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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l 26. 2023

김찬호 지음. 『대면 비대면 외면』

뉴노멀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 책의 부제목은 「뉴노멀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이다.


2019년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는 삽시간에 전 세계에 번졌고 국제보건기구는 ‘팬더믹’을 선언했다. 3년 동안 전염병은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강요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격리와 사람을 만나고 접촉하는 것은 통제되었다. 이제 풍토병으로 전환되어 다시 팬더믹 이전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동안 있었던 변화를 분석하고 다시 인류가 공영하는 길은 어떤 것이 있는가?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여럿이 있어도 혼자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 일반화되고 있다. ‘대면’이지만 ‘비대면’인 상황이다. ‘비대면’이라는 말은 오래전에 생겨난 개념이지만, 팬데믹 기간에 널리 통용되고 정착되었다. 이미 ‘온라인’이나 ‘사이버공간’이라는 말이 있는데 굳이 그 용어를 사용한 까닭은 무엇일까.      


‘외면’이라는 단어는 사람을 소홀히 여기는 것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회피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뜻하기도 한다. 우리는 불편한 진실이나 고통스러운 현실을 애써 외면할 때가 많고 권력자들은 민생 관련 정책이나 약자들의 요구를 흔히 외면한다.     


대면과 관련하여 ‘표정의 생태학’을 살펴본다. 세익스피어는 “인간이 손으로 어떤 일을 하든, 그의 얼굴은 진실을 말한다.”라고 했다. 얼굴은 몸의 일부이면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다른 신체 부위들은 상황에 따라 옷으로 감추어도 되고, 어떤 부위는 반드시 가려야 한다. 그에 비해 얼굴만큼은 평생 드러내야 한다. 서로의 얼굴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은 대인 관계의 전제요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사람이 숨을 거두면 흰 천으로 얼굴을 덮는다.      


인간에게 대면은 삶의 기본값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누군가의 얼굴을 바라본다. 서로의 안색을 살펴보고 표정을 지으면서 감정의 통로를 만든다. 얼굴은 그 사람의 인생 여정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부부가 오래 함께하면서 닮아가기 때문인데, 서로의 미소나 찌푸린 표정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한 결과 자주 사용하는 얼굴 근육과 사용하지 않는 근육이 인상을 비슷하게 만든다.     


마음은 얼굴빛으로 드러나고, 강렬한 의지는 눈빛으로 확인된다. 그래서 의기투합하거나 결의를 다질 때 서로의 눈길을 맞추는 것은 자연스럽다. 반면, 거짓말하는 사람이 시선을 피하는 것은 자신의 내심이 들킬까 봐 두려워서 그렇다.     

사람다움은 타인에 의해 끊임없이 확인되어야 한다. 우리가 만나고 헤어질 때 인사를 주고받는 중요한 이유가 가운데 하나다. 몸짓과 표정과 말로 이뤄지는 미시적인 의례를 통해 인격에 대하나 기본적 경의를 나누면서 관계의 안전함을 확인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건강한 성장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서적 토대이고, 그것이 탄탄하게 다져지려면 부모의 마음에 수시로 접속하고 편안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시간과 공간을 온전히 함께 누리고 있음을 자주 느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그러한 현존의 감각을 갖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듯하다. 부모가 몸은 아이와 함께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기 쉬운 것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걷는 부모들이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아이는 부모가 스마트폰에 골몰해 있으면 자신이 홀대받는다고 느끼게 된다. 부모가 애지중지하는 그 물건이 대단한 존재라고 여기면서, 아이도 스마트폰에 더욱 끌리게 된다. 부모가 스마트폰 중독이면 아이도 중독되기 쉬운 이유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매일 학부모들에게 모바일 알림장을 통해 사진과 글을 보낸다. 그날 아이의 상태나 활동 모습을 전달하는 것이다. 다음 날 준비물 및 안내 사항 등이 담기는 종이 알림장과 달리, 모바일 알림장은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알림장은 부모와 교사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문제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부 부모들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잘 돌보았음을 증빙하는 사진을 찍어 편집하고 발송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면, 정작 아이들에게 충분한 관심을 주지 못한다.     


인간이 느끼는 행복감의 절반 이상은 타인과의 유대에서 비롯된다. 유대란 무엇인가를 공유하는 것이다. 내가 타인과 의미 있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생명의 힘은 배가된다. 하지만 저절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감정을 표현하고 수용하는 능력은 꾸준한 경험과 연습을 통해 학습된다. 인간의 정서는 코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정확하게 읽어내기 위해서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해야 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불편한 감정들을 겪는데, 그것을 처리하는 데 미숙할 때가 많다. 내버려 두면 저절로 풀리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되면서 마음을 괴롭히기도 한다. 이에 대처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안으로 억누르는 것과 밖으로 드러내는 것. 참고 견디는 것은 미덕이지만, 지나치면 정신 건강에 해롭다.      


자신이 지금 이러이러한 감정 상태라고 말하면 될 텐데, 우리는 자라면서 그런 방법을 배우지 못한데다 문화적으로도 생소하다. 특히 남자들은 감정 전달에 서툴다. 꾹꾹 참고 있다가 엉뚱하게 터뜨리기 일쑤다. 무조건 화를 내는 식이다. 분노는 가장 표출하기 쉬운 감정이다. 누구나 특별히 배우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화를 낼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다른 부정적 감정을 분노의 형태로 드러내는 버릇이 생긴다.     


특히 외로움을 분노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별것 아닌 일에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을 보면 혹시 너무 외로워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채워지지 못한 인정 욕구가 왜곡된 감정으로 전이되어 터져 나오는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팬더믹이 끝나고 앤더믹 시대 대면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시간이다.          


책 소개

김찬호 지음. 『대면 비대면 외면』 2022.10.07. ㈜문학과지성사. 268쪽. 15,000원.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사회학을 전공했고 일본의 마을 만들기를 현장 연구하여 박사논문을 썼다. 대학에서 문화사회학과 교육학을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 「모멸감」 「유머니즘」 「눌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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