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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n 13. 2023

이순칠 지음 『퀀텀의 세계』

이 세상 삼라만상은 모두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양자역학’은 미래에 개발될 기술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양자를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양자물리의 핵심 내용은 “이 세상 삼라만상은 모두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다”라는 것이다.      

‘입자’란 질량이나 에너지 등의 덩어리를 뜻하는데, 원자같이 조그만 물체를 말하는 것으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작은 당구공을 상상하면 된다.     


‘파동’이란 소리나 파도같이 물체의 출렁임이 전파되어가는 현상을 뜻한다. 양자물리에서는 이 세상 모든 입자가 이런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입자가 곧 파동이라고 주장한다.      


양자물리 이론은 1905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으로 기본 가설의 근거를 제공한다. 그런데 ‘입자’인 동시 ‘파동’이라는 말이 있을 수 있을까? 그것도 증명이 되는 확실한 것을 말하는 과학, 특히 물리과학에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정의라고 하고 있다.     


양자물리에서 삼라만상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고 했으니 나도 파동인 셈이다.      


파동은 굴절, 반사, 에돌이, 간섭 등의 성질을 가진다. 입자가 파동이라는 말은 입자 자체의 파동이라는 뜻이다. 입자의 진동내지 파동 운동과 입자 자체의 파동성을 구별하기 위해서 입자 자체의 파동성을 나타내는 파동을 ‘물질파’라고 부른다. ‘물질파’는 우리가 ‘알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이다.    

 

입자의 운동을 기술하고자 할 때는 입자의 위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즉 위치를 시간의 함수로 써주면 된다. 이 함수만 있으면 위치를 시간에 대해 미분해서 속도와 가속도까지 구할 수 있으므로, 입자에 관한 완전한 정보를 얻게 된다. 우주 속 모든 입자의 위치를 시간의 함수로 안다면 마이너스 1억 년을 넣어서 공룡 시대의 모습도 알 수 있고 2525년의 미래 지구 모습도 알 수 있다.     


양자물리에 따르면, 측정 능력이 완전하다고 해도 여전히 미래는 알 수 없다. 양자물리에서 말하는 미래의 불확실성은 현재의 중첩상태를 측정했을 때 어떤 고유상태가 나타날지 알 수 없다는 ‘비결정성’에 기인한다.     

양자물리학은 100여 년이 넘는 과정을 거쳐왔다.


1997년 핵자기공명으로 양자컴퓨터가 처음 구현되었다. 우주는 네 가지 기본 힘에 따라 운행된다. 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이다. 강력과 약력은 핵보다도 작은 기본 입자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이다. 우리 인생은 완전히 전자기력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신체를 구성하는 세포는 세포벽을 통해 물질을 교환하는 등 여러 가지 신진대사로 생명을 유지한다. 이런 신진대사는 모두 화학 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며 화학 작용은 모두 전기적인 힘에 의해 이루어진다. 우리의 생명은 또한 전자기력의 법칙을 따라 유지된다.


양자컴퓨터는 핵자기공명, 이온화, 초전도소자로 구현되었다. 그중에서 어느 방식이 실용적 양자컴퓨터로서 최종적으로 발전할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양자컴퓨터는 병렬처리가 효과를 보는 암호 풀이와 데이터검색 등을 아주 잘한다. 우리가 온라인 거래를 할 때 사용하는 암호를 현재 상용하는 컴퓨터로 푼다면 몇천 년이 걸리지만 양자컴퓨터로는 몇 분 만에 풀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빨리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는 인류가 가진 나노 기술의 수준이 아직 낮기 때문이다. 나노기술은 나노 크기의 물체를 다루는 기술인데, 궁극적 목표는 파인먼이 예언한 대로 원자 하나에 정보를 쓰고 읽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수준에 도달하면 양자컴퓨터를 만들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이미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구글, 인텔 같은 거대기업들이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있는 양자컴퓨터로 양자 계산을 하는 회사들도 여럿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양자컴퓨터를 만들지 못할 이론적인 장벽은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만들어진다. 다만 나노기술 없이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마무리는 우리나라에서 극비로 양자컴퓨터를 만들었고, 2037년 9월 7일 새벽 4시 그것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북극성 7호의 발사 코드를 해킹하여 입수하였다는 것이다.     


양자물리학이 탄생한 지 100여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 차원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누군가 양자컴퓨터를 만들어놓고 세계 군사 장비를 비롯해서 은행, 일상생활에 전산으로 제어하고 있는 모든 시설, 장비를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미래가 장밋빛인지, 암울할지는 인류가 선택하기 나름일 것이다.     


※양자(量子)는 더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의 단위로, 물리학에서 상호작용과 관련된 모든 물리적 독립체의 최소단위이다. 광자는 빛의 단일 양자이며, 이에 따라 '광양자'라고도 부른다. 원자에 속박된 전자의 에너지도 양자화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원자는 안정화되고 물질도 안정화된다.      


※양자의 어원

"쿼텀quantum"이라는 낱말은 라틴어의 "quantus"에서 유래했는데 이것은 "얼마나 많이"라는 뜻이다. "양자"라는 말은 1902년에 필리프 레나르트가 쓴 광전자 효과에 대한 기사에서 처음 찾아볼 수 있는데, 레나르트는 헤르만 폰 헬름홀츠가 이 단어를 전기학 분야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양자라는 말은 1900년 이전에도 대개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책 소개


퀀텀의 세계. 이순칠 지음. 2021.12.20. ㈜북하우스 퍼블리셔스. 325쪽. 18,000원.

     

이순칠.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양자컴퓨터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물리학자. 국내 최초로 병렬처리 양자컴퓨터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1989년 미국의학과학학회가 수여하는 실비아 소킨 그린필드상을 수상했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핵자기공명 양자컴퓨터 연구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보이지 않는 것들의 물리학』 『양자컴퓨터-21세기 과학혁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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