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서조 May 31. 2022

테드 창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SF소설 ‘바빌론의 탑’ 외

이 책은 18쇄를 찍었다. 8편의 단편소설이 게재된 책이다. “바빌론의 탑” “이해” “영으로 나누면” “네 인생의 이야기” “일흔 두 글자” “인류 과학의 진화” “지옥은 신의 부재”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다.


“바빌론의 탑”은 이란에 있던 고대 왕국 엘람에서 하늘을 향해 탑을 쌓아가는 이야기다. 마침내 하늘의 천정을 뚫은 순간 하늘의 저수지의 물이 쏟아지면서 탑에 있던 사람들은 지상으로 떨어진다. 떨어진 곳은 바빌론에서 멀지 않은 시나르였다.     


“이해”는 뇌손상을 입은 환자에게 신약 호르몬K 요법으로 손상된 뉴런을 대량으로 재생시키는 치료를 받는 주인공이 뇌가 진화하면서 새로운 능력을 얻어 초능력자가 되었는데 같은 치료를 받은 사람도 초능력자가 되었다. 그들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생각의 차이로 대결을 하는데 주인공이 죽는다는 내용이다.  

   

“영으로 나누면”은 수학교수인 주인공이 “1과 2는 동일하다”라는 것을 수학이론으로 증명한다. “1=2”라는 증명이 이론상 잘못된 것도 아니고 법칙을 위반하지도 않았고, 명확하지 않은 용어도 쓰지 않았고, 독립된 공리 따위를 암묵적으로 가정하지도 않았고 그 증명에서 금지된 방법은 단 하나도 사용되지 않았다. “1과 2가 같지 않다”는 것은 사실인데 이것을 “1=2”가 맞다고 증명함으로써 수학의 대부분이 오류라는 것을 증명했는데 이젠 그것들 모두가 무의미해진 것이다. 그래서 삶의 의욕을 잃고 정신병원에 입원한다는 내용이다.    

 

“네 인생의 이야기”는 딸을 잃은 언어학자의 이야기다. 지구에 온 우주인을 일반에게 보안이 유지된 상태에서 언어학자와 물리학자가 한 팀이 되어 국무성의 지휘하에 우주인의 언어를 체득하고 물리학자가 우주인의 과학문명의 발달을 탐지해 나가는 중간중간에 딸의 성장 과정에서 25세에 죽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끼워 넣은 형식으로 진행된다. 미지의 언어를 탐지해 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일흔두 글자”는 미래에 과학은 명명 학자들이 중심이 된다. 자동인형을 만들고 명명 학자가 이름을 지어 넣으면 인간이 하는 일을 대신한다. 인간도 상류층과 하층민으로 구분된 상태에서 생식을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왕립학술원 회원과 소수의 상류층에서 하층민의 인구를 조작하는 프로젝트에 주인공이 참가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지옥은 신의 부재” 주인공 닐 피스크는 아파트 관리인이다. 선천적 기형으로 왼쪽 넓적다리가 바깥쪽으로 돌아가고 오른쪽에 비해 다리가 짧았다. 의학용어로는 ‘근위 대퇴골 초점성 결핍증’인 상태로 태어났다. 사람들은 ‘닐’을 신이 내린 벌 때문에 기형이 되었다고 하였지만 닐은 신을 추상적인 관점으로 보는 어른으로 성장하였다. 어느 날 천사 나다나엘이 시내 상가 밀집 지역에 강림하는 사건으로 현장 까페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아내 사라가 깨진 유리 파편에 맞아 몇 분 만에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사망한 사라는 천당으로 간다. 이 사건을 겪은 ‘닐’은 신의 강림 목격자들의 회합에 나가면서 천당에 가서 아내 사라를 만날 방법을 모색한다. 신의 강림이 잦은 오지로 찾아가서 천사의 강림을 목격하고 사망한다. 마지막 순간 천상의 빛이 닐을 관통하고 닐은 신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신은 닐을 지옥으로 보냈다.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다큐멘터리” “칼리아그노시아”-실미증(뇌의 통합 기능의 손상으로 인해 시각이나 청각 자극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증세- 인간이 갖고 있는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대책으로 인위적인 “칼리아그노시아”시술을 통해 외모에 대한 인지를 평등하게 하는 것에 대한 주제를 인터뷰 하는 형태의 소설이다. “모든 동물은 배우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개체들의 번식 잠재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있고, 진화를 통해 그 기준을 인식하게 해주는 ‘회로’를 발달시켰습니다. 인간의 사회적 교류는 얼굴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우리의 이 회로는 잠재적인 생식 능력이 상대방의 얼굴에 어떻게 나타나 있는지에 관해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이 회로의 작용을 상대방이 아름답다든지 추하다든지, 혹은 그 중간의 어느 단계에 해당 된다든지 하는 감각으로서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에 대해 찬,반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감상

  소설책을 한 달 동안 읽어도 다 읽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상과학 소설(SF)을 재미로 읽고 언제가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어린 시절 읽었던 것들이 요즘 현실이 된 것이 많다. 그러나 테드 창의 소설을 읽으면서 공상과학 소설이라기보다 과학 이론서를 읽는 느낌이다. 이해 안 되는 것을 재미도 없는 것을 억지로 읽었다. 그러나 미래가 왠지 모를 공포로 다가오는 것은 이 책이 공상과학 소설인데 우주와 과학의 미래인 ‘명명학’등 새로운 단어에 두려움이 생긴다. 만약 이 책에서 상상하는 것처럼 미래가 그렇다면 인류가 불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하고 싶은 글귀     


전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신을 사랑하기 위한 명명백백한 이유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닐을 고민하게 했던 모든 신비는 이제 풀렸다. 삶은 사랑이며, 고통조차, 아니 고통이야말로 사랑이라는 사실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지옥에 존재하는 모든 건에는 신이 부재 한다는 것을 자각했던 것이다. 닐이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것은 비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고통은 인간계의 고통과는 달리 신의 사랑의 한 형태가 아니라 신의 부재의 한 결과이다. 닐은 자신이 신의 의식 너머에 존재함으로써 신에게 사랑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조차 알고 있지만, 이것도 그의 감정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아무런 보답을 받지 못하더라도     


모든 동물은 배우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개체들의 번식 잠재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있고, 진화를 통해 그 기준을 인식하게 해주는 ‘회로’를 발달시켰습니다. 인간의 사회적 교류는 얼굴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우리의 이 회로는 잠재적인 생식 능력이 상대방의 얼굴에 어떻게 나타나 있는지에 관해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이 회로의 작용을 상대방이 아름답다든지 추하다든지, 혹은 그 중간의 어느 단계에 해당된다든지 하는 감각으로서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소설, 김상훈 옮김, 2016. 10. 14. (주) 북하우스 퍼블리셔스, 14,500원.     


테드 창-1967년 뉴욕 주 포트 제퍼슨에서 중국계 이민 2세로 태어났다. 아이비리그의 명문 브라운 대학에 입학, 물리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 졸업 수 워싱턴 주 시애틀 교외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 입사 기술 매뉴얼을 쓰는 한편, 저명한 SF창작 강좌인 클라리언 워크숍에 참가해 큰 자극을 받는다. “바빌론의 탑”으로 등단 “네 인생의 이야기”는 21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컨택트Arrival"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다.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전 세계 과학 소설계의 보물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김상훈-필명 강수백, SF평론가이자 번역가.



매거진의 이전글 스티븐슨 저. '당나귀와 함께한 세벤 여행기'를 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