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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pr 16. 2024

『다산의 마지막 습관』

조윤제 지음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큰 글자 책 보급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된 책이다. 나이 들어감에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것인지? 판단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모르는 것은 고전을 통해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다산은 스스로 묘지명을 쓰면서 “내 나이 예순, 돌아보니 한 갑자를 다시 만난 시간을 견뎠다. 나의 삶은 모두 그르침에 대한 뉘우침으로 보낸 세월이었다. 지난날을 거두어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이제부터 빈틈없이 나를 닦고 실천하고 내 본분을 돌아보면서 내게 주어진 삶을 다시 나아가고자 한다.”라고 했다.     

예순이 되어 ‘빈틈없이 나를 닦고 실천하고 내 본분을 돌아보면서 주어진 삶을 다시 산다’라는 다산의 다짐에 숙연한 마음이 든다. 늦었지만 본받아야 하겠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라도 뜻하지 않은 고난을 만날 때가 있다. 스스로 초래한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 혹은 환경 때문에 전혀 뜻하지 않게 맞닥뜨릴 때도 있다.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하기도 어려운 재해가 뜻하지 않는 순간에 다가온다. 누구나 이런 힘든 상황이 닥치면 마음의 고통을 겪고 흔들리게 된다. 이때 마음을 바르게 잡을 수 있다면 고난을 이겨낼 수 있다. 마음을 잡지 못하면 휩쓸려 무너진다. 다산은 고난을 기회로 삼아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몸을 바로 세우고 자신이 해야 할 일, 이루고자 하는 일에 집중했다.    

  

그 결과 한자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책을 저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저술한 500 여권의 책 중에 이른바 '1표 2서'라고 불리는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는 정약용의 주요 저서로 꼽힌다. 다산은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책상에 앉아 글을 썼다. 전기에 보면 복숭아뼈가 세 번이나 구멍이 날 정도로 한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고 글을 썼다.     


유배지에서 최악의 절망 상태, 삶을 포기할 수도 있었던 극단적인 고난의 시간에서 다산이 자신을 찾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 일까? 그것은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가 학문에 있고, 오직 집필을 통해서만 삶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인간의 마음은 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음으로 몸을 다스리지만 반대로 몸을 바로 잡음으로써 마음을 잡을 수도 있다. 다산은 이것을 분명히 알았다. 일생의 꿈을 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마음을 다잡고 몸을 바로잡는 수신을 이룰 때 꾸준하게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 품었던 꿈을 이룰 수 있다.     


중국의 대학자 순자는 “군자의 학문은 귀로 들어와 마음에 붙어서 온몸으로 퍼져 행동으로 나타난다. 소인의 학문은 귀로 들어와 입으로 나온다. 입과 귀 사이는 겨우 네 치에 불과하니, 어찌 일곱 자나 되는 몸을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가르침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는 게 진정한 공부다. 공부의 마지막은 일과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인간은 허공에 흩어지는 말이 아니라 땅에 남기는 발자국으로 스스로를 증명한다.     


자식의 앞날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부모의 불의와 부도덕을 보이는 것보다 아이에게 더 큰 불행은 없다. 아이가 남을 속이지 않는 사람, 바른길로 뚝심 있게 나아가는 어른, 흐트러지지 않고 예의 바른 시민이 되길 원한다면, 먼저 아이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성공보다 더 소중한 게 바로 진정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 것임을 말이 아닌 몸으로 보여줘 몸과 마음에 새겨줘야 한다. 


사람은 보고 듣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존재다. 대한민국에서 현재 진행형인 ‘조국 사태’가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자녀의 출신 양명을 위해 권력으로 부정 입학하고 의사면허를 받은들 그 자녀에게 무엇을 가르쳤는가? 입으로는 정의를 말하고 행동은 불의를 저지르는 파렴치한 행태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다산처럼 죽음과 삶의 무게를 가늠해야 할 상황에 처하는 경우는 드물지도 모른다. 친구 간의 우정은 소중하지만, 친구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도 상상하기 어렵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바로 죽음과 삶의 의미다. 그 어떤 삶에도 지켜나갈 소중한 가치가 있다. 그 어떤 죽음보다 삶은 더 소중하다. 죽음 이후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이룰 수 없지만, 삶은 그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다. 모든 삶은 찬란하다. 계로가 죽음에 대하여 질문하자, 공자는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라고 대답했다.     


그 어떤 높은 이상도 땅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기 집 쓰레기 분리배출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지구온난화를 걱정한다면 우스꽝스러워 보일 뿐이다. 자신은 물론 온 집안이 부도덕한 사람이 사회의 정의를 외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높은 이상도 그 시작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자신이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 가는 일상이다. 일상에서 증명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인정받을 수 없다.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죄를 지은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현실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내가 비정상인 것 같은 착시현상마저 느낀다. 국민의 세금으로 개인의 사적인 용도에 사용하고 죄의식도 없다.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고작 10만 원이라고!     


아침에 일어나 귀찮음을 떨치고 침대를 정리한다. 사소한 일이지만 나는 하루의 시작부터 이겨냈다. 첫 번째에서 이겼다면 두 번째에서도 이길 것이고, 그렇게 이겨낸 경험이 쌓이면 승리는 습관이 될 것이다.     


