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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May 05. 2023

정형남 지음. 『진경산수』

정형남 단편소설 모음

    

제목이 ‘진경산수’라서 그림에 관한 책이려니 하고 읽었다. 

그런데 8편의 단편소설이다. 남도의 섬과 바다, 갯벌을 주제로 하고 있다.    

 

  ‘꽃섬’은 남도의 무인도에서 김발을 놓던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다. 작가의 추억이 얽힌 이야기 같다. 꽃섬에서 육촌 형이 꽃섬에 사는 처녀와 결혼하고 뭍으로 나오던 중 풍랑으로 실종되고 새색시인 형수도 그 충격으로 사망한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떠나고 무인도가 되어버린 섬을 찾아간 화자는 과거를 회상한다.  

   

  ‘사금 목걸이’는 환상적인 주제다. 얼음골을 찾아갔다가 백일몽을 꾸고 억울하게 죽은 여인의 한을 추적하는 과정이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환상적인 이야기를 한다.      


‘삼층석탑’ 신라시대에 난리를 피해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 유민에 관한 이야기다. 3층 석탑과 여인이 삼년상을 마치고 화자와 나누는 이야기다. 가문의 전통 방법으로 엿을 만들고 제사상에 올리며 살아온 여인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 쌀밥’ 요즘의 농촌 실태를 그린 이야기다. 다문화 가정을 이룬 농촌에서 화자의 조카가 겪는 이야기다. 베트남 아내를 맞아 소통이 안돼 술로 살아가는 조카와 가출하여 다문화 센터에 가 있는 조카며느리의 갈등 이야기다.      


‘바다로 간 삽살개’ 일제 강점기 동남아 출신 할머니의 피부를 물려받은 여인의 이야기다. 결혼하였지만, 거듭되는 유산에 이혼하고 명상센터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설송’과 일행은 갯벌에서 모임을 갖고 술자리를 한다. 우연히 찾아온 삽살개 한 마리가 설송의 무릅에서 잠을 자다가 바다로 향한다.      


‘무넘이 재’ 농촌에서 노총각으로 살아가는 명수는 홀어머니와 트럭에 잡화를 실고 시골장을 돌아다니며 파는 장돌뱅이다. 어느 날 ‘무넘이 재’에서 한 여인을 발견하고 동거에 들어간다. 고부간의 갈등으로 여자는 떠나고 명수는 여자를 잊지 못한다.      


‘고인돌’은 월남전 참전용사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데 어느 날 고엽제 후유증으로 병마에 시달린다. 고향에 돌아와 술로 지내다 뒷산에 오른다. 한참 후 찾아온 아내와 재기하려는데 교통사고로 갑자기 아내가 죽는다.      


‘짱뚱어탕’ 갯벌에 나는 짱뚱어를 소재로 한 이야기다. 70년 전통을 이어가는 식당과 인근에 있는 ‘선근다리’에 얽힌 이야기다.     


  작가는 고향에서 막걸리를 먹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향토색 짙은 내용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엮었다. 

이야기가 연결되는 부분에 ‘술’이 등장한다.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점점 골수까지 깊어가는 병근의 연륜만큼 술과는 담을 쌓았다. 그런데도 향수처럼 가슴에 차오를 때가 있었다. 한잔 술은 가슴을 치미는 분노와 회한과 갈등, 그리고 외로움과 괴로움을 삭혀 주었다. 

그래서 무슨 처방전처럼 술을 들이켰다.”      


“자신을 다 비우고 순일한 경계로 나아가는 명상이 자신의 존재를 더 확연히 붙들어 주지 않을까요? 

세상은 없는게 없지만 뒤돌아보면 공(空)이라고 하였어요. 공이란 가없는 하늘이요, 빛이 아니겠어요?”     


  작가는 “전원에 마음을 내려놓고 보니 지난 시절이 거울을 바라보는 듯하다. 바람 소리, 파도 소리, 물 소리, 산새 소리, 나무들의 숨결 소리, 방싯거리는 꽃들의 향기, 오곡이 무르익은 들판과 어울려 살아온 생명의 소리를 하늘의 별처럼 가슴으로 담아냈다.”라고 한다.      


추억의 고향에서 동네에 전해 오는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책 소개

정형남 지음. 『진경산수』 2015.12.31. 해피북미디어. 220쪽. 13,000원.

    

정형남 : 조약도에서 태어났고 현대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남도(6부작)로 제1회 채만식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수평인간’ 등 창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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