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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Oct 11. 2024

『알고리즘이 당신에게 이것을 추천합니다』

부지런한 알고리즘이 안내하는 새로운 세상』

이 책의 부제목은 『부지런한 알고리즘이 안내하는 새로운 세상』이다.     


언제부터인가 알고리즘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스마트폰을 할 때, 유튜브를 볼 때 나에게 보여주는 것은 항상 일정하다. 내가 원하든 아니든 알고리즘은 나를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 알고리즘! 어차피 세상은 알고리즘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런 생각이 틀리기를 바란다.     


저자는 독일 유명한 잡지의 과학 저널리스트이다. 저널리스트의 관점에서 알고리즘을 이야기한다. 들어가는 말에서 “이 책의 목적은 알고리즘의 위력에 대해 토론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알고리즘은 대상들을 차별해야 한다. 그것이 알고리즘의 목적이다. 알고리즘은 수학적 원리에 따라 작동하며 동일한 입력에 대해서 항상 동일한 결과를 출력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알고리즘이 ‘객관적’이며 공평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알고리즘이 계산은 비인격적이고 냉정하다. 하더라도 그 계산에 대한 판단은 항상 사람이 내려야 한다. 그 사람은 프로그래머일 수도 있고 프로그래머를 고용한 경영자일 수도 있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알고리즘의 감시를 자청한다. 자가 건강측정 운동 참가자들처럼 일상 활동과 생물학적 변수들을 전부 데이터와 측정값의 형태로 저장하고 개인의 식단과 운동 계획을 컴퓨터의 계산에 맡기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알고리즘 인생을 선택한 것이다.     


알고리즘이란 각 단계가 명료하게 정의되어 있는 지시들의 계열이다. 요리법과 다를 바 없다. 알고리즘은 시작과 끝이 있다. 알고리즘은 유한하게 많은 지시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반드시 유한하게 많은 단계를 거쳐서 끝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각 단계는 명확하게 정의된 명령이다. 알고리즘은 명확하게 정의된 과정의 아란적 구조다. 반면에 컴퓨터 프로그램은 알고리즘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알고리즘이 예술 작품을 생산할 수 있을까? 적어도 예술을 복사할 수는 있다. 가령 악보는 기본적으로 알고리즘에 불과하다. 악보는 어떤 음을 어떤 순서로 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왈츠 악보에 기초해서 뮤직박스의 실린더를 제작하면 뮤직박스는 그 왈츠를 얼마든지 반복해서 기계적으로 연주한다.     


우리는 오른쪽 수의 첫째, 둘째, 셋째, 넷째 자리 수 각각을 왼쪽 수에 곱하고 한 자리씩 옮겨가면서 그 결과를 적는다. 그런 다음에 그 결과를 덧셈한다. 이 작업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은 구구단과 덧셈이다. 정보학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곱셈 횟수다. n자리 수 두 개를 곱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초 곱셈의 개수는 n²이다. 일본에는 그림을 이용한 곱셈법이 있다. 우선 두 수의 각 자리 숫자만큼 대각선을 긋는다. 다음에 세로로 길쭉한 집합 3개를 구분하고 그 집합에 속한 교차점의 개수를 센다. 그 개수가 곱셈 결과의 각 자리 숫자다. 예컨대 16 곱하기 11은 그림처럼 계산된다.

검색은 인터넷의 핵심 기술이다. 발견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구글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에 뜨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90퍼센트 이상의 사용자는 둘째 페이지를 보는 일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어쩐 검색 결과가 첫 페이지에 들지 결정하는 단 하나의 독점적 주체는 구글의 알고리즘이다. 심지어 가장 큰 기업들과 이익단체들도 그 알고리즘 앞에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과거를 근거로 미래를, 아는 것을 근거로 모르는 것을 추론하는 능력은 기본적으로 지극히 인간적이다. 우리는 이런 유형의(‘A라면 B다’ 형태의) 가언추론을 끊임없이 실행한다. 우리의 생존이 그 추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덤불에서 부스럭거리는 것을 보고 곧 검치호랑이가 튀어나오리라는 추론할 수 있는 사람은 확실히 진화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선다.      


음악 연구자 데이비드 휴런은 『달콤한 예상』이라는 책에서 우리가 음악을 즐기는 이유는 음악이 이런 추론 능력, 즉 “미래감각”을 발달시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음악에서 화음과 멜로디의 전개는 긴장을 만들어 내고 그 긴장은 특정한 음이나 코드에 이르러 해소된다.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그 해소를 예상하고 결국 마지막 코드가 울려서 그 예상이 옳았음이 드러나면 깊은 만족감을 느낀다.     


