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책을 읽고 “미래는 영원히 오지 않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의 개념에 따르면 현재가 지난 시간은 과거이고, 앞으로 올 시간은 미래이다. 현재의 관점에서 ‘1초 후가 미래’라면 미래는 계속 1초 후가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미래는 영원히 오지 않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부제목은 『전례 없고, 불확실하며, 원치 않던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전·불·원’이라고 한다. 이제 내 나이에 ‘미래’가 있다면 얼마나 될까? 환갑이 지나면, 직장에서 정년퇴직하면, ‘여생’ 즉 ‘나머지 삶’이었다. 그런데 나머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라는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남녀 합쳐 84세로 집계되었다. ‘평균’이라는 말도 애매하지만 본의 아니게 84세까지 살아야 할 평균적 의무감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일곱 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되어있다. 1. 가능성의 예술, 2. 상상하지 않는 세대, 3. 붕괴의 필요성, 4. 만유漫遊사회의 등장, 5. 가상돌파구, 6. 전·불·원 변화와 그 대응, 7.예측가들의 특징이다.
우리는 행동하기 전에 늘 예측한다. 내가 그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그 행동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까, 누구에게 득이 되고 누구에게 해가 될까?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미래를 헤아린다. 단기간의 예측도 중요하지만 20, 30, 50년 후의 삶은 어떨까? 평소 생각해보기 쉽지 않은 일이다.
피에르 왝 Pierre Wack은 미래 연구자들에게 전설적인 존재다. 업계 하위에 머물러 있던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을 미래 예측을 통해 상위 그룹으로 끌어올린 탁월한 전략가였다. 그는 “미래 예측이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가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예측은 사회나 조직의 지배적인 시각을 바꾸는 전략적 활동이고 실효적 목표를 가져야 하며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성공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중2’를 독특한 시기로 본다. ‘중2병病’ 이라고도 한다.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엉뚱한, 때로는 우울증에 빠질 수 있는 시절. 어떤 사람들은 운 좋게도 자기 미래와 만난다. 자기 일에 만족하면서 주변으로부터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 중 상당수가 자신의 직업을 중2 때 찾았다. 그렇다면 중학교 2학년 시절은 사회적으로 우려되는 심리적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때가 아니라, 미래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시기가 된다.
기성세대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인다고 청소년기의 독특한 행태를 중2병으로 간주하는 것을 안 된다. 틀에 박힌 사회 운영과 조금의 변화나 변형의 노력도 병적으로 보는 기성세대의 완고한 태도가 문제다. 놀이아 창의력, 상상력 향상의 관계를 연구한 스튜어트 브라운은 저서 『플레이』에서 ‘유태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태보존은 성인이 되어도 미성숙함을 지닌다는 의미지만, 유태보존의 시기에 인간은 가장 유아적이고, 가장 유연하며, 가장 가소성(변화에 적극적인)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2는 성인이 되기 거부하는 저항감이 가장 극대화된, 유태보존의 마지막 시기에 겪는 고통이다. 중학교 때부터 자신의 미래를 알아보고 삶의 방향을 정할 지적 능력이 있다면 미래학 교육은 이때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영국에서는 2000년부터 청소년 미래 예측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정규 교육 과정으로 정착했다.
청년들이 미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미래 연구에 있어 중요한 주제다. 이들이 조만간 사회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이들이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사회의 모습은 바뀐다. 1960년 청년이었던 419세대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미래를 꿈꾸면서 산업화를 일궈냈고, 1980년대 청년이었던 386세대는 정치적 자유를 꿈꾸며 민주화를 일궈냈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어떤 세대로 기억될까. 그것은 이들이 어떤 사회를 상상하는가에 달려 있다.
하와이 미래학연구소는 미래를 네 가지 이미지로 분류한다. ‘계속성장’, ‘붕괴’, ‘보존사회’, ‘변형사회’로 나타난다. 우리는 도시 확대를 사회 진보로 본다. 그러나 도시가 발달할수록 그에 따른 ‘부정적 외부효과’도 커지고 있다. ‘외부효과’는 한 개인이나 조직의 행동이 다른 개인이나 조직에게 의도치 않은 혜택을 주거나 손해를 입히면서도 이에 대한 대가를 받거나 지불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부정적 외부효과는 환경오염, 음주운전 등 다른 개인이나 조직에 손해를 끼치는 것, 긍정적 외부효과는 연구개발이나 예방접종 등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데이터 교수는 새로운 경제의 원동력은 정보가 아니라 이미지라며 중요한 생산 자원은 의미이고, 생산은 상품에 이야기와 이벤트가 덧붙여질 때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능률이란 ‘시의적절한 의미의 전달’을 뜻하며, 명성은 부의 기초가 된다. 또 경제적 영향력은 콘텐츠를 지배하는 자들에 의해 좌우된다. 데이터 교수는 2006년 당시 한국을 꿈의 사회로 진입하는 첫 번째 국가로 평가했다.
