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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l 31. 2023

『이기적 유인원』 니컬러스 머니 지음

이 책은 예전에 읽었던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시리즈로 생각해서 읽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내용이다.     

저자는 생물학을 전공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인류와 지구,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와 인류의 관계를 말한다. 저자의 관점에서 인류는 지구를 파괴하는 존재다. 그 결과로 지구는 얼마 남지 않은 오존층을 파괴하고 태양의 열기에 타서 멸망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인류는 생물학적 학명 ‘호모 사피엔스’에서 신과 동일한 능력을 지닌 ‘호모 데우스’를 지나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며 에너지를 낭비하는 ‘호모 에고티스티쿠스’ 또는 ‘호모 나르키소스’ 즉 자기중심적 인간이라는 학명이 더 잘 어울린다.”라고 꼬집는다.     


‘호모 나르키소스: 지구 생물권을 완전히 파괴하여 자신을 멸종의 길로 몰아넣은 아프리카 출신의 유인원의 한 종’이라고 정의한다.     


생명체는 어떻게 지구에 착륙했을까? 지구의 풍부한 물리적 특성은 생명체가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태양에서 일정 거리로 떨어진 골디락스 궤도를 따라 지구는 공전한다. 그래서 지구상의 물은 증발하지도 얼지도 않은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현재 태양의 나이는 46억 살로 앞으로 50억 년 동안 수소 연료가 고갈될 때까지 멈추지 않고 타오르다가 지금보다 크기는 크고 에너지는 낮은 적색 거성이 될 것이다. 태양이 적당히 빛나고 있을 때 태어난 것은 행운이다.     


지구의 환경조건은 상당히 다양하다. 지표면 가운데 71%는 바닷물에 잠겨 있다. 나머지 29%에 해당하는 대지는 대부분 수면 위로 올라와 있고 숲이나 초원에 덮여 초록빛을 띠거나 사막이 되어 갈색을 보인다.      

수많은 화학영양생물이 깊은 바닷속의 열수 분출구, 혹은 동물의 장 속에 산다. 장내 미생물은 식물의 열량을 초식동물로, 초식동물의 열량을 다시 육식동물로 전달하며 서로 뒤얽히게 만든다.     


우리는 어떻게 지구에 나타났을까? 인간이 유인원의 한 종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복잡한 골격을 지닌 해면동물에서 입과 항문을 지닌 갯지렁이, 물고기, 양서류, 파충류를 거쳐 청서번티기(다람쥐처럼 생긴 포유동물), 원숭이와 유인원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진화 과정이 있다. 10억 년 전으로 거슬러 가면 동물과 균류의 계통수가 가지는 DNA 비교에서 하나로 만난다.     


‘몸’ 우리는 어떻게 움직일까? 우리는 동일한 화학 법칙에 따라 생존하고 움직인다. 먹이사슬의 길이가 길든 짧든, 태양의 핵융합반응이 인간에게 식량을 제공한다. 감자-인간/ 풀-쇠고기-인간 / 해조류-플랑크톤-물고기-인간. 발효식품과 음료가 포함된 먹이사슬에서는 발효 반응에 꼭 필요한 중개자 효모가 에너지 흐름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인간의 침에는 감자의 녹말을 이당류로 분해하는 아밀라아제 효소가 풍부하다. 효소란 화학반응을 빠르게 진행시키는 단백질 분자로, 몇몇 반응의 경우에는 효소가 없으면 수백만 년이 걸리기도 한다. 복합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서 합성되는 효소와 장내세균의 도움으로 장에서 소화된다. 장내세균은 감자에 들어 있던 거대한 화합물을 조각낸다. 조각난 물질은 소장 벽을 따라 순환하는 촘촘한 혈관 망으로 흡수된다.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내장의 길이는 평균 5미터이고, 이 중 3분의 2가 소장이다. 건강한 소장이 접힌 부분과 융모, 미세융모의 표면을 전부 합친 내부 표면적은 소장 소화기관의 표면적은 대략 30제곱미터로 소형 아파트 한 채 면적과 맞먹는다.     


우리가 식품에서 섭취한 영양분은 융모 내부의 고리 모양 모세혈관을 타고 이동한다. 장 모세혈관은 몸 전체로 퍼진 가느다란 혈관이 형성한 거대한 망의 일부다. 모세혈관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40조 개의 세포에 에너지, 물, 산소를 일정하게 공급한다. 동맥과 정맥은 모세혈관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산소가 풍부한 혈액이 심장에서 출발해 동맥을 타고 모세혈관으로 들어가 산소를 내준 뒤 모세혈관에서 나와 정맥을 타고 다시 심장으로 돌아간다.     


