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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Nov 18. 2023

『언어의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지음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이 책의 소제목은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말과 글’을 사용해서 의사 표현하는 것이다. 

언어로 소통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유명인들이 말실수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오죽해야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생겼을까. 사람의 삶에 꼭 필요한 ‘말’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해서 이 책을 읽었다.     


저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중언어’전문가이다.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어와 영어를 구사하는 이중언어자로 성장했다. 자녀들도 ‘이중언어자’로 자랐다고 한다. 이 책의 주요 내용도 ‘이중언어자’에 관한 연구가 핵심 내용이다. 대한민국도 국제결혼이 많은 사회다. 부모가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이 생겼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중언어’를 사용한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단순히 단어와 문법을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소리와 의사소통 시 맥락에 맞게 그것을 적절히 사용하는 법을 습득하는 것을 포함한다. 단어만 안다고 언어를 배우는 게 아니다. 언어의 소리를 익히고 그것의 조합 방법을 알며, 어떤 구문 구조가 맞고 틀리는지 대화 상대자에게 어떤 표현을 하고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 등을 알아야 한다.     

 

외국어 학습은 큰 도전이고 어른이 되어 외국어를 배우면 습득에 한계가 있다. 새로운 언어 소리를 익히기 어렵기 때문에 외국어 억양이 생긴다. 단어의 미묘한 뜻을 몰라 종종 맞지 않은 단어를 쓰거나, 대화 중 틀린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매일 잠만 자는 것처럼 보이는 아기들은 어떻게 언어를 배운 걸까? 아이가 말은 안 해도 그들의 뇌는 주변에서 흡수하는 정보를 계속 처리한다. 생후 몇 개월 안 된 아기들이 언어에 관한 매우 정교한 지식을 얻는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빠르면 보통 1년이 지나야 말을 시작하지만, 6개월 즈음 이미 무시할 수 없는 많은 양의 단어를 비롯해 복잡한 언어 지식을 얻는다.      


아기는 엄마 목소리와 다른 사람 목소리를 잘 구분한다. 수개월 동안 뱃속에서 엄마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신생아는 엄마 목소리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엄마가 임신 중 사용한 언어도 좋아한다. 임신 중에 엄마가 스페인어를 했다면 태어난 지 이틀 된 아기는 낯선 사람이 하는 말이라도 스페인어를 더 좋아한다.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아홉 달 동안 많은 것을 배운다.     


인간에게는 본능적으로 말하려는 본능이 있다. 말하는 동안에는 대체로 청각 신호가 동반되는데, 이 신호에는 언어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단서들이 함께 한다.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우리는 보통 상대방의 입술 움직임을 본다. 이것은 우리가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시각 및 청각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후 4~6개월 된 아기들은 말하는 사람들이 찍힌 영상만 보고도 그들이 프랑스어를 하는지, 영어를 하는지 구별할 수 있다. 이런 구별은 두 언어에 노출된 아기들에게 8개월간 지속된다. 그러나 단일언어 아기는 그렇지 않다.      


이중언어 노출은 아기들이 언어를 구별하기 위해 입술의 조음 운동에 집중하는 일을 일시적으로 강화하고 지속시킨다. TV 소리를 무음으로 하고 배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맞혀보면 알 수 있다. 입술을 읽는 능력은 이중언어를 경험할 때 더 커진다. 6개월 된 아기는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소리와 들은 적 있는 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     


적어도 생후 6개월까지 아기들은 계속 노출되지 않은 언어에 대해서도 소리 대조에 민감하다. 이 능력은 음운 대조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지 않으면 아주 일찍 사라진다. 이런 구별 감각이 사라지는 대신 아기가 듣는 언어의 음소 간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는 감각이 예민해진다. 이런 현상을 ‘지각 좁히기 또는 지각 순응’이라고 한다.     


