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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l 16. 2024

『위대한 대화』 김지수 지음

〈인생의 언어를 찾아서〉

이 책의 부제목은 〈인생의 언어를 찾아서〉이다.

내용은 작고한 이어령 교수 등 국내외 유명 인사 18명을 인터뷰한 것이다.     


공감가는 글.     

이어령. 진리는 도서관에도 있고 길바닥에도 있고 쓰레기통에도 있다. 쉽게 주어졌어도, 우리는 애써 못 가질 것들만 찾아다니니, 불행하다. 내가 빨간 옷 입었다고 산타클로스가 되는 게 아니듯 책 읽었다고 지혜자가 되는 게 아니다. 책 읽을 때, 대개는 앞에는 줄치고 뒤에는 다 새 책이지. 90%의 독자가 중도 포기한다. 책을 재미로 읽지, 의무로 읽나? 컴퓨터의 브라우저는 새싹을 뜻하는 말이다. 짐승이 새싹 뜯어 먹듣 독서하면 된다. 재미없으면 덮고 느끼면 밑줄 치는 것이지.     


생은 선물이고 나는 컵의 빈 공간과 맞닿은 태초의 은하수로 돌아 간다. 그러나 또 한 번 겸허히 고백하자면, 나는 살아 있는 의식으로 죽음을 말했다. 진짜 죽음은…, 슬픔조차 인식할 수 없는 상태, 그래서 참 슬픈 거다. 그 슬픔에 이르기 전에 전한다. 여러분과 함께 별을 보며 즐거웠다, 하늘의 별의 위치가 불가사의하게 질서정연하듯, 여러분 마음의 별인 도덕률도 몸 안에서 그렇다는 것 잊지 말라. 인간이 선하다는 것을 믿어라. 

    

파스칼 브뤼크네르. 프랑스 소설가, 철학자.

특이한 건 50세가 되면 인생이 정말 짧아지기 시작한다. 오십이 넘었다면 당신은 이미 사랑, 가족, 직업 등에서 많은 의무를 치뤘고, 시니어로 불린다. 그때 이런 의문이 고개를 든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여전히 또 다른 변화를 꿈꿀 수 있을까. 다행히 50 이후에도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30여 년이 더 있다. 남은 시간을 얼마나 잘 사용할까? 그것은 각자에게 위대한 과제이고 그래서 우리는 단지 늙어가는 것만으로 자기 인생의 철학자가 된다. 적어도 50년은 지나야 ‘되어야 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생이 자기 앞에 펼쳐진다.     


변하는 것은 당신을 바라보는 타인들의 시선이다. 당신은 알고 있다. 스스로가 여전히 활기찬 남성, 혹은 여성이고 사랑에 빠질 준비도 되어 있다는걸. 인간의 욕망이란 시간이 지난다고 약해지는 성격인 것이 아니다. 단지 당신이 욕망을 표현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뿐이다.     


찰스 핸디. 영국 경영사상가.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찰스 핸디가 손주들을 위해 쓴 책이다. 손주들이 자기 일을 갖고 직장생활을 할 즈음이면 할아버지의 생각이 궁금해질 테니까. 쓰다 보면 알게 된다. 인생에서 내가 배운 것이 무엇인지, 삶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뒤돌아볼 때 비로소 이해된다.     


우여곡절, 예측불허의 반전, 실수, 놀랍고 짜릿한 성공… 이 모든 게 포진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인생은 같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이고, 나는 나다. 같은 사건에도 나와 당신은 완전히 다르게 반응한다. 그 차이를 헤아리는게 배움이다. 그 다름을 충돌 없이 표현하는 상태가 지성이다.     


인생은 배움의 여정이다. 코너를 돌면 뭐가 있을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배움이라는 보상이 따른다. 행복이란, 할 일이 있고, 사랑할 사람이 있고, 기대할 것이 있는 상태이다. 그중 가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할 사람’이다.     