우리는 ‘현실’의 삶에서도 늘 예측을 실행하고 있는 예측 기계나 다름 없다. 우리는 흔히 예측한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면서 예측하며 상관성을 인과관계로 일반화한다. 컴퓨터가 예측을 위해 작동시키는 알고리즘은 매우 다양하다. 모든 예측 알고리즘의 공통점은 알려진 관계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관계를 추론한다는 점이다. 알려진 관계란 과거에 수집된 데이터를 말한다. 또한 우리는 그 데이터가 예측을 위해 적합하고 충분하다고 전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똑같은 조건이 갖춰지면 똑같은 데이터가 나온다고 전제해야 한다.     


금융회사 나이트캐피털의 한 알고리즘은 정상적인 상태라면 2012년 8월 1일 아침에 작동하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그때 그 알고리즘이 작동하기 시작하여 뉴욕 증시에서 매수 가능한 모든 주식을 미친 듯이 사들였다. 그 알고리즘은 모든 경쟁자를 따돌리고 순식간에 거래액 70억 달러를 기록했다. 프로그래머들은 오류를 찾아내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45분 만에 문제를 발견했지만, 그때 이미 회사는 4억 4,000만 달러를 잃은 뒤였다. 그 손실은 회사 시장 가치의 40%에 해당했다. 결국 나이트캐피털은 경쟁업체 게트코에 인수되었다.     


신경망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최첨단 프로그램이다. 신경망은 컴퓨터가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자율주행차를 운전한다. 신경망은 엄격한 규칙에 기초하여 결과를 내놓는 알고리즘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중이다. 학습하는 신경망 덕분에 크게 발전한 분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로봇공학이다. 오늘날의 신경망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까지 보유했다. 최근에 구글의 기술자들은 신경망으로 하여금 ‘꿈을 꾸게’ 만들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인간의 지능을 가능케 하는 능력들에 도달할 가망이 있는 최선의 후보자는 이런 대규모 신경망이라는 견해는 오늘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알고리즘의 시대에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새로 개발된 알고리즘이 좋은가, 아니면 나쁜가, 우리 삶을 더 안락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위협하는가, 라는 질문의 대답을 수학에만 기초해서 얻을 수는 없다. 알고리즘은 과거에 사람이 맡았던 활동을 넘겨받는다. 더구나 새로운 알고리즘들은 인간이 하려면 창의성, 공감 능력, 지능 같은 속성이 요구되는 일을 해낸다.      


저자는 인간과 알고리즘 사이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해서 다음 여덟 가지를 주장한다.

우리가 어떤 것을 알고리즘에게 맡기면 그것은 예전과 달라 진다.

알고리즘은 객관적이지 않다.

알고리즘으로 정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알고리즘도 차별할 수 있다.

우리는 알고리즘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알고리즘은 누가 혹은 무엇이 눈에 띌지를 결정한다.

인간은 예측 가능하지 않다. 

알고리즘은 새로운 세계 권력이다.     


구글의 실체는 20억 행으로 이루어진 컴퓨터 코드다. 검색 알고리즘, 지도 소프트웨어, 이메일 서비스 등 구글의 사업 전체가 그 20억 행 규모의 알고리즘에 의존한다. 개인용 컴퓨터 운영시스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는 약 5000만 행으로 되어 있다.      


감정적이고 선입견이 있는 인간보다 감정이 없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결정을 내리는 편이 더 나을까? 사람들이 자동차를 몰다가 때때로 사고를 일으키는 세상보다 자동차들이 스스로 운전하며 돌아다니는 세상이 더 나을까? 아무도 싸잡아서 대답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그 세상은 현재의 세상과 다르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알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알고리즘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실체를 알기보다 윤곽이라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누구나 일독하기를 권한다.     


책 소개

『알고리즘이 당신에게 이것을 추천합니다』 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 전대호 옮김. 2018.11.05. (주)북하우스 퍼블리셔스. 287쪽. 15,800원. 

     

크리스토프 드뢰서 Christoph Drosser.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의 과학 담당 편집자, 과학 저널리스트. 저서. 『우리는 왜 음악에 빠져들까』, 『치마가 짧아지면, 경제는 성장한다: 현대의 미신들』 등    

 

전대호.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같은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 수료.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 『철학은 뿔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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