앨빈 골드먼은 “과거를 회상하는 것에 장애를 겪는 환자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에서도 장애를 겪는다” 그래서 회상하는 능력, 과거를 자신의 주관대로 기억하는 능력은 다름 아닌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고, 더 나아가 공감하는 능력이다. 회상이라는 서사적 기억, 미래에 대한 예상, 공감, 그리고 상상력은 모두 뇌의 같은 부위에서 일어난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인간의 과도한 욕심일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과거의 수많은 인과적 조합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는 내가 원한 것도 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더 많다. 그때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때 버스를 타지 않고 지하철을 탔다면, 오는 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지 않았더라면, 파란불이 깜빡이는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지 않았더라면, 아는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 와 길 한편에 서서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이 시간에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이 모든 변수를 조합해서 내가 여기 있을 줄을 어떻게 예측 하겠는가.
영국국방부 2045년 예측 보고서(UK Ministry of Defense, 2014)는 ‘세계화, 기후변화, 범세계적 불평등, 혁신’ 네 가지를 미래 핵심 키워드로 소개했다. 2045년 미래에 보편화될 기술 목록으로 지능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진화된 시뮬레이션 기술, 가상현실, 암호해독, 인지과학, 인공지능, 바이오 및 재료 공학, 새로운 에너지 기술, 나노 기술, 자동화 기술, 로봇공학, 가상현실, 우주공학 등이다. 이외에도
신종 전염병의 창궐, 사막화와 홍수 등 기후변화의 위험성, 경쟁주의의 심화와 이에 저항하는 패배자 연합 정치 세력의 결집, 세계 인구의 65%가 도시에 거주하지만 그중 20억 명은 도시 슬럼에서 범죄와 과격한 세력의 온상이 된다. 경제 양극화 심화로 사회적 불안감의 증가와 다양한 소요 사태의 발생, 중국과 인도 등의 물 재난 등을 예상한다.
한국의 미래에 관해서 ‘2045년 통일 뒤의 한반도는 핵무기 보유국으로 중국, 일본 등과 군사적으로 경쟁하고 갈등을 빚을 수 있다.’라고 예측했다.
릿교대학 비즈니스디자인연구과 특임교수 히라카와 가쓰미는 “인구감소 이유로 ‘장래가 불안해서, 경제적 이유’ 등은 피상적일 뿐 본질이 아니다. 만일 인구감소의 이유가 불안한 미래 혹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한다면 지난 1200년 동안 인구감소 현상이 있어야 했다. 지금까지 계속 증가했다. 그렇다면 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일까? 여성의 결혼 연령이 높아지며 결혼율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는 ‘사회가 진보하기 때문’이다. 가부장주의와 장남 우대로 가족의 질서를 유지했던 권위주의에 대항해서 진보주의 확산으로 여성이 결혼보다 직장과 사회생활을 선택하고 있고 성평등과 자유의 확산은 사회가 진보한 결과 저출산, 인구감소로 나타났다.”라고 분석한다.
이에 따른 해법으로 인구를 증가시키려면 전통적인 가족관, 제도가 해체되어야 한다. 그 예로 혼외 자녀의 사회적 차별을 없앤 프랑스, 스웨덴에서 출산율이 증가했다. 그리고 인구감소에 대한 역발상도 필요하다. 인구감소를 ‘문제’로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과거 확대 균형에서 이젠 축소 균형으로 이동이다. 많이 만들고 많이 소비했던 과거에서 탈피해서 적게 만들고 적게 소비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기술의 변화는 수십만 년 유지되어온 우리 몸과 마음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흔들어대고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지적 존재와 함께 살 것을 강요하고 있다. 최근 목격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달은 세 가지 측면에서 새롭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1950년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어 1990년 컴퓨터가 세계체스 챔피언과 겨뤄 승리하면서 2010년 이후 빅데이터, 기계학습, 강력한 계산 기술 덕분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간의 몸을 변형할 수 있는 기술적 발전이 생명공학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전자 구조가 밝혀지면서 획기적인 이해의 수준으로 올라서다니 이제는 유전자를 변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유전자 정보의 해독, 유전자 세포 치료, 유전자가위 기술 등이 개발되었다. 앞으로 유전자 조작이 가능한 인류를 최근에는 유전자변형생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과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를 결합해 ‘GMO-사피엔스’로 부른다.
미래에는 ‘공학 기술의 도움으로 증강된 신체를 보유한 새로운 형태의 인류’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컴퓨터는 창의성을 판단하는 수준에서 아티스트에게 더욱 효과적인 색상 사용법을 직접 코치하고 있다. IBM 왓슨 컴퓨터는 어떤 색깔을 써야 심리적, 감정적으로 주목 받을 수 있는지 인간에게 코치하는 작업을 했다. 빨간색=확신, 노란색=혁신, 회색=미래주의 등으로 색깔과 그 색깔이 인간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입력돼 있다. 왓슨은 수많은 미술작품의 해석 논문과 문헌을 찾아 어떤 색깔의 조합이 미학적인지 분석한다. 어떤 이미지가 어떤 심리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와 함께.