예전에 잠잘 때 녹음기를 틀어놓으면 머릿속에 기억으로 남는다는 소문이 있었다. 외국어 공부를 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했다면 전혀 효과가 없다. 언어를 수동적으로 노출하기만 해서는 별 효과가 없다. 외국어 학습에서 ‘사회적 상호 작용’은 아주 기본적인 표현 학습을 포함한 언어 습득에서 기본이다. 사회적 접촉이 외국어 학습에 중요한 요소이다. 의사소통을 통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환경에 있지 않고 단순히 언어에만 노출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 중 하나는 사용하는 언어와 억양이다. 아이들이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을 결정할 때 피부색과 언어가 어느 정도 중요한지 알아보는 실험 결과, 아이들은 같은 피부색과 같은 억양을 가진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다. 또 피부색이 같지만 외국인 억양이 있는 아이보다 피부색이 달라도 모국어처럼 같은 언어를 하는 아이들과 더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즉 친구를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는 피부색보다 말하는 방식이다.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책세상, 2005.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 크리스토퍼 팔리어는 연구에서 불어를 쓰는 부모에게 입양된 한국인 성인 8명을 선택했다. 입양 나이는 3세에서 8세까지 다양했고 이 아이들은 이미 한국어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입양 후 이들은 모두 한국어를 완전히 잊었고, 프랑스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입양아들은 한국어를 배운 적이 전혀 없는 것같이 모국어를 완전히 잊었다.     


길을 묻는 사람에게 설명을 듣는 쪽에서 복잡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머릿속에 전체 지도가 없고 설명을 듣는 대로 지도를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심상 지도에 작은 오류만 생겨도 왼쪽이 아닌 오른쪽을 돌게 된다. 의사소통을 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일화다.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의 관점과 설명을 듣는 사람의 관점이 부분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의사 소통을 할 때는 상대방이 생각하는 대화의 맥락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말하는 주제에 대해 상대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서로 가지고 있는 공통분모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아주 어려워진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실제로 우리에게는 ‘자기중심적 편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 상황에서 상대방이 나와 같은 정보와 관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다른 장기들처럼, 뇌도 나이가 들면 늙고, 노년기가 되면 이런 변화는 우리의 능력에 점점 더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나이가 들면 조금씩 뇌 가소성이 줄어들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힘이 더 들 뿐만 아니라 일부 영역은 줄어들거나 병이 든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뇌 용량도 줄어든다. 그리고 이런 감소는 백색질 뿐 아니라 회색질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노화는 주의력, 언어, 기억력 등과 같은 많은 기본 인지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인지 저하를 동반한다. 이중언어 사용은 인지 예비 용량의 발전과 뇌 손상 결과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넬슨 만델라는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면 그 대화는 상대방의 머리로 간다. 상대방의 언어로 말하면 그 대화는 상대방의 가슴으로 간다.”라고 말했다.      

언어의 사용은 진화론적으로 선사 시대 환경에서 변이성이 덜한 다른 특성보다 더 중요하고 눈에 띄는 특징이다. 몇 마디 말로 한 사람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국적과 사회 문화적 수준, 출신 지역 등을 쉽게 알 수 있다.      


성경 사사기 12장에 ‘쉽볼렛’(shibboleth)이라는 단어로 두 지파를 구분한 이야기가 있다. 두 지파가 첫 번째 음절을 다르게 발음했기 때문에 구별이 가능했다. 그 소리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사람들(4만 2천 명)은 죽임을 당했다.(길르앗 병사들은 에브라임 사람을 구별하려고 쉽볼렛이란 발음을 시켰는데 에브라임 사람들은 십볼렛이라고 발음해서 죽임을 당했다.)      


언어가 뇌에 전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말은 소리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 의미를 포함한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 배우는 외국어는 한계가 있다. 어휘와 표정, 입술 모양, 억양 등 종합 오케스트라와 같다. 외국어를 배울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책 소개.

『언어의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지음. 김유경 옮김. 2020.08.14. ㈜현대지성. 229쪽. 15,000원.


알베르트 코스타 Albert Costa.(1970~1018) 바르셀로나대학교 심리학 박사. 하버드대학교와 MIT에서 연구원. 이탈리아 국제고등연구소, 바르셀로나대학교 교수. 이중언어 분야 권위자. 2018년 사망.     

김유경. 멕시코 ITESM대학교와 스페인 카밀로호세셀라대학교에서 조직심리학 공부. 통.번역가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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