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독서』 에밀 파게 지음

〈내 삶의 기초를 다지는 근본적 읽기의 기술〉

by 안서조

이 책은 유유출판사 『단단한 공부』 시리즈에서 알게 되어 읽었다.


저자 에밀 파게는 65세의 나이에 니체를 포함한 같은 시대의 철학자들의 책을 꼼꼼히 읽었다. 그 결과의 산물로 이 책이 만들어졌다. 이 책은 지금도 프랑스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단순한 독서법을 넘어 글쓰기 공부까지 할 수 있다.


이 책을 우리나라에서 최초 번역한 사람은 이휘영 교수이다. 1959년 ‘독서술’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됐다. 독서법 책 중에는 고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대에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적용할 수 있다. 책에서 기억하고 싶은 내용을 정리했다.


부제목은 〈내 삶의 기초를 다지는 근본적 읽기의 기술〉이다.

책을 읽을 줄 안다는 건 기술이 있다는 말이다.

책을 읽기 위한 기술, 독서의 기술이라는 것. 열 가지로 분류한다.

1장 느리게 읽기, 2장 생각을 담은 책 읽기, 3장 감정을 담은 책 읽기, 4장 연극 작품 읽기, 5장 시인 읽기, 6장 난해한 작가 읽기, 7장 조악한 작가 읽기 8장 독서의 적, 9장 비평가 읽기, 10장 거듭하여 읽기.


책 읽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면, 우선 책을 천천히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계속 천천히, 자신이 마지막으로 읽게 될 소중한 책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천천히 책을 읽어야 한다. 언제나 책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책에서 얻은 사상이 그저 자신이 만들어 낸 생각이 아니라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를 자문하며 천천히 읽어야 한다. ‘이것이 맞을까?’ 독자는 계속해서 이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


천천히 읽기는 제일 우선하는 원칙으로 모든 독서에 적용된다. 그것은 독서 기술의 본질과 같다. 천천히 읽기를 제외하고 어떠한 기술도 보편적 독서의 기술이 될 수 없다. 다만 다양한 작품에 따른 서로 다른 독서의 기술들이 있을 뿐이다.


〈생각을 담은 책 읽기〉 생각을 담은 책에 맞는 독서법은 지속적인 비교와 대조가 중요하다. 생각을 담은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책장을 뒤로 넘기는 만큼 앞으로 되짚어가며 읽는다. 책을 읽어 나가는 동시에 이미 읽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사상가의 생각은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단번에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생각을 개진해 나갈수록 점점 보충되고 분명해진다. 전체를 읽지 않고 그 책을 이해했다고 주장할 수 없다.


플라톤을 읽을 때 처음 알아차리게 되는 작가의 보편적 생각은 소크라테스를 죽게 만든 아테네 민주 정치에 대한 혐오다. 바로 그곳에서 정치에 관한 플라톤의 모든 생각이 시작되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의 다른 책 『법률』과 비교하면 플라톤이 무엇보다 귀족 정치 옹호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모순은 없을까? 군중은 법을 만드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을까?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생각에 잠길 수 있다. 그리고 다시 각각의 생각을 비교 대조하고 검사해 본다. 하나의 생각을 다른 생각으로 바로잡으면서 즐거움을 맛본다. 이 즐거움은 우리가 사상서를 읽을 때 발견하는 생각의 즐거움이다.


진정한 지적 행복이란 바로 정신적 자유이다. 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비슷한 거리를 두고 그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지적 작업에서 필요한 것은 포기도 승리도 아니다. 포기하면 언제나 의기소침해지기 마련이고 승리는 언제나 공허한 법이다. 철학자를 대하는 독서는 일종의 펜싱 경기와 같다. 미리 대비책을 세워 둔 상태에서 정신은 끊임없이 새로운 힘을 받아들인다.