인간은 늦더라도 자기가 진정 원하던 일을 찾아가게 돼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맞다. ‘타인을 위해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라!’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중 작게라도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   

  

패션디자이너 장명숙(밀라논나)

나는 모든 정리가 끝나서 죽는 게 두렵지 않다. 내가 죽어도 내가 돌보던 아이들, 식물들은 더 밝게 살아갈 거라고 믿는다. 사는 건 끝없는 이야기가 피었다 지는 것이다. 비눗방울처럼 생성됐다 사라진다. 그러니 자꾸자꾸 가벼워져야 한다. 어차피 하나님이 안 만들었으면 나는 없을 인간이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

『후회의 재발견』 저자. ‘후회’는 삶을 바로잡고 싶어 하는 건강하고 본질적인 충동이다. 후회는 생계보다는 삶에 대해, 나 자신의 진실에 관해 묻는 출발점이다. 후회는 첫째, 삶의 안정적 인프라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기반성 후회, 둘째, 성장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대담성 후회, 셋째, 양심적이지 못한 일에 대한 도덕성 후회, 넷째, 더 사랑하고 손 내밀지 못한 관계성 후회이다.     


작가 도리스 메르틴.

공감에는 3가지가 있다. 같은 기분을 느끼는 정서적 공감, 상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아도 그 감정과 반응을 이해할 수 있는 인지적 공감, 트렌드와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사회적 공감이다. ‘공명’의 필수 조건은 ‘다름’이다. 다양할수록 더 많이 공명한다. 진정한 관심으로 다가가면 타인의 파동이 느껴지고, 서로 공명하기 시작한다. 잘 공명하려면 ‘제 생각으로는’, ‘혹 다른 의견을 내도 된다면’ 등의 위험을 완화하는 ‘헤지hedge 표현’을 쓰는 것이 좋다.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생각에는 ‘내가 옳고 당신은 그르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설득하기 전에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해하려면 경청해야 한다. 갈등이 점점 고조되어 특정 지점을 지나면 ‘고도 갈등’이 된다. 고도갈등은 그 자체가 목적지다. 정치적 양극화, 이혼, 이웃 간의 층간소음 분쟁, 노동 쟁의에 이르기까지 옴짝달싹할 수 없는 고도 갈등의 풍경. 문제는 고착 상태! 시야가 좁아지면 상대를 악마화하고 결국 가장 소중한 것에 해를 입힌다. 가족이든 나라든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도…     


‘고도 갈등’이 되면 마음이 집을 태워버린다. 당장 원하는 대로 돼도 곧 양육권 분쟁, 무례한 방문, 폭력, 비방전 등이 뒤를 잇는다. 고도 갈등에는 승자가 없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중에는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상당한 정도의 갈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사 대상인 28개국 2만 3,000명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델만 신뢰도 조사에서도 한국인은 언론과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신뢰수준이 낮은 사회일수록 갈등 수준은 높다.     


경영저술가 사이먼 시넥

우리는 인생에서 다수의 무한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이다. 커리어는 그중 하나이다. 양육, 우정, 학습 같은 게임에서는 절대 승자가 되리 수 없다. 이기면 즐겁고 지면 고통스럽지만 계속해서 게임을 이어 나갈 수 있다. 우리는 생명이라는 무한게임의 유한한 플레이어 이다. 우리가 떠난 뒤 자녀가 타인에 봉사하는 삶을 살도록 양육하는 것으로 우리는 다음 세대의 무한게임에 기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베푸는 활동이 인생 게임에 득이 된다.     


작가 켈리 하딩

사랑받는다는 느낌은 생존에 절대적이다. 애정 어린 손길로 아이의 운명을 바꿀 여러 방법이 있다. 진심을 편안하게 느낄 만큼 아이에게 애정을 표현하라. 더 눈을 깊게 바라보고 더 애정을 담아 웃고 함께 누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산책하라. 가끔 온몸으로 힘 있게 안아줘라. 그렇게만 해도 아이는 다른 사람으로 성장한다. 그 영향은 유전 형질에도 영향을 주고 손주와 증손주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리전문가 이름트라우트 타르

니체는 “결혼이 긴 대화”라고 한 것처럼, 우정도 아주 오랜 대화이다. 진정한 우정이란 대화를 멈추고 싶지 않은 마음과 같다. 때로는 들어주고 때로는 독려하고 상대에게 건너갈 다리를 짓는 것이다. 만났을 때, “요즘 어때? 무슨 생각해?” 같은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우정에 필요한 것은 현명하게 말하고, 제때 입을 다무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새삼 느꼈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하다는 것을 지구에서 종반전이 가까워지면, 몸이든 마음이든 물질이든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옳았다. 미리 가볍게 해두면 저세상이 됐든, 아무것도 없는 세상이든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으니까!     


책 소개

『위대한 대화』 김지수 지음. 2023.02.15. 생각의힘. 383쪽. 17,000원. 

     

김지수. 패션지 〈보그〉와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로 활동.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운영. 지은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일터의 문장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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