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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ug 17. 2023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지음

작년 가을에 류시화 작가의 『인생 우화』를 읽었다. 작가가 여성으로 알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남성이라는 것을 알았다. 왜? 여성으로 착각했을까? 내 생각이지만 궁금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책이 『신의 비밀, 징조』라는 책이다. 주역 학자 초운 김승화 지음이다. 책 표지에 “우연이란 사실 우연히 발생하지 않는다!”, “그 징조는 어떤 미래를 알려주는가?”, “큰 사건 앞에 큰 징조가 온다. 그 징조는 어떤 미래를 알려주는가? 운명이란 무엇이고 징조는 어떻게 발생하는가?”라고 쓰여 있다. 읽고 나서 소심해졌다. 사소한 일에도 이것이 ‘징조’인가? 라는 의심을 하게 됐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내용의 책을 또 읽었다. 이것도 무슨 ‘징조’인가?     


류시화는 시인이다. 그리고 명상가라고 생각한다. 

책 머리에 “우리는 저마다 자기 생의 작가입니다. 우리의 생이 어떤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는지, 그 이야기들이 무슨 의미이며 그다음을 읽고 싶을 만큼 흥미진진한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우리 자신뿐입니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작가가 대학 시절과 졸업 후 생활하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만남에 관해 ‘필연적인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책 속에서 기억하고 싶은 글귀를 정리했다.     


삶은 때로 도둑보다 더한 것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때는 자신이 낯선 별에 불시착한 갈 곳 없는 영혼처럼 느껴진다. 산티아고는 어디든 갈 수 있는 바람을 부러워한다. 그리고 문뜩 깨닫는다. 모험을 떠나지 못하게 자신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 중에서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당신이 알지 못하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여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삶이 때로 우리의 계획과는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거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이다. 파도는 그냥 치지 않는다. 어떤 파도는 축복이다. 머리로는 이 방식을 이해할 수 없으나 가슴은 안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그 삶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이 좋아지고 가장 나다워지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를 멀리하고 기피 하는 이유는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이 싫어지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한때 우리 자신이었던 아이는 일생 동안 우리 내면에서 살고 있다.”라고 프로이트는 말했다. 그리고 릴케는 “모든 사람 안에는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이가 숨어 있다”라고 썼다. 틱닛한은 『화해』에서 ‘내면 아이 치유’를 이야기한다. “상처받은 아이를 처음 발견했을 때 우리가 할 일은 그 아이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일이다. 상처받은 아이를 알아보고 부드럽게 안아 주는 것은 아픔을 덜어 준다. 다루기 힘든 감정은 여전히 남겠지만, 아픔은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     


미국 시인 찰스 부코스키는 썼다. “무엇인가를 시도할 것이라면 끝까지 가라. 그러면 너는 너의 인생에 올라타 완벽한 웃음을 웃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싸움이다.” 어떤 길을 가든 그 길과 하나가 돼라.     


마음 챙김 명상에서는 감정들에게 이름을 불러 주라고 권한다. 슬픈 감정이 오면 “슬픔, 너구나, 어서 와.”하고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다. 신체적인 감각 역시 마음속으로 ‘가려움, 가려움’, ‘두통, 두통’하고 이름을 불러 주면 그것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습관과 거리를 두게 된다. 산만한 생각과 부정적인 감정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 방법이다.      


관계가 순수한 기쁨을 주는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자리하고 있는가? 자기희생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결과와 성장을 가져다주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관계와 작별하는 것은 잘못이거나 이기적인 일이 아니다.      


모든 일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며,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도 이유가 있어서 만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모든 만남에는 의미가 있으며, 누구도 우리의 삶에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내 삶에 왔다가 금방 떠나고 누군가는 오래 곁에 머물지만, 그들 모두 내 가슴에 크고 작은 자국을 남겨 나는 어느덧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지금은 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설명할 길이 없어도 언젠가 내가 꽃을 피우면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될 것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자신이 통과하는 계절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시간이 흘러 열매를 맺으면 사람들은 자연히 알게 될 것이므로. 인내는 단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인내는 앞을 내다볼 줄 알고 살아가는 일이다. 가시를 보고 피어날 장미를 아는 것이고, 어둠을 보고 떠오르는 보름달을 아는 것이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바닷물을 뚫고 달의 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라고 어느 시인은 썼다. 그런 노력 없이 상대방의 마음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내 계산법을 가르치려 드는 것은 병이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면 눈에 보이는 사물과 풍경들이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게 한다. 흔들리는 꽃나무, 바람의 향기, 새벽에 하얗게 사라져 가는 별들도, 그러나 어떤 것도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채워 주지 못한다. 사랑하는 이를 대신할 만한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는 날이 곧 세상이 끝날이 아니겠는가. 내가 삶에서 이룬 대부분의 중요한 일들은 내 앞에 나타난 일련의 표식들로 인해 이루어진 일들이었다. 표식들을 놓치지 않고 믿고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답이 얻어졌다.      


당신이 여행한 어느 골목, 어느 지점에선가 당신의 시선을 붙잡으려고 기다리던 어떤 표식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당신의 삶을 변화시켰을지도 모를 무심코 나눈 대화 속 한 단어, 우연히 넘긴 책의 한 구절이, 사람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왔을 때가.     

꽃들은 세상의 구경거리를 감상하는 법을 가르쳐 주네

모든 색깔을 알아차리려면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고     


이 책을 읽고 나니 제주도 속담이 생각난다. 

“이른이도 공, 늦은이도 공, 어느게 존지 모른다.” 

- 빨리하는 것도 좋고, 늦게 하는 것도 좋다. 어떤 것이 좋은 결과인지 모른다.     


세상일은 내가 생각한 데로 흘러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방심하고 지낼 수는 없지 않은가?

한번쯤 읽고 정신 수양에 도움을 주는 책이다.          


책 소개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지음. 2019.03.05. 도서출판 더숲. 254쪽. 15,000원. 


류시화. 

시인 경희대학교 국문과 졸업.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인도, 네팔. 티베트 등지를 여행하며 명상과 인간 탐구의 길을 걸었다. 오쇼,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바바 하리 다스, 달라이 라마, 틱낫한, 무닌드라 등 영적 스승들의 책을 번역 소개했다. 서울과 인도를 오가고 있다.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등이 있다. 잠언 시집, 인도 여행기, 하이쿠 모음집을 펴냈다. 번역서로 『인생 수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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