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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l 05. 2024

『함성』 김선주 지음

이 소설은 우리나라 6.25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김선주는 우리나라 여류작가로서 세계한글작가대회조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야기는 작가가 어느 전시회에서 만난 화가의 이야기를 각색하였다고 한다. 전쟁에서 정규군이 아닌 유격대원이 주인공이다.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은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 해방된다. 해방은 되었지만, 자력으로 된 해방이 아니다. 미국, 소련, 중국 등 강대국에 의해 갑자기 찾아온 해방정국은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대립하는 혼란한 사회가 된다. 해방되어 통일된 나라에서 평화롭게 살기를 바랐던 일반 국민은 이념 갈등의 희생양이 된다. 주인공 천인화의 아버지는 개성에 있는 교회 목사다. 천인화의 아버지는 공산주의가 앞으로 독재정치를 하고 서민을 폭압 할 것을 예상하고, 천인화를 공산 치하에 살게 할 수 없다는 결심을 하고, 아들을 서울 육군본부에 있는 중학교 과정 육군정보학교에 입학시켰다. 천인화는 육군 대위 신분으로 평양에서 활동한다.

 1950년 6월 25일 김일성의 기습 남침으로 당시 평양에서 정보 활동 중인 천인화는 고립된다.     


신분을 감추고 전시 상황을 탐색하며 황해도 구월산으로 잠입한다. 당시 북한의 공산 치하에서 순진한 백성들은 사상이나 이념이 무엇인지 모른 체 무차별 약탈과 살인 자행하는 폭압에 시달리다 피난길에 오른다. 구월산은 황해도 일대의 명산이었다. 웅장하고 깊고 수려한 골짜기로 피난민이 모여들었다.      


그러던 중, 구월산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 내무서원들이 부모님을 학살하고, 교회에 불을 질렀다는 소식을 듣고, 누이동생 설화도 만난다. 그때부터 천인화는 설화를 데리고 구월산 유격대를 조직한다. 구월산 깊은 곳에 젊은 남자들이 옹진 청년방위대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다. 천인화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300여 명의 애국청년을 모아 유격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구월산 유격부대’라는 간판을 걸었다.     


1950년 9월 15일 미국 맥아더 장군이 인천 상륙을 하여 9월 28일 서울을 수복하고 북진한다. 유격대원들은 도주하는 북한 패잔병을 소탕하며 전공을 세운다. 북한군은 천인화가 이끄는 구월산 유격부대에 피해를 당하는 일이 많아지자, 소탕 작전을 한다. 무기도 변변히 없고 보급받지 못하는 구월산 유격부대는 인민군에게 밀려 1951년 1월 22일 개성 앞 바다에 있는 웅도로 피신한다.      


전쟁은 중공군의 개입으로 장기전이 되고 유엔군은 압록강까지 올라갔다가 후퇴한다. 대한민국 정부와 미 사령부에서는 북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유격부대를 ‘통기 부대’로 일원화하고 명령을 지시하고 보급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통기 부대란 번개같이 나타났다. 번개처럼 사라지는 스페인의 신비한 당나귀처럼 쉬지 않고 부지런하며 용맹하다는 뜻이었다. 지루한 외국 전쟁에 강대국들은 휴전을 추진한다.      


유격대들은 휴전을 반대한다. 천인화가 이끄는 구월 부대는 인민군의 공격으로 웅도에서 퇴각한다. 그 사실을 보고 받은 미 사령부 브라운 사령관은 천인화와 구월 부대원을 무장해제하고 포로 신분으로 백령도로 이송한다. 국가가 위기에 빠져 국민을 구하지 못할 때, 유격대를 구성하고 인민군에게 항쟁한 공로를 인정하지 못할망정 포로로 포로수용소에 가두는 처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또 다른 이념 전쟁의 전쟁터였다. 인민군 출신과 의용군, 공산주의에 항거한 유격대원 들과 밤마다 살인과 린치가 자행하였다. 포로수용소를 관리하는 미군 준장 포로수용소장을 납치 감금되는 사건도 서슴지 않았다. 포로 석방을 앞두고 심사하는 과정에서 구월산유격대원 신분이 노출되고 인민 해방 동맹원들의 습격을 받는다. 극적으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천인화는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다. 결국 손목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고 불구의 몸으로 살아난다. 야전 병원에서 구월산유격대 간호사로 있던 정순이를 만난다. 석방되고 천인화는 육군 대위 신분을 회복하고 구월산 유격부대원에 대한 전공이 인정된다. 부대원들은 희망에 따라 군인이 되거나 사회인으로 직업을 알선받아 살아간다. 


고향을 지척에 앞둔 인천 월미도에 정착한 이들은 보육원 원장, 법무사 등 직업을 갖고 산다. 천인화는 정순이와 결혼하고 월미도에 횟집을 차려 산다. 아들에게 횟집을 물려주고 구월산부대원들은 ‘구월회’를 만들고 정기 모임을 하며 옛날을 회상한다. 하루라도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어느덧 70년이 흘렀다.     


책 중에서     

그가 구월산에서 그토록 치열하게 싸운 것은 인간의 기본 권리인 자유를 찾기 위함이었다. 인간이 자기가 좋아하는 땅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유롭고 평화롭게; 자연에 순응하며 살고 싶은 욕망, 그것보다 더 간절한 소망이 어디 있겠는가. 젊은 날엔 그것이 열정이라고 생각했다. 무수한 세월이 흐른 뒤, 지금 와서 깨달은 것은 그것이 곧 인간의 근원적인 권리이며 당당한 요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기본 권리는 번번이 무참하게 무시되곤 했었다. 개인은 너무나 힘없고 나약한 존재일 뿐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수없이 희망을 죽이며 오로지 바다를 바라보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수없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의 고향은 저승처럼 멀었고, 젊은 날의 패기와 야망은 모두 타버린 재처럼 사위어버렸고, 파 뿌리처럼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에 팔 병신인 늙은 횟집 주인으로 목숨을 이어갈 뿐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을 편안하게 영토에서 자유롭게 살도록 만들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기관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면 외침 700여 회 당하면서 권력자들, 국가를 운영하며 책임질 자들은 자기들의 사리사욕에 국민은 안중에 없고 당파싸움으로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한다.      


작금의 사태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야당의 입맛에 맞게, 여당은 여당대로 자신들의 입장 옹호에 급급해한다. 말로는 ‘국민’을 부르면서 하는 짓은 ‘나’만 잘살겠다는 심보가 훤히 보인다. 역사를 잃은 민족은 존재할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정신 차리기를 바란다.     


책 소개

『함성』 김선주 지음. 2023.07.12. 도서출판 도화. 420쪽. 15,000원. 


김선주. 충북 청주 출생. 이화여대 불문학과 졸업. 1985년 단편소설 『갈증』으로 월간문학 신인상 수상. 등단. 장편소설 『파라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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