〈감정을 담은 책 읽기〉 조금 빠르게 읽어도 좋은 책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 영혼에서 나오는 감정을 재료로 삼는 작가의 책이다. 이때에도 정도를 벗어난 빠름을 말하는 게 아니다. 또 다른 형식적 측면에서 깊게 고민해야 할 뿐 아니라, 토론해야 할 필요마저 있기에 결국 조급함과는 상반된다.


작가는 우리에게 감정을 불어넣고자 한다. 철학자가 생각의 씨를 뿌리듯 감정을 다루는 작가는 감정의 씨를 뿌린다. 작가는 우리가 감동하기를 바란다. 감동이란 작가가 작품 속 등장 인물에게 내맡긴 감정을 독자와 나누는 일이다. 우리를 창조된 등장인물의 다양한 정신 상태 안에 들어갈 수 있게 한다. 독자를 열광시키는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니게 된다. 우리는 현재 눈앞에 나타난 등장인물 속에 마술사가 그려 준 장소 속에 산다. 우리는 아주 멋진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는 꿈속에서 깨어난 느낌이 든다. 소설의 허구는 현실이 스며들어 있을 때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현실이 스며든 허구를 겪고 나서야 현실은 우리에게 더욱 재미있고 유익해진다.


〈연극 작품 읽기〉 희곡은 읽기 위해 쓰는 것일까? 나는 듣는 만큼이나 읽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서는 공연의 권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배우들의 연기, 그들의 낭독에서 나오는 표현의 힘, 우리에게 설파하고자 하는 영향력이나 지배력, 우리는 책을 읽음으로써 이들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단순히 연극의 양식뿐 아니라 구성이 어떠한지, 작품이 내적으로 잘 배치되었는지, 작품의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좋은 희곡을 읽는 데에는 매우 특별한 독서 방법이 있다. 우선 해당 작품이 극장에서 자주 상영된 것이어야 한다. 작품을 읽으면서 동시에 작품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극작가는 자기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는 것을 보며 글을 쓴다. 배우가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그들을 어떻게 묶을 수 있는지, 그들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취하는 이런저런 행동을 미리 볼 수 있어야만 좋은 작품을 쓴다. 마찬가지로 독자도 자신이 읽는 작품이 마치 무대에 올려진 것처럼 실제 배우들이 말을 주고받거나 대사를 읊조리는 것을 듣는 것처럼 봐야 한다.


희곡을 읽으면서 얻는 기쁨이 있다. 서로 다른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다양한 문체를 관찰하는 즐거움이다. 특히 극작가는 여러 문체를 사용한다. 여러 문체가 있어야만 서로 다른 인물들이 말할 수 있다. 문체만큼 다양한 인물이 있게 된다.


〈시인 읽기〉 엄밀한 의미에서 시인이란 서사시인, 애가시인, 서정시인을 말한다. 이들을 읽는 방식은 웅변의 달인이거나, 산문이라도 운율 때문에 음악이 되는 부류의 산문시인과 어느 정도 차이를 두어야 한다. 처음에는 매우 낮게 읽고 그다음에는 소리 높여 읽어야 한다. 소리를 높여 읽는 까닭은 귀로 듣고 운율과 음성적 균형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음성적으로 균형 있는 문장이란 대상이 자연이라는 음악이든 풍경이든, 어떤 행동이든 감정이든 혹은 생각이든 간에 소리로 그리는 문장을 말한다. 문장에 균형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선 몇 번 음절의 장음과 단음을 살펴본다. 이러한 이유는 리듬을 타며 특정 단어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독서의 적〉 독서의 적은 단순히 독서를 방해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 시대는 책을 읽는 사람을 위한 시대도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 고대인들은 집에 틀어박혀 며칠이고 책 한 권에만 할애할 시간을 가졌다. 현대인은 바쁘다. 책 한 권에 매달릴 시간은 없다. 책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읽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 그 책이 내는 소리를 듣고 잘 이해할 수 있다.


