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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ug 05. 2023

『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책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됐다. 제목이 암시하듯 어떤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고 그 여파는 살아 있는 동안 내내 존재한다.     


나는 2015년에 교통사고로 며느리를 잃었다. 그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평범한 하루에 일어난 그 일이 우리 가족 전체의 삶을 완전히 바꾸고 계속되는 것을 운명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은 자란다.      


삶은 계속되고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단란한 일가족이 아이들의 친구까지 함께 일상적인 여행, 캠핑 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고 그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한다. 그 이후에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죽은 딸의 영혼이 관찰자로서 서술하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줄거리다.      


사랑하는 가족이 죽고, 중상을 입어 장애인이 되고 반면 피해 없이 온전한 가족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누구의 고의가 아닌 사고로 인한 것이건만 사고 이후에 각자가 한 행동에 책임이 따라온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한 행동이 결과적으로 잘 될 수도 잘못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그동안 개개인이 살아오면서 형성된 사고의 결과로 행동하게 된다. 

타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기적일 수도 있고 잘못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최선의 판단이고 다시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또 잘못된 결과를 초래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작가는 책 말미에 “혹시 거의 죽을 뻔했던 경험이 있었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이 그 상황에서 한 행동이 자랑스러운가요? 아니면 후회하나요?”라는 질문을 한다.     


  이 책은 뜻밖의 사고를 겪고 그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신이 했던 선택을 후회하는 사람들,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이 부끄러운 민낯을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삶, 나에게 닥치게 될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그리고 타인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나’를 위해 도덕성을 견고히 다지도록 경고한다.      


삶은 순간순간의 크고 작은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살아갈 정신적 삶의 안위가 결정된다. 그 선택의 순간은 언제든지 올 수 있다. 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삶은 길게 지속되고, 부끄러운 기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만회할 ‘다음’이라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이 트라우마로 작용해서인가 몇 번 책을 덮고 싶었다. 

그러나 끝까지 읽었다. 작가의 섬세한 표현이 너무 실감이 나서 읽는 내내 힘들었다.      


책 소개     


『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저, 김마림 옮김. 2020.12.10. 주식회사 열린책들. 492쪽.


수잰 레드펀(SUZANNE REDFEARN) ;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공과대학에서 건축을 전공. 2013년 [허시 리틀 베이비]를 발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캘리포니아 러구나비치에 살면서 주거 및 상업 설계 전문 건축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마림- 경희대 지리학과 졸업, 뉴욕주립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KBS 등 방송 영상 번역가로 활동, 현재 영국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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