심장은 하루에 10만 번 박동하여 동맥, 모세혈관, 정맥 모두 합쳐 길이 10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혈관에 혈액이 흐르게 한다. 신체조직을 감시하는 면역 세포인 백혈구는 세균이 침입하면, 일단 반응성 표면으로 꿀꺽 삼켜서 파괴한다. 다른 면역 세포는 우리 몸에 불쑥 찾아온 미생물이 무엇인지 식별한 뒤에 미생물을 파괴하는 다른 세포에 신호를 보낸다.     


몸속에 증식한 암세포가 건강한 조직을 파괴하고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할 때 신체는 자신에게 대항하는 최악의 적군이 된다. 암세포는 신체조직의 재생에 관여하는 DNA가 복제되는 도중에 흔히 일어나는 오류로 발생한다. 암은 모든 생명체에서 생성되지만, 면역계가 작동해서 그 못된 세포를 청소한다.      


우리는 어떻게 설계되었을까? 유전자는 생명에게 자신의 사본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라고 지시한다. 우리는 유전자를 잠시 보관하는 그릇으로 선조의 DNA가 후손을 향해 흐르는 계통 속에 놓여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세포 소기관인 핵에 보관된 23쌍의 염색체에 분포하고 미토콘드리아가 지닌 작은 염색체 사본에도 존재한다. 염색체 23쌍이 빠짐없이 모이면 유전체를 이룬다. 염색체는 두 가닥의 DNA가 만든다. 인간 염색체의 길이가 8,000킬로미터가 된다. 유전체에는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기 위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지만, 세포 안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죽을까? 인간이 최대 수명은 122년이라는 추정치를 수개월 이상 넘기기 어렵고, 3만 3,000일이 넘도록 인생을 즐길 사람은 거의 없다. 노화를 피할 방법은 없다. 진화는 수정란을 성체로 키우고 그 성체가 품은 난자를 수정시켜 다음 세대를 이어갈 유전자를 설계하는 것에만 전념하기 때문이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유전자를 보호하는 염색체 말단 부위는 점점 짧아진다. 염색체 말단이 짧아지면 면역 기능이 떨어지고 노화로 인한 질병이 생긴다. 


우주에 잠시 머무는 우리로서는 죽은 후 영혼이 영속할 가능성보다 무덤 속에서 썩어갈 몇 달을 고민하는 편이 덜 후회스러울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닌 이기심을 억눌러 인간은 단일 생명체가 아닌 생태계의 일원으로 살고 있다. 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미생물과 인간 유전자의 재조합은 DNA를 이해함으로써 생긴 강력한 힘을 잘 보여준다. 인슐린은 박테리아와 효모에 인간 유전자를 재조합해 생산한 최초의 단백질이다. 인슐린이 없다면 우리는 혈액에서 당분을 흡수할 수 없고, 세포는 영양부족으로 활동을 멈출 것이다.      


분자 의학의 궁극적 목표는 손상된 유전자가 일으키는 질병을 퇴치하는 것이다. 유전자의 손상 부위를 정상 DNA 서열로 대체하면 건강한 단백질이 생산되어 질병이 치료될 것이다. 가장 유망한 유전자 치료법은 정상 표적 유전자를 지닌 바이러스를 환자 세포에 주입하여 건강한 단백질을 만들어내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출혈이 멈추지 않아 고생하는 성인 혈우병 환자에게 혈액 응고 단백질 유전자를 지닌 바이러스를 주입하자 상처가 신속하게 치료되는 인상적인 결과를 얻었다.     


인류가 무절제하게 발전한 끝에 쇠락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 파멸의 이야기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우리가 지구 환경을 바꾸어 멸망의 시점을 앞당겼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지구는 빠르게 더워지고 있다.      


산성화된 바닷물이 플라스틱으로 뒤덮인다. 산업 활동으로 공기가 오염되고 멈추지 않는 삼림 벌채로 사막화가 일어나 초원과 호수가 줄어든다. 2050년 즈음에는 전 세계인구 100억 명이 남은 자원을 차지하려고 다툴 것이다. 머지않아 극단적인 기후로 인해 사건, 사고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인류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으며, 과학기술로는 지구를 차갑게 식히기가 쉽지 않다.     


인간은 자연에 친절을 베푸는 만큼 자연을 파괴한다. 이기적인 인류는 생물권 붕괴에 앞장서며 자신을 궁지에 빠뜨렸다. 어찌할꼬! 지구의 멸망을 …     


책 소개     


『이기적 유인원』 니컬러스 머니 지음. 김주희 옮김. 2020.04.03. 한빛비즈(주). 219쪽. 17,000원. 

   

니컬러스 머니 Nicholas P. Money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마이에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가르치고 있다. 《효모의 발흥》 《버섯의 자연·문화사》 《미생물의 삶》 등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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