공부의 목적은 지식을 쌓아 출세하는 데 있지 않다. 만약 가족이 굶주리고 아프다면 어떻게든 그 형편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나를 키워준 부모를 봉향할 수 있어야 한다. 배움의 목적은 사람답게 사는 데 있다. 우리는 부모가 되고 나서야 너무 늦게 부모의 마음을 깨닫는다.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살을 살아가는 자세는 당연히 필요하다. 굳건한 마음이 없으면 일을 이루기 힘들다. 하지만 천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듯이 삶 자체도 언제나 순탄하지만 않다. 법과 원칙대로만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많고, 때로는 정의롭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소신과 믿음을 함부로 굽혀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과감한 결단과 함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세심함도 갖춰야 한다. 용기란 떨쳐 일어나는 굳센 기운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을 할 수밖에 없을 때 필요한 힘’이다.     


『맹자』는 “받을 수도 있고, 받지 않을 수도 있는데 받으면 청렴함에 상처를 입는다. 줄 수도 있고 주지 않을 수도 있는데 주면 은혜에 상처를 입는다. 죽을 수도 있고 죽지 않을 수도 있는데 죽으면 용기가 상하게 된다.”라고 했다.      


인간의 삶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선을 그은 것처럼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옳고 그름도 마찬가지다. 만약 무엇을 가지고자 할 때 갖는 것이 옳다는 확신이 없다면 차라리 갖지 않는 것이 맞다. 굳이 베풀지 않아도 되는 사람에게 은혜를 베푼다면 차라리 베풀지 않음만 못할 수 있다. 진정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무모한 죽음은 진정한 용기가 될 수 없다. 죽음을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되고, 아무런 의미 없이 죽음을 선택해서도 안 된다. 그것은 소중한 삶의 가치를 모욕하는 것이다.     


실력에 상관없이 오직 자기편만 챙겨 능력 있는 인재의 등용을 막고 자기편일 경우 어떤 잘못도 눈감아주지만, 다른 편의 경우 이유 불문하고 공격한다.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권에서도 이런 일이 왕왕 벌어지고 있다. 여당, 야당 나누어 자기편에 유리한 쪽으로 ‘국민’을 내세워 사리사욕을 챙기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맹자는 인 의 근본을 이야기하면서, 그 시작은 가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바로 곁에 있는 가족부터 사랑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라는 것이다. 공자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부자父子 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음으로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세상 사람들을 사랑함으로써 온 세상에 사랑이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바로 삼강오륜에 있는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의 앞 세 가지이다.   

  

다산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마음을 다스리고 성품을 기르는 것. 이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삶의 근본을 세우는 것, 책을 통해 이치를 궁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봤다. 우리의 삶도 중요하지 않은 일, 하지 않아도 될 일 때문에 정말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곤 한다.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일로 인해 고민과 근심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쓸데없는 근심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은 중요한 일, 시급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바로 우리 삶을 통해 이뤄야 하는 일, 나 자신에서 시작해 나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이로운 보탬이 되는 일이다. 인생은 짧다. 중요한 일을 시급하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누구라도 자신에게 맡겨진 일은 충실하게 해내야 하고, 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성격이 괜찮아도 맡은 일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은 사회에서 인정받기 힘들다.     


일상의 삶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필요한 것이 신속한 결단과 정확한 결정이다. 묵혀두어서도 안 되고 어긋나서도 안 된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도록 해주는 것은 경험과 지식이다. 이를 ‘식견’이라고 한다. 갈림길 앞에서 최악의 선택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판단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고,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이 책에 있는 내용은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노력도 하지 않고 못 하겠다.라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것이 공부하는 목적이다.     


정약용(丁若鏞, 1762년~1836년) 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실학자·저술가·시인·철학자이다. 본관은 나주, 아명은 귀농(歸農), 자는 미용(美庸), 호는 다산(茶山)·사암(俟菴)·탁옹(籜翁)·태수(苔叟)·자하도인(紫霞道人)·철마산인(鐵馬山人)·문암일인(門巖逸人), 당호는 여유당(與猶堂)이며, 시호는 문도(文度)이다.  

2012년, 다산 탄생 250주년을 맞아 '2012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장 자크 루소와 헤르만 헤세가 함께 선정됐다.      


저서

《목민심서》 : 백성을 다스리는 지방 목민관(牧民官, 수령)의 마음가짐과 태도 등을 저술한 책.

《흠흠신서》 : 판결과 형벌 및 치옥(治獄)에 대한 주의와 규범에 관한 책으로 사람의 생명에 관한 일을 가벼이 처리하지 않도록 유의할 점을 적은 책.

《경세유표》 : 관제·군현제와 전제(田制)·부역·공시(貢市)·창저(倉儲)·군제·과거제·해세(海稅)·상세(商稅)·마정(馬政)·선법(船法) 등 국가 경영에 관한 일체의 제도 법규에 대하여 적절하고도 준칙(準則)이 될 만한 것을 논정(論定)한 책. 을 저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 소개

『다산의 마지막 습관』 조윤제 지음. 2022.08.11. 청림출판(주). 431쪽. 18,000원.


조윤제. 고전연구가.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삼성전자, 삼성영상사업단 (주)스타맥스에서 근무했다. 지은 책 『천년의 내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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