목적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있을까? 제목 ‘졸혼’에 이 이야기가 적합한지 모르겠다.     


‘일부일처제’를 “약자 구제의 측면도 있다. 연애를 능력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지만, 많은 사람과 자유롭게 연애하기 힘든 사람을 위한 방편이 일부일처제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변호사 아츠미 마사코의 말을 인용한다. 일부일처제를 고수하고 있는 사람, 자유로운 연애를 할 수 없는 사람은 ‘약자’라고 오해를 할 수 있는 인용이다.     


작가의 뜻은 충분히 이해한다. 100세 시대 50여 년의 긴 결혼 생활을 자녀 양육이라는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난 후,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한 인간으로 존엄과 자기 충만의 삶을 사는 것, 그런 가운데 가족이라는 틀을 깨지 않는 방법으로 ‘졸혼’을 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


그러나 독자에게 착오를 할 수 있는 사례와 적절하지 않은 인용은 작가의 생각을 오해할 수 있다.     


책 소개     

졸혼 시대. 스기야마 유미코 지음. 장은주 옮김. 2017.02.14. ㈜도서출판길벗. 240쪽. 15,000원. 


스기야마 유미코(杉山 由美子) 와세다대학 졸업. 프리랜서 작가. 여성의 삶을 주제로 글을 쓴다.     


장은주. 동의대학교 졸업. 일본어 통번역 프리랜서, 바른번역 회원. 《중년수업》 등 번역.



매거진의 이전글 사마열인 저, 『조조의 면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