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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pr 22. 2023

주택 대문 앞에 큰 나무가 있으면

예로부터 주택 대문 앞에 큰 나무가 있으면 그 형상을 ‘閑(막을 한자’로 봐 흉상으로 여겼다. 


대문가에 그늘을 만들어 집 전체의 분위기를 음산하게 만든다. 

또 신선한 공기나 햇볕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막는다. 

혼탁한 공기가 집 밖으로 빠져나가기도 힘들다.      


사람 출입에 지장을 주고 벼락이 떨어져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 

낙엽이 집 안팎을 어지럽히거나 벌레가 생겨 귀찮기까지 하다. 

그래서 대문 앞에는 큰 나무를 심지 않는 풍습이 생겼다. 


그렇다면 교외에 매물로 나온 땅에 큰 나무가 서 있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한적한 시골에 느티나무 같은 큰 나무가 택지 안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운치가 있어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집을 짓거나, 또는 살다 보면 거추장스럽고 나무로 인해 곤란한 일을 당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땅을 살 때는 훗날을 생각해 매도자에게 미리 나무를 베어달라고 요구하는 게 현명하다. 

베어 내지 않으면 그 비용만큼 땅값을 깎아달라고 흥정해야 한다.      


큰 나무를 함부로 베면 반드시 재앙이 뒤따른다. 

우리 조상들은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나무에는 귀신이 살고 수령 100년이 넘는 나무는 영험한 기운을 지닌 영목(靈木)이라 믿었다. 그래서 반드시 나무를 위로하는 위령제를 지낸 뒤 베어야 뒤탈이 없다.      


단독주택에서 마당에 서 있는 큰 나무도 그 형태가 '괴로울 곤(困)'자가 되어 흉상이다. 

집안의 큰 나무가 불행과 재난을 몰고 온다고 믿었다. 과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다. 

큰 나무는 벼락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위험한 존재다.      


그늘을 지게 해 마당이 습해지며 담벼락의 나무는 도적이 침입하는 사다리 역할도 한다. 


땅속의 수분을 빨아들이니 나무가 있는 마당은 메마른 땅이 되기 쉽다. 

집안의 수분이 부족해지면 가족에게 호흡기 계통의 질병이 생길 수도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홍만선은 '산림경제'란 책에서 

'석류를 뜰 앞에 심으면 현자(賢者)가 태어나고 후손이 번창한다.'라고 썼다. 

마당에서 푸른 기운을 얻으려면 큰 나무보다는 작은 꽃나무가 유리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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