1990년대에 유럽의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양자 전송을 확인했다. 2000년대 들어서 일본, 중국 과학자들도 실험에 성공했다. 중국은 특정한 튜브를 통한 전송이 아니라 공중에서 전송해 주목받았다. 당시 과학자들은 잡음이 많고 전송에 걸림돌이 많은 공중에선 양자 전송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중국은 성공했다. 최근에 미 항공우주국도 양자 전송 실험에 성공했다.
양자 전송은 물질 그 자체가 아니라 물질의 특성을 보내는 것이다. 최초로 양자 전송에 성공한 빈 대학의 안톤 젤링거 교수는 “원본임을 증명하는 물질의 질서를 뜻하는 특성이지 물질 그 자체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수는 약 60조 개라고 알려졌다. 몸의 세포는 생식 기능을 담당하는 생식세포와 그 밖에 체세포로 구성돼 있다. 체세포도 태어나고 자라고 또 죽는다. 우리 몸은 수많은 체세포가 태어나고 자라고 죽고 또 태어나는 반복 과정을 거친다. 체세포의 수명은 대개 30일 전후라고 한다. 11개월이 지나면 우리 몸은 세포의 관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몸이 된다.
우리 몸을 구성했던 체세포가 모두 사라졌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나다. 내 몸을 구성한 체세포는 바뀌었지만, 나라는 특성은 남아있다. 양자 전송을 통해 나라는 특성을 보낸 것이지 내 몸을 구성한 체세포를 보낸 것은 아니다. 그게 무엇일까? 내 몸의 유전자 조합일까. 영혼이나 의식이라고 부르는 그 무엇일까. 몸과 영혼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당신 누구요.라는 질문은 앞으로 대답하기 몹시 어려운 질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수학자 버노 빈지는 1993년 인공지능, 생명공학 네트워크의 발달로 호모 사피엔스를 뛰어넘는 머신 사피엔스(슬기로운 기계)의 등장을 예고했다. 머신 사피엔스가 인간으로부터 태어났지만, 인간의 능력을 압도하기 때문에 인간의 시대를 끝장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단백질 변성은 단백질에 온도 변화, 압력, 초음파나 자외선, 산 등 화학적 물리적 변화를 가하면 단백질의 고유한 성질이 없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비자연적 욕망이라는 의미는 자연적 질서를 거스르는 욕망을 표현한 것이다. 죽음은 트랜스휴먼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고칠 수 있는 병으로 간주되며, 인간의 몸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변형할 수 있어야 한다. 트랜스휴먼 시대의 주요한 규범 또는 가치는 인간 증강이며 그 목적은 무병장수의 인류,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우주에서 거주하는 신인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순수 인간과 트랜스휴먼의 반대쪽에는 휴머노이드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과 이런 인공지능 로봇의 자손이라 불릴 수 있는 순수 기계가 자리 잡고 있다. 휴머노이드 또는 안드로이드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은 앨런 튜링이 언급한 ‘생각하는 기계’이며 ‘영혼 있는 기계’ 슬기로운 기계 등을 일컫는다.
2005년 싱가포르 정부는 라스RAHS(Risk Assessment and Horizontal Scanning) 라는 미래 연구 방법론을 개발하고 2007년 라스 실험연구소를 발족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미래의 위험 요소를 조기에 발견하고 평가하며, 싱가포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어느 특정 미래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그 미래를 확정하기보다 미래를 상시적으로 연구하고 변화하는 미래를 추적하듯 탐구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라스 시스템에는 미래 예측의 모델을 개발하는 것, 자료를 모으고 그것을 의미 있게 연결하는 것, 초기 이슈를 찾아내고 변칙의 패턴을 발견하는 것, 정부 내 다양한 부처의 분석가들과 협업하는 것,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 다양한 결과를 예상해보는 것이 있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적응하고 대응하려면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옳았다고 생각했던 시각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쳐야 한다. 사회적 변화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과 막연히 맞는 사람의 차이는 클 것이다. 고사성어 ‘유비무환’이 생각난다.
책 소개
『미래 공부』 박성원 지음. 2019.07.29. ㈜글항아리. 315쪽. 16,000원.
박성원. 2007년 미국 하와이대학 정치학과 대학원에 입학, 미래학 공부. 2012년 ‘참여적 미래 연구의 효용성’을 주제로 박사학위 취득.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에서 기술 예측에 따른 사회변화를 연구했다.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예측 방법론을 가르쳤다. 국회미래연구원에서 중장기 국가미래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2010년 세계미래연구전문가협의회 우수논문상, 2013년 저널 오브 퓨처 스터디스 최우수논문상, 2017년 세계미래학연맹이 수여한 탁월한 젊은 미래학자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