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
이 책의 부제목은 「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이다.
‘대통령과 유명 인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장례지도사가 들려주는 죽음과 삶의 이야기’가 카피이다.
저자는 사람은 한번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는다. 산파가 산도를 열어 이 세상으로 잘 이끌어 주는 사람이듯, 장례지도사는 세상 인연 매듭지어 저세상으로 잘 보내드리는 사람이다. 사람은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져 간다. 엄마가 사랑으로 만든 배냇저고리를 처음 입혀주듯 나는 정성으로 목욕시켜 마지막 수의를 입혀드린다. 태어날 때 자신은 울지만, 주위 사람은 웃는다. 죽을 때 주위 사람은 울지만, 자신은 웃는 그런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산 사람이라고 한다. 세상에 태어날 때 걱정하는 아기가 없듯, 세상을 떠날 것을 걱정하는 이가 없길 바란다. 라고 책 머리에 말한다.
장례식에 참석하여 염하는 모습도 보고, 가족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자리에서 작별 의식도 해봤다. 저자는 30여 년 동안 장례를 치르며 다양한 죽음을 마주했다. 대통령부터 무연고 고독사까지 이 세상의 하늘과 땅 차이 같은 다양한 신분의 죽음을 보고 염하고 마무리 의식을 했다. 관련된 가족과 조문객들을 보고 외국의 장례문화를 연구하고 대학에서 공부도 했다.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 중 부유하고 성공한 사람, 모든 것을 손에 쥔 사람이야말로 가장 불행한 사람이다. 삶의 영화를 누리게 했던 모든 것을 잃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마지막까지 놓지 않으려 몸부림치다가, 죽음을 삶의 마지막 결실로 받아들일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다. 이렇게 험하게 가시거나 생에 아직 미련이 남은 분들은 상당히 무거워 염하기가 쉽지 않다.
세상에 대한 미련과 욕심은 사소한 것에서 발동된다. 돈, 부동산, 명예, 지위 같은 것들이 우리 삶은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가장 큰 집착의 대상이 될 것 같지만, 의외로 죽은 이들의 손안에 든 것은 매우 개인적이고 작은 것들이다.
시신의 발을 보면 고인이 얼마나 자기 관리를 잘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발은 머리와 가장 먼 신체 부위다. 젊은 시절 우리가 가장 의지하는 부위는 발일 것이다. 아기일 때는 온몸으로 기다가 점차 팔을 써서 기어다니고 어느 순간 두 발로 걸으며 의지한 바를 하게 된다. 마음먹은 곳 어디든 데려다주고 젊은 혈기를 발산하는 데 발은 가장 좋은 친구다. 그래서 발을 보면 그 사람이 젊은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아흔을 넘겨 세상을 떠난 고인의 발을 가지런히 모아주며 그가 밟아온 길이 얼마나 길었는지 잠깐 떠올려 본다. 90년이라는 세월을 두 발로 버티며 살아온 인생에 어찌 아름다운 일만 있었으랴. 굴곡 없는 인생이 있을까? 드라마가 아닌 인생이 있을까?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가며 긴 인생을 걸었을 그 발 앞에서 저절로 숙연해진다.
돈을 많이 들여서라도 명당을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애쓰지 않아도 얻는 사람도 있다. 욕망은 때로 부귀, 명예와 함께 추함과 비루함을 남긴다. 하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순리대로 얻은 복은 그것을 보는 다른 사람들까지 깊은 감동과 성찰을 남긴다.
값비싼 관은 대개 두껍고 단단하여 땅속에서 아주 오랜 기간이 지나야 흙이 되지만, 얇은 관은 금방 썩게 되고 시신도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분해된다. 돈 많이 들여 값비싼 두꺼운 관을 쓰면 땅속에서 습기를 먹어 불어나 틈이 없어지고 시신이 물에 잠기게 된다. 그래서 고인을 땅에 묻으려면 나무 재질이 연한 오동나무 관이나 값싸고 얇은 소나무 관에 모시는 것이 좋다. 얇은 관은 금방 썩게 되고 시신도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분해되기 때문이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한다. 그런데 잘 살아야 할 이유가 또 있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 나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또 있다. 내 자식들. 아이들의 첫 세상은 아버지이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자식들에게 삶의 거울과도 같다. ‘아버지처럼 살아야지’ 아니면 ‘아버지처럼 살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가치 척도 같은 존재다.
젊었을 때는 내 생각이 옳다고 여기며 산다. 하지만 수십 년을 죽음과 대면해 오면서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답 없는 인생에서 잘 살기란 어렵다. 그래도 잘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살아 있는’ 사람처럼 사는 것이다. 살아있음에도 죽은 것처럼 사는 사람도 많다. 생기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살아 있는 데도 생기 없이 사는 사람이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을 때 생기가 돌고 ‘살아 있는’ 사람이 된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인생인데 우리는 ‘내일’이 당연할 줄 알고 살아간다. 사고의 순간 까딱하면 ‘내일’이 없을 수 있다. 후회 없이 산 인생이 잘 산 인생이라는데, 우리는 매일 후회할 일을 하며 산다. 죽기 전에는 후회할 일을 청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죽음의 기로에 서보면, 매일 후회할 일을 반성하지 않으면, 죽기 전에 그 일을 청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생이란 ‘생로병사’로 압축할 수 있다.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다. 마지막에 해당하는 것이 ‘죽음’이다. 이 죽음의 의식을 치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사람 ‘장례지도사’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죽음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이미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서 국가기관에 등록했다. 장기기증도 마쳤다. 유서도 작성했다. 죽음 뒤에 남을 가족에 대한 나의 마지막 책임과 의무이다.
험한 세상이다. 세상 곳곳이 위험하다. 교통사고, 가스 사고, 안전사고 등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세상에서 죽음을 한 번 생각하고 성찰의 시간을 갖는데 좋은 책이다.
『대통령 염장이』 유재철 지음. 2022.10.25. 김영사. 288쪽. 20,000원.
유재철. 대한민국장례문화원 대표. 동국대학교에서 석사학위,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국가장’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