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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l 09. 2023

박웅현 지음. 『책은 도끼다』

이 책은 몇 년 전에 카피를 봐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며칠 전 도서관 반납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저자는 광고 전문가이다. 그래서 짧고 강렬하면서 대중에게 필요한 광고 문구가 필요하다. 그것을 책에서 찾는다.     


책 첫머리에 1904년 카프카가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 내용을 소개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한형조의 『붓다의 치명적 농담』 중 한 문장을 소개한다.

“내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루리라.라는 기필 거두십시오. 세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 오만과 아만을 버려야 합니다.”

期必(꼭 이루어지기를 기약함.) 我慢(스스로를 높혀서 잘난체 하고남을 업신여기는 마음)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2011.2.12.부터 6.25. 까지 경기창조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강독회를 진행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읽은 책을 통해 일곱 가지 주제로 삶과 인생, 창의적인 생각을 이야기한다.

1강. 시작은 울림이다. 

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3강.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4강.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5강.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6강.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 카레니나

7강.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저자는 책을 많이 읽기보다 깊게 읽으라고 한다. 좋은 책을 여러 번 꼭꼭 씹어서 먹듯 읽으라고 한다.     


내용 중 기억하고 싶은 글귀를 정리했다.     

“땅콩을 거두었다. 덜 익은 놈일수록 줄기를 놓지 않는다. 덜된 놈! 덜떨어진 놈!” 이철수 판화 작가의 『마른풀의 노래』 인용 글귀다.      

“늙은 군인이 훈장 자랑하듯”, “삶은 실수할 적마다 패를 하나씩 빼앗기는 놀이다.” 최인훈의 『광장』 인용 글귀다.     


삶은 목걸이를 하나 만들어놓고 여기에 진주를 하나씩 꿰는 과정이다. 우리가 살면서 마지막에 당신은 뭐가 생각나느냐는 질문을 받고 떠올릴 순간, 이런 것 하나가 진주 한 알이다.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라고 한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 중에서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나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수박은 천지개벽하듯이 갈라진다. 수박이 두 쪽으로 벌어지는 순간, ‘앗!’ 소리를 지를 여유도 없이 초록은 빨강으로 바뀐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걸 보지 않고 보고 싶은 것 만 보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나에 대한 파악을 하기 전에 내가 갈 곳만 보려고 한다.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우리는 사랑일까』 중에서

사랑에 빠지는 순간 더 이상 ‘나는 누구인가’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나는 상대에게 누구인가’가 중요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 진정한 자아라는 것은 같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와 관계없이 안정된 동일성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랑에 있어서는 이게 잘 안된다. 관점이 모두 상대로 돌아서는 것이 사랑이다.


“우리는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하여 사랑에 빠지며, 우리의 무지를 욕망으로 보충한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다. ‘난 행복을 선택하겠어’라고 하면 된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만들어 내는 것이지 어떤 조건이 만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다. 행복을 추구하려고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려다 보니 결핍이 생긴다. 행복은 발견의 대상이다. 주변에 널려 있는 행복을 발견하면 된다.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불평하던 사람들이 시한부 선고를 받는 순간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진다. 삶이 그렇게 힘들다고 하면서도 실상 죽음을 반기지 않는다는 건 삶의 문제가 아니라 내 태도의 문제였다는 걸 증명해준다. 조건은 바뀐게 없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이 갑자기 백만장자가 됐거나, 골치 아픈 문제가 풀렸거나, 좋은 직업을 갖게 됐거나, 새로운 약속의 땅이 생긴게 아닌데, 만약 삶이 목적이 없는 것이었다면 죽음에 이르러서 갑자기 삶이 더 좋아질리 없다. 그런데 왜 삶이 더 좋아지느냐, 그건 동일한 삶인데도 내가 더 이상 못산다는 것 때문에 좋아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죽겠다, 힘들다 하는 건 영위하고 있는 삶의 일상적인 형태에 흥미를 잃었다는 것이다.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생명이 계속해서 날아가고 있다. 내가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흘러가게 되어 있고, 어느 날에 손안의 가는 모래처럼 다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죽어 있을 것이다. 잡을 방법은 없다. 그러니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슬퍼하지 말고 그 순간순간을 즐겨라. 어차피 결과는 간다. 빠져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안절부절못하는 사람과 오늘을 즐기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후자가 답이다.     


김화영의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여행지에서 그렇게 만났다가 그렇게 떠나보낸 사람들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우리 일생이 한갓 여행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해애길에서 우리는 이별 연습을 한다. 삶은 이별의 연습이다. 세상에서 마지막 보게 될 얼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한 떨기 빛. 여행은 우리의 삶이 그리움인 것을 가르쳐준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중에서

“나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 이것을 생각하면 레빈은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없어서 절망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이것에 대해서 자문하는 것을 그쳤을 때는 마치 자기가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를 알고 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는 씩씩하고 원기왕성하게 활동하고 또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시점,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우리는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물론 누가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삶의 배후에 죽음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삶이 빛날 수 있다.          


책 소개     

박웅현 지음. 『책은 도끼다』 2011.10.10. ㈜북하우스 퍼블리셔스. 319쪽. 16,000원. 

     

박웅현. 대학에서 신문방송학 전공. 대학원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 전공.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 TBWA KOREA에서 크리에이티브 대표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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