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논평가들의 찬사가 어마어마하다. “완전히 넋을 잃을 정도로 매혹적인 책.” 오프라 메거진 등.
이 책의 다른 제목은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지 첫 페이지에 “아빠, 이 책은 아빠를 위한 책이에요.”라는 글귀가 있다.
책 중에 ‘아빠’에 관한 글이 있다.
작가가 어렸을 때 아빠에게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빠는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넌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은 아버지의 모든 걸음. 베어 무는 모든 것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너 좋은 대로 살아.” 아버지는 수년 동안 오토바이를 몰고, 엄청난 양이 맥주를 마시고, 물에 들어가는 게 가능할 때마다 큰 배로 풍덩 수면을 치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게걸스러운 자신의 쾌락주의에 한계를 설정하는 자기만의 도덕률을 세우고 또 지키고자 자신에게 단 하나의 거짓말만을 허용했다. 그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과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책 말미 작가 감사의 말에 “아내에게…”라는 표현이 있어서 ‘남성’인 줄 알았는데 여성이다. 나의 고정관념을 수정했다.
책의 내용은 미국 스탠퍼드대학 초대 학장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출생에서 사망과 그 이후 이야기에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삽입한다.
작가가 양성애자로 살아가면서 실연의 시련을 겪는 시기에 데이비드의 분류학에 몰두해서 인생의 힘든 시기를 넘겨보려고 하는 고백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데이비드가 출생해서 미국의 분류학 대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전개한다, 그러나 책 중반부터 데이비드가 우생학 추종자로서 ‘거세 합법화’라는 악행을 저질렀고, 스탠퍼드 대학 설립자 제인 스탠퍼드를 독살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데이비드 전기 작가인 에드워드 맥널 번즈는 “데이비드는 미국이 낳은 가장 다재다능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교육자이자 철학자, 과학자로서뿐만 아니라 탐험가, 평화와 민주주의의 옹호자, 대통령과 외국 정치가들의 조언자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산봉우리 하나와 생물학 법칙 하나에 그를 기리는 이름이 붙었다는 점, 그리고 세계 평화 촉진을 위한 가장 훌륭한 교육안을 내어 상금을 받았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그의 천재성이 얼마나 폭넓게 발휘되었는지 헤아릴 수 있다. 벤저민 프랭클린과 토머스 제퍼슨 같은 거인들로 구현된 18세기의 위대한 전통 가운데 그가 속한다고 할 수 있다.”라고 칭송했다.
이 책이 출간되고 여섯 달 뒤, 스탠퍼드대학과 인디애나대학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름이 붙은 건물의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한다.
에모리대학의 유명한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 “우리의 상상 속 사다리에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와 다른 동물들 사이의 유사성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것은, 인간이 항상 하는 일이다. 과학자들이 동물들과 인간 사이에 거리를 두기 위해 기술적인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가장 큰 죄를 범하는 집단”이라고 지적한다.
생태학자 조너선 밸컴은 《물고기는 알고 있다. :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이라는 책에서 물고기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색을 보며, 특정한 기억 과제에서 인간보다 더 나은 실력을 보이고 도구를 사용하며, 바흐의 음악과 블루스를 구별한 줄 안다고 한다.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그 생물들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보다 인지적으로 훨씬 복잡하다는 점이다.
‘어류’라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경멸적인 단어다. 우리가 그 복잡성을 감추기 위해, 계속 속 편히 살기 위해, 우리가 실제보다 그 들과 훨씬 더 멀다고 느끼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다.
동물은 인간이 스스로 우월하다고 가정하는 거의 모든 기준에서 인간보다 더 우수할 수 있다. 까마귀는 인간보다 기억력이 좋고, 침팬지는 인간보다 패턴 인식 능력이 뛰어나며, 개미는 부상 당한 동료를 구출하고, 주혈흡층은 인간보다 일부일처제 비율이 더 높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을 실제로 검토해볼 때, 인간을 꼭대기에 두는 단 하나의 계층구조를 그려내기 위해서 무리한 논거를 주장하는 것이다.
인간은 가장 큰 뇌를 갖고 있지도 않고 기억력이 가장 좋은 것도 아니다. 가장 빠르지도, 가장 힘이 세지도, 번식력이 가장 좋지도 않다. 같은 배우자와 평생 함께하고, 도구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사다리의 층들은 우리 상상의 산물이며, 진리보다는 “편리함”을 위한 것이다.
다윈에게 기생충은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경이였고, 비범한 적응성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크건 작건, 깃털이 있건 빛을 발하건, 혹이 있건 미끈하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그 어마어마한 범위 자체가 이 세상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는 데는 무한히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사람이 성장하며 겪는 상실과 고통이 평생 잠재적으로 남아 인격을 형성한다. 그 사람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면 사회에 끼치는 영향도 그만큼 크다. 존경받는 학자, 과학자이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행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람들이 매스컴을 장식한다. 출판기념회를 하고 자기를 정당화한다.
이 책의 작가는 자신의 양성애적 성향을 고백한다. 전문방송인 다운 위트가 책을 읽는 동안 혼자 ‘킥킥’거리게 만드는 문장이 많았다.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