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서조 Apr 25. 2023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죽음1,2』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다 재미있다. 

지금까지 읽은 베르베르의 소설이 그러했다. 

이번에도 베르베르의 소설이라는 점만 보고 선택했는데 역시 잘 선택했다.     


책 제목이 “죽음”이라서 내용은 어떤 것일까? 매우 궁금했다. 

책 소개에 저자인 베르베르와 상당히 닮은 캐릭터인 가브리엘 웰즈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그래서 저자의 사후세계에 관한 내용으로 짐작했다.     


죽음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주제다. 

나의 죽음은 어떨까? 언제 죽을까? 죽은 뒤에 사후세계는 있는 것일까? 죽으면 모든 것이 다 끝나는 것인가? 궁금한 점이 많다. 그러나 죽은 뒤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사실로 증명한 사례는 아직 없다. 

종교에서 사후세계를 주장하고 귀신과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실제로 체험하거나 명백하게 입증된 것은 없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이 책은 두 권으로 되어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소설가인 주인공이 죽었는데,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주치의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영매인 여자를 만나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기의 육체가 죽은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영매의 도움으로 독살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적한다.     


소설이지만 사후의 세계가 너무 좋다. 죽은 할아버지도 만나고 여러 영혼이 영매와 만나는 과정도 재미있다. 사후의 세계는 고통도, 추위도 배고픔도 시공간의 제약도 없이 마음먹은 것을 다할 수 있다. 

진짜 사후세계가 이 소설과 같다면 빨리 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주인공의 할아버지도 병원에서 원하지 않은 연명치료를 받으면서 몇 번의 자살을 시도하고 결국 성공한다. 

소설에서는 현실 세계도 영혼들이 관여한다고 한다. 잠이 들거나, 알코올 등 약물에 중독되어 의식이 희박한 사람의 뇌에 영혼이 들어와서 영혼이 하고 싶은데로 사람을 조정한다고 한다.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평소 술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 뜨끔해지는 내용이다.     


이 소설의 사후세계는 영혼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환생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주인공이 죽음의 원인을 찾아가던 중 함께 했던 할아버지는 환생을 택한다. 

내가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어떤 삶을 택할 것인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질문이다. 

전생에 해보지 않았던, 그러나 해보고 싶은 삶을 택하는 영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개로 환생하고 싶다는 노파의 이야기도 있다.     


‘악에 대한 정의’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작가는 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다 필요해서 존재한다고 한다. 그것을 인간이 주관적인 평가로 바로잡겠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한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들에 대한 경고도 이어진다. 

‘영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지 못하도록 한다. 

‘천 년을 살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연구도 하지 못하도록 한다. 결국 순리대로 살아가라는 이야기다.     


요즘 연명치료에 관한 개인의 선택이 법으로 제정되었다. 

내가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준다는 어쩌면 냉정한 법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이에 동의한다. 


자연스러운 죽음이 우주의 섭리라고 한다. 그러면서 장자의 “나비의 꿈”을 예로 든다. 

“내가 꿈에 나비를 꾼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지?” 판단은 언제나 독자의 몫이다.     


기억하고 싶은 글귀     


영혼이 머무르고 싶게 만들려면 육체를 잘 보살펴야 한다. “나는 살아 있음의 특권을 인식하고 그 시간을 최대한 연장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에요. 건강에 대한 자만이 당신한테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살아있다는 건 중력의 법칙에 따라 땅에 붙어 존재한다는 뜻이다.     


할아비는 젊은 나이에 자다가 죽은 네가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네 일상을 형벌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됐잖니.     


사람한테는 유전적 요인 못지않게 후천적 요인도 중요해서, 부모와 교사, 직장 상사, 때로는 조상들의 혼령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단다.     


죽음은 우리를 모든 육신의 고통에서 해방해 주는 거니까. 우리는 순수한 영혼이 되지. 가벼워지는 거야. 

반대로, 태어나는 게 그리 좋은 건 아니야. 정신의 가족을 떠나 네가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들이 모인 육신의 가족에 안착하는 일이니까. 

“저승에서 살다 보니 갈수록 그런 확신이 드는구나. 죽음은 해방인 반면 출생은 자신을 꽃피우기 힘든 억압적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라는 믿음이 확고해져. 결국 내가 진정 누구인지 깨닫지 못한 채 실패한 삶을 살 위험이 큰 거지.”     


내 눈에 여자는 이브의 사과 이래 뱀의 유혹처럼 경계해야 할 대상이야.     


“우리 흔적을 시간 속에서 연장하는 방법은 사랑과 예술 두 가지뿐이다.     


산 자들에게 소리쳐 경고해 주고 싶다. “당신들은 정신을 가진 육체가 아니라, 육체를 가진 정신이다.”     

어차피 우린 누구나 혼자예요. 


이따금 누군가와 하나로 합쳐진다는 느낌이 들면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그 순간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쓰죠.      

권력을 가졌다는 건 금지된 걸 과감히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지. 

권력자들은 누구나 금지된 것에 끌리게 마련이야.     


살아있다는 게 행운임을 깨닫는 건, 죽음을 경험하고 나서지.     


어린 시절을 너무 쉽게 보내면 비판적 사고가 나올 수 없다.


첫째, 인간의 삶은 짧기 때문에 매 순간을 자신에게 이롭게 쓸 필요가 있다.

둘째,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남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선택은 스스로 하는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자신이 지는 것이다.

셋째, 실패해도 괜찮다.

넷째, 다른 사람에게 우리를 대신 사랑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다섯째, 만물은 변화하고 움직인다.

여섯째, 지금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려 하기보다 지금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왜 죽었지?”가 아니라, 보다 근원적이고 신비로운 질문이 그에게 말을 걸어온다. “나는 왜 태어났지?     


책 소개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죽음1,2』 전미연 옮김. 2019.05.31. ㈜열린책들.

     

베르나르 베르베르 :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남,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1991년 개미를 출간,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전미연 : 서울대 불어불문과,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불과 졸, 파리 제3대학 통번역대학원 번역 과정, 오타와 통번역대학원 번역학 박사과정. 전문번역가로 활동,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겸임교수.     



매거진의 이전글 실리콘밸리 천재들의 생각 아포리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