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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들』

「프로이트도 놓친 꿈에 관한 15가지 진실」

by 안서조

이 책의 부제목은 「프로이트도 놓친 꿈에 관한 15가지 진실」이다.


일상에서 ‘꿈’은 궁금증의 시작이다. “어젯밤 꿈에…”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좋은 꿈일까? 나쁜 꿈일까? 예지능력에 관해 추측한다. 이 책을 읽은 동기다.


꿈이란 관연 무엇일까? 프로이트는 꿈을 무의식으로 통하는 왕도라고 했다. 최근 꿈에 관한 지식이 엄청나게 확대된 것은 뇌과학의 새로운 기법에 힘입은 결과다. 우리는 잠든 뉴런의 활동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고대의 신탁부터 프로이트까지, 오랫동안 꿈을 연구해 온 인류는 세 가지 커다란 질문에 답하려 애써왔다. 나는 왜 꿈을 꿀까? 내 꿈은 나에 대해 무엇을 알려줄까? 어떻게 하면 꿈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책은 꿈에 관해서


그냥 꾸는 개꿈은 없다. 꿈에 대한 기억을 신뢰하지 마라. 꿈과 현실 사이. 당신이 잠들어도 뇌는 잠들지 않는다. 우리는 꿈속에서 본다고 믿는다. 지난밤, 기억을 걷는 시간. 꿈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누구나 매일 밤 꿈을 꾼다. 프로이트도 놓친 꿈의 해석. 감정에서 드러나는 꿈의 의미. 인생의 방향을 말해주는 꿈. 지긋지긋한 악몽에서 빠져나오는 법. 내 맘대로 꿈을 조종하는 법. 꿈에서 슬쩍한 크리에이티브한 생각들. 등 15가지를 알아본다.


꿈은 엉뚱하고 무의미한 뇌의 작품이 아니다. 꿈은 인간의 존재에 관한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우리의 정체성을 담보할까? 정신일까, 아니면 신체일까? 정신과 신체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사람들은 꿈의 비밀에 접근했다. 꿈에서 자기 자신에 관한 정보를 찾게 된 것이다. 자신을 더 잘 이해하려면 꿈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 불교에서는 꿈속의 체험을 발견의 여행으로 이해한다. 나의 참된 본성이 드러나고 깨달음을 안겨줄 수도 있는 과정으로 여긴다.


지금 당신이 보는 것은 뇌가 구성한 결과물인데, 뇌가 의지하는 정보 원천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당신의 망막에 맺힌 상. 둘째, 당신이 과거에 본 것. 셋째, 당신의 지식. 맹인에게 시각 지각과 시각적 회상이 없다 하더라도 오직 지식만을 원천으로 표상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꿈을 꿀 때 일어나는 일이 이와 유사하다. 수면 중에는 눈뿐 아니라 일차 시각피질도 작동을 멈춘다. 그러나 콜라주를 제작하고 흔히 현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는 연합구역들은 계속 작동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꿈속에서 본다고 믿는다. 사실은 회상하는 것이다.


오래전에 극복했다고 여긴 먼 과거의 갈등을 꿈속에서 대면하는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그 갈등의 재등장에 스스로 놀랄 때가 많다. 꿈은 영혼이 과거의 유령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오래전에 지나가 버린 두려움과 부끄러움과 분노가 우리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현존한다. 꿈꾸는 뇌는 과거 장면을 불러내고 실제 감정이나 기분과 결합할 수 있다.

우리는 잠든 뒤에도 지난 낮의 인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을 한다. 뇌는 중요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분하고 후자를 지운다. 그래야 이튿날 다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정보 삭제는 신경세포 사이의 잉여 연결이 퇴화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반대로 중요한 정보는 반복해서 되살아나고 차츰 장기 기억으로 남는다. 이 과정이 일어나는 시기는 수면 중에 첫 꿈을 꾸는 시기와 일치한다.


진화의 역사에서 감정은 생존과 번식을 보장하기 위해 발생했다. 기쁨은 우리가 유익한 상황에 주목하게 만들고, 공포와 역겨움은 위험을 경고한다. 경쟁자가 우리의 이익을 빼앗으려 하면 분노가 일어나 저항을 유발한다. 기억은 감정과 결합되어 있을 때만 우리의 결정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다.


