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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l 12. 2024

『열대야』

소네 케이스케 소설집

  이 책은 세 편의 단편 소설 묶음이다. 일본에서 호러 소설 작가로 알려졌지만,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바비 더피 『세대 감각』을 읽다가 알게 된 책이다.      


「열대야」는 일본 사회에 뿌리 깊은 고리대금업 사금융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학창 시절 사모하는 여자를 친구에게 소개하고 결혼하게 하지만 잊지 못한다. 주위를 계속 맴돌며 친구 관계를 유지하며 여자를 본다. 여자와 결혼하지 못한 콤플렉스에 비슷한 여자를 사귀고 죽이는 연쇄 살인을 한다. 빚 독촉에 시달리는 여자의 남편은 사업에 실패하고 돈을 구하러 가고 사건은 발생한다.     


「결국에」는 일본 노령화에 관한 이야기다. 2차 대전 후 경제부흥으로 잘살게 된 일본은 경제침체기에 접어든다. 노인의 수명 연장이 사회적 비용으로 부담되면서 불경기에 실업자가 속출한다. 정부는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전쟁에 노인 세대를 동원하는 법을 시행한다. 젊은 세대는 노인 세대가 자기들의 미래를 탕진하고 있다며 노인을 대상으로 테러를 자행한다. 노인은 이런 젊은 세대와 국가정책에 맞서 반대 투쟁을 전개한다. 작가는 젊은 세대 단체를 ‘청’, 노인 세대 단체를 ‘은’이라고 표현한다. ‘은’, ‘청’ 간 대립은 극에 달하고 여기저기서 자폭테러가 발행한다.     


시대의 조류에 개인의 일상은 희생되고 파멸된다. 중학교 축구부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토라노스케는 축구 명문 고등학교에 추천되었지만, 집안 형편상 등록금도 마련할 수 없는 처지다. 시체 치우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등록금 마련에 힘쓰다가 어느 날 노인 테러에 가담하게 되고, 정처 없이 걷다가 만난 사람에 의해 중국으로 팔려 간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문제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은 장래에 인구 소멸 국가가 된다는 예측이 있다. 출생률은 급감하고 노인의 수명은 점점 늘어난다. 일할 사람은 부족한데 부양해야 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세대 간 갈등의 싹은 이미 움트고 있다. 소설처럼 될 가능성이 없다고 부정할 사람이 있을까?     


「마지막 변명」은 ‘소생 인간’-좀비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이 죽었지만, 다시 심장 없는 상태에서 다시 살아난다. 소생 인간에게 물린 사람은 소생 인간이 된다. 소생 인간이 소수인 때는 보호시설에서 관리하였지만, 숫자가 폭증하면서 일반인과 같이 살아간다. 소생 동물도 생겼다. 주인공 우카이도 햄 통조림에 섞인 소생동물의 고기를 먹고 소생 인간이 된다. 동사무소 공무원으로 근무하는데 민원이 들어온다. 쓰레기 집에서 냄새 때문에 치워달라는 내용이다. 쓰레기 집에 쓰레기를 강제로 치우고 집에 들어간다. 집주인은 여자다. 우카이의 초등 짝꿍이다. 황당무계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엄청난 위력을 겪은 경험이 미래에 이런 바이러스도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 생긴다. 미래는 불확정적이기 때문에 이런 소설도 나오는 것이 아닐까.     


소설 속에서

아들과 변변하게 말하지 않고 지낸 지 20년도 넘었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아버지로서는 아무리 고민해도 이렇다 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크게 충돌한 적은 없었다. 모르는 사이에 생긴 조그마한 금을 버려두었더니 넘을 수 없을 만큼 깊은 도랑이 패고 말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아버지와 자식 사이에 한 번도 충돌이 없었다는 점에 문제의 부리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 달쯤 전에 테츠지는 우연히 출근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았다. 회색 제복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등을 구부리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은 마치 인생의 패배자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듯했다. 공연히 화가 났다. 기어 오르기를 포기한 아들에게도, 가슴을 펴라고 말하지 못한 자신에게도.     


나도 하나뿐인 손자를 위해 이 정도 일을 할 권리는 있어.


잠자기 전에 읽으면 안 될 소설이다. 괴기한 내용 때문에 꿈자리가 뒤숭숭 해 질 것 같다.     


책 소개

『열대야』 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2014.08.25. (주)혁신문화사. 285쪽. 11,000원. 2024.06. 


소네 케이스케. 1967년 시즈오카현 출생. 1991년 와세다 대학 상학부 중퇴. 2007년 『코』로 제14회 일본호러소설대상 단편상 수상. 『침저어』로 제53회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2009년 『열대야』로 제6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상 수상.     


김은모. 경북대 행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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