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인요양원 의사의 양심고백」
이 책의 부제목은 「어느 노인요양원 의사의 양심고백」이다. “이 책을 일찍 알았더라면 부모님을 그렇게 보내드리지 않았을 텐데”가 카피이다. 조한경 원장은 추천사에서 ‘이 책은 환자들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책입니다.’라고 했다.
이 책은 일본 요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쓴 책이다. 병원에서 여러 가지 생명유지 장치를 매달고 임종을 맞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죽음은 인생의 마지막 존엄인데 자연사를 회복하자는 내용이다. 의사로서 전문지식을 갖고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응급의료와 생명 유지 의료에 관해 냉철하게 분석하고 비판한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 혹은 자기만족을 위해 죽어가는 사람에게 비참함을 강요하고 쓸데없는 고통을 안겨줘서는 안 된다. 의사와 병원은 그런 식으로 죽음을 상업화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괴로워도 ‘떠나야 할 시기’에 제대로 보내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생명을 연장한다 해도 슬픔이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건 아니다. 오히려 조금 더 늦춰지는 만큼 슬픔도 길어질 뿐이다.
임종의 순간도 마찬가지이다. 당사자와 대화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몰라도 간신히 숨만 간당간당 붙어 있는 상태에서 가족들이 임종의 순간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억지로 연장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무서운 가족’이다. 나 또한 한때 무서운 가족이었고 죽음을 상업화하는 의사였음을 반성한다. 이것은 노인요양병원에서 15년 근무하면서 알게 된 깨달음이다.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죽어가는 사람에게 쓸데없는 고통을 안겨줬던 일이 있다. 그 죗값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연어는 산란을 마치자마자 삶을 마친다. 백일홍도 100일씩이나 꽃을 피우지만 한해살이 식물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번식을 마치면 서서히 죽는다’라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그런데 유독 인간만큼은 식량 및 위생의 개선, 그리고 의학의 발달 등으로 번식을 마치고 생물체로서의 유통기한이 끝난 뒤에도 몇십 년을 더 살게 되었다.
태어나는 것(生)은 자기 의지로 할 수 없지만, ‘돌아갈 때’를 받아들이려면 싫어도 ‘노老, 병病, 사死’와 마주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늙음’에 순응하고 ‘질병’은 함께하되 ‘죽음’에도 대항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늙어가는 모습과 죽어가는 모습을 후손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씹을 수 있는 것, 삼킬 수 있는 것, 앉을 수 있고 설 수 있는 것, 걸을 수 있는 것, 등등 모든 것이 실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 엄청난 축복이요 선물이다. 병이 났을 때 비로소 건강의 고마움을 알게 되고 불행이 닥쳤을 때 비로소 평범한 삶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돌아가는 삶’을 사는 자세이다.
병원과 의사는 인간의 몸을 치료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의미를 더 확장해 보면 ‘계속해서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 데 본질적인 존재 이유가 있다. 이것은 병원과 의사에 대한 맹신과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경고하기 위해서다. 꽃을 따려다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다. 다소 불리한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삶을 훌륭히 살아낼 것인가 하는 마음 자세가 더 중요하다. 인생 불변의 법칙은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라는 사실뿐이다.
어떤 약물이나 의료 기술이라 하더라도 영원히 ‘중간기술’일 수밖에 없다. 의료 세계는 ‘해보지 않고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라는 불확실성의 세계이다. ‘어떤 치료도 100% 확실하다’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언론과 대중이 원하는 것은 애매모호한 대답이 아니라 ‘Yes or No’ 식의 확실한 단정이다. 그래야 믿기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의사들은 어떤 경우에도 ‘확실하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평범한 격언이다. 질병도 이와 같다. 치유의 진정한 힘은 내 몸 안에 숨어 있다. ‘내 몸 안에 100명의 의사가 있다’라는 말과 같다. 질병과 싸워 고꾸라지느냐 해방되느냐의 차이는 자기 안의 순수한 자연치유력을 믿느냐 못 믿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내가 몸을 살리고 싶은 만큼 몸 자체도 스스로 살고자 치열하게 싸운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소한 상처나 질병은 의사를 찾거나 조급하게 약물을 복용하는 대신, 몸이 알아서 치유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의사나 약물이 죽을힘을 다한다고 해서 질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체의 자연치유력이 희박할수록 치료는 어려워진다. 자기 스스로 고치지 못하는 것은 타인(의사)이 고쳐줄 수는 없다. 의사는 어디까지나 조력자일 뿐이고 약물은 보조 도구일 뿐이다.
감기에 걸리면 몸에서 열이 난다. 우리 몸은 왜 열을 내는 것일까? 체온이 올라가면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순식간에 몸쪽이 유리하게 바뀐다. 바이러스는 온도가 높을수록 공격력이 약해지는 데 비해, 백혈구 같은 면역세포는 체온이 올라갈수록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고열을 내는 것은 면역세포가 건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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