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진 작가의 장편소설
이 책은 조혜진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말에서 “단편 「빛의 호위」를 쓰고 발표한 지 어느새 십 년이 넘었다.”라고 회고한다.
「빛의 호위」를 『빛과 멜로디』로 다시 쓰면서,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으로 배경을 확장하고 인물에게서 이어지는 ‘호위’의 서사를 엮어가면서 …, 사람을 살리는 일이야말로 아무나 할 수 없는 가장 위대한 일이란 것을, 권은에게 증여된 카메라가 이 세상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세상 곳곳에 여전히 크고 작은 분쟁과 전쟁이 일어나고 있어서, 아픈 그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이 소설을 쓰는 것이 가능했다. 라고 말한다.
조혜진 작가의 소설은 단편 모음집인 『환한 숨』을 읽었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소설도 읽었다.
소설의 내용은 주인공 권은은 어렸을 때 엄마를 일찍 잃고 배고픔과 외로움 속에서 살았다. 그때 도움을 준 같은 반 반장 승준을 좋아했다. 승준이 권은에게 준 카메라는 외로움과 삶의 희망을 잃었던 권은에게 새로운 삶의 의지를 갖게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진 관련 일을 하면서 분쟁지역 촬영에 참가하게 된다.
시리아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이 메스컴을 타게 되고 권은은 유명 인사가 된다. 승준은 권은을 인터뷰하는 업무를 맡고 권은을 만나 인터뷰를 하지만, 권은을 알아보지 못한다. 권은은 다시 분쟁지역으로 출국하고 블로그를 통해 승준과 연락하던 중 승준은 초등학교 때 권은이 생각난다. 권은은 시리아에서 부상을 입고 한 쪽 다리 절단 수술을 한다.
권은은 다시 출국하고 분쟁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을 만나 서로 도움을 주고 위로 받는다. 영국에 정착하게 된 벨기에서 태어난 알마 마이어, 영국인 애나와 애나의 도움으로 우크라이나 분쟁지역에서 임신해서 영국으로 난민 신청을 한 나스차 등 과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승준도 결혼하여 딸을 낳는다. 권은은 경기도에 개인 갤러리를 마련하여 북콘서트를 갖게 되고 승준도 아내 민영과 함께 콘서트장을 방문한다.
소설은 2022년 11월 25일부터 시작해서 2024년 2월 21일까지로 구성 되어있다.
2022년 11월 25일 눈 내리는 날 승준과 권은은 인터뷰를 하게 된다.로 시작하여, 2024년 2월 21일 서울 충무로 오래된 카메라 고치는 노인의 가게에서 권은은 카메라를 수리한다. 승준이 준 후지사의 반자동 필름 카메라. 노인은 30년 전 부속품을 찾아내어 카메라를 고친다. 로 끝난다.
그 친구가 내게 준 마지막 선물이 바로 후지사의 반자동 필름 카메라였어. 처음에 그저 카메라라는 사물이 재미있었어. 셔터를 누르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세상의 일부가 네모난 상자에 포착되어 필름에 그대로 스며든다는 게 마치 마술 같았지.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나는 바로 알 수 있었어. 세상이 카메라로 들어오는 그 순간을 내가 평생 사랑하게 되리란 것을…
그 사랑이 늘 평탄한 건 아니었어. 도망치려 한 적도 있었지. 내 사진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서 수없이 셔터를 누른다해도 전쟁이나 분쟁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 내가 몇 장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렌즈 너머 사람들의 불행을 이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 그런 것을 깨닫게 됐을 때, 다리를 다쳤을 때나 피가 돌지 않는 차가운 의족을 내려다볼 때도.
죽음만을 생각하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사진에 담아 뭐든 쉽게 잊는 무정하도록 나태한 세상에 타전하고 싶다는 마음. 그들을 살릴 수 있도록. 바로 나를 살게 한 카메라로… 어느 날 어른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난 친구-내게 카메라를 선물한 바로 그 친구는 나를 기억하지 못한 채 분쟁 지역을 찍는 사진가가 된 이유를 물었지. 눈이 많이 내리던 날이었어.
어떤 의사와 간호사는 폭격 소리가 가까워져도 응급수술을 중단하지 않는다고, 자신도 분쟁 지역의 의사라면 그렇게 했을 거라고, 수술을 못한다면 헌혈이라도 하러 갔을 거라고, 구호품 트럭에서 노먼은 그런 말도 했었다. 죽음을 불과 두세 시간 앞두었다는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 사람의 슬픈 확신이었다.
참 이상하지? 거울 속 내 얼굴과 몸은 흘러간 세월을 숨김없이 증명하는데,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착실하게 그 세월을 지나왔는데도, 나는 내가 여든아홉 살의 노인이 되었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아. 이렇게나 나이들었는데도 외로울 수 있다는 것이, 외로움이 무섭다는 것도, 모두. 그래서일까. 그래서 내가 혼자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한밤중에 깨어나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누군가를 찾는 습관이 생긴 걸까.
재미있게 읽었다.
책 소개
『빛과 멜로디』 조혜진 지음. 2024.08.21. (주)문학동네. 259쪽. 16,500원.
조해진. 2004년 문예중앙에 소설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호석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