독서의 주적은 올바른 책 읽기를 방해하는, 독서가 매우 유익하고 즐거운 것임을 알지 못하게 하는 일련의 습관이나 경향, 버릇이다. 자기애, 소심함, 몰입이나 비판적 정신이다.


자기애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에 생긴 질투심으로 책을 읽거나 읽는 도중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독서에서 적이란 인생 그 자체의 야심, 사랑, 탐욕, 증오, 특히 정치적 증오, 질투, 경쟁, 각각의 분쟁, 이 모든 것이 삶을 뒤흔들고 폭력적으로 만들며 미지의 무언가를 읽을 생각에서 멀어지게 한다.


서글픈 노년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독서의 주적에 맞서 우리 자신을 지켜야 한다. 책은 우리에게 남을 마지막 친구이며, 우리를 속이지도 우리의 늙음을 나무라지도 않기 때문이다.


〈거듭하여 읽기〉 읽기는 감미롭다. 그리고 거듭하여 읽기는 더욱 감미롭다. 소르본대학이 철학 교수 루아예 콜라르는 “내 나이에는 더는 책을 읽지 않아. 다시 읽을 뿐이야.”라고 했다. 거듭하여 읽기는 노인들의 즐거움이다. 아울러 모든 연령에 즐거움과 이로움을 선사한다.


다시 읽어야 할 이유는

첫째,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다시 읽는다.

둘째, 작가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

셋째, 미세한 차이를 드러내는 문체를 즐기기 위해 다시 읽는다.

넷째, 의식적으로 자기를 과거의 자신과 비교하기 위하여 다시 읽는다. 특정 나이에 접어들면 우리는 ‘내가 젊어서 푹 빠졌던 그 책이 내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자신에게 물어보면, 여전히 예전만큼 느낄 수 있는지, 예전과 변함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경험이 주는 효과가 언제나 위안을 주거나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예전에 봤던 아름다운 장소는 이제 평범하게 보이며, 그것은 누구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과대 평가된 부분이 있었다. 오래된 친구들은 조금 따분해 보인다. 아름다운 책들도 조금은 그 색이 바랜 것 같다. 풍경이나 책이 예전에 담고 있던 것을 지금도 똑같이 담고 있어도 우리 자신이 변했기 때문이다. 스무 살에 눈물을 쏙 빼놓던 소설이 이제는 심드렁할 수 있다. 나 자신이 착각했던 것이 아니다. 그 책이 그때 그 나이의 당신을 위해 쓰였던 것이지 현재 나이의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스무 살 나는 소설을 사랑했지

이제 더는 읽을 시간이 없구나

행복은 가고 사람은 변했네

더 멀리는 아니라도 더 명확히 보고 싶네


어떤 작가를 다시 읽든지, 더 많이 느끼든, 더 적게 느끼든, 더 잘 이해하든, 덜 이해하든 그 모든 것은 우리 인생에서 일어난 사건의 일부이며 그 원인 또한 우리의 삶에 있다. 따라서 다시 읽는다는 것은 다시 살아간다는 것이다. 다시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기억을 읽는 것이다.


원서의 내용 전달이 잘 안된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천천히’ 읽기이다.


책 소개

『단단한 독서』 에밀 파게 지음. 최성웅 옮김. 2014.10.24. 도서출판 유유. 255쪽. 12,000원.

에밀 파게 Emile Faguet(1847~1916)

19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인문학자. 소르본대학의 교수. 볼테르, 루소 등 많은 프랑스 문학가와 철학자의 글과 생애를 연구하였다.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정회원 40인 중 한 명. 지은 책으로 『16, 17, 18, 19세기의 문학 연구』 등.


최성웅.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불문학과 독문학 공부. 프랑스어, 독일어 통번역가로 활동. 옮긴 책으로 『창조적 사진 전략』 등. 누구나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프랑스어 학습 카페 cafe.naver.com/pasdequoi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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