수면은 뇌가 활력을 회복하는 휴식 시간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몸이 쉬는 동안 능력이 확장되고, 기억이 굳어지고, 성격이 변화한다. 그런데 왜 꿈은 반복될 때가 많을까? 자신의 꿈을 기억하는 사람은 여러 꿈의 장면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에서 유래한 특정 주제는 꿈속에서 반복해 등장한다.

반복되는 꿈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것은 다른 세계가 아니다. 그 꿈은 현재를 보여준다. 반복되는 꿈은 새로운 체험이 우리 경험의 연결망 속으로 어떻게 통합되는지 보여준다. 기억은 점진적으로 획득된다.

괴로운 체험에서 벗어나려면 기괴한 꿈들이 필수적이다. 악몽이 현실적일수록 영혼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치료가 필요하다. 이해하기 어려우며 강한 감정을 동반한 꿈은 좋은 조짐이다. 그런 꿈은 영혼이 건강을 회복하는 중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꿈꾸는 동안 특정 사건과 결부된 분노, 공포, 또는 슬픔이 소거될 수도 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도 악몽은 그의 심리 상태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악몽이 언제 발생하느냐 하는 문제다. 악몽이 밤의 전반부에 발생한다면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면 새벽에 꾸는 악몽은 이튿날의 우울한 기분을 예고하며 일반적으로 우울증의 조짐으로 볼 수 있다.


잠은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의식 상태의 위계를 설정한다. 사람들은 깨어 있고 주의력이 온전할 때 자신의 정신적 능력을 온전히 보유했다고 느끼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경험한다고 믿는다. 반면 잠은 우리의 능력이 최소한 제한되는 저급한 상태로 유감스럽지만 불가피한 시간 낭비로 여긴다. 오직 깨어 있는 삶만을 참된 삶으로 보는 사람에게 꿈은 수상한 존재이다. 꿈을 현실의 왜곡된 그림으로 간주하거나 전혀 무의미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의 발상과 기억과 지각이 오로지 낮의 삶 덕분에 가능하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잠은 휴식 기간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상태의 연쇄이며, 그 상태에서 뇌는 과거의 흔적을 정리하고 미래의 과제를 준비하고 앎을 획득한다. 꿈꾸기가 불가능하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뇌에서는 모든 것이 유동적이며, 거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청각과 시각을 담당하는 뉴런은 기억도 형성한다. 새로운 감각 인상은 어떤 습관화된 과정이라도 중단시키고 변화하게 할 수 있다. 뇌는 스스로 자신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데, 우리가 학습할 때 일어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려면 외부 세계가 저만치 물러나야 한다. 외적인 감각 지각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뇌가 자신을 새롭게 조직할 수 없다.

내면세계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다. 내면세계의 거의 전부는 우리가 잠자는 동안에[ 발생한다. 꿈속에서 기억이 어떻게 정착하고 서로 연결되는지 체험한다. 어떻게 우리가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는지, 어떻게 감정이 변화하는지 체험한다. 꿈은 단지 과거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꿈을 꾸지 않거나 드물게 꾼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러나 모든 건강한 사람은 매일 밤 모든 수면 단계에서 꿈을 꾼다. 다만 우리의 꿈 체험 대부분이 기억에 남지 않을 뿐이다.


꿈은 직업을 바꾸거나 해로운 습관과 결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수면 연구자 윌리엄 데먼트는 자신이 한 꿈속에서 느낀 감정을 계기로 담배를 끊은 사연을 보고했다. 그는 의사로서 흡연이 초래할 수 있는 해악을 충분히 알면서도 하루에 담배 두 갑을 예사로 피우곤 했다. 그러다가 암에 걸린 자신이 폐를 극도로 생생하게 보며 경악하는 악몽을 꾼 뒤 담배를 끊었다.


꿈은 인간이 상상력이 이룬 성취다. 당신이 지난밤 수면 중에 체험한 모든 것은 자신의 정신에서 유래했다. 꿈은 우리 내면의 방에 손전등을 들고 탐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당신이 꾸는 꿈,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 꿈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가장 큰 선물은 꿈 그 자체다.


책 소개

『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전대호 옮김. 2016.07.11. 웅진씽크빅. 311쪽.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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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클라인 Stefan Klein. 1965년 독일 뮌헨출생. 뮌헨대학교에서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생물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슈피겔〉에서 고학부 편집장으로 일했다. 저서 『행복의 공식』, 『우연의 법칙』 등.


전대호.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같은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 독일 퀼른에서 헤겔 철학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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