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식 개념 사고법』

by 안서조

평소 말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되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그래서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게 된다. 이 책은 내용이 재미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단어와 말과 문장의 개념에 관해 잘 설명하고 있다. 말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존 윌슨이 1963년 저술하였다. 옥스퍼드 대학교를 중심으로 1930년대 후반부터 발전한 일상언어학파의 논증 분석 방법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지금도 영미권 대학의 학생들에게 널리 읽히며 언어분석 방법에 관한 명저로 알려졌다. 저자는 이 책을 대입 논술 시험 대비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읽어내야 할 책이다. 개념분석은 우리의 사고에 틀과 방향을 제공한다. 개념분석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생각은 언제까지나 아무런 목적 없이 지성과 교양이 헤매 일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술들이 무엇인지, 이 기술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2부와 4부에서는 각각 이 기술들을 특정 개념에 적용하고, 독자들이 연습할 수 있도록 예제를 제공한다.


이 기술들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 맥락에서 적용한다.

① 다른 사람이 쓴 글에 대한 개념적 비판.

② 개념 물음에 답하기


3부는 이 주제를 좀 더 깊이 다루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철학과 분석에 관한 개론을 설명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 책은 특별히 대학입시에서 매우 중요한 논술을 앞둔 많은 수험생 등을 대상으로 했다.


다음 질문을 생각해 보자.

Q1. 고래가 1만 5천 톤 여객선을 침몰시킬 수 있을까?

Q2. 고래는 어류일까?

첫 번째 질문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각자의 경험이나 다른 사람이 믿을 만한 정보를 토대로 관련 사실을 찾아내면 된다. 여러 사실을 종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몇 가지 사실에 관한 지식만 있어도 답할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은 고래 및 어류에 관해 아무리 많이 안다 해도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고래가 다른 포유류처럼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는 사실, 다른 어류처럼 헤엄을 친다는 사실 등 고래에 대해 아무리 많은 사실을 안다 해도 분명하게 답을 말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생물을 어류로 분류해야 하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래가 본래 특성상 ‘어류’의 범주에 해당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질문은 여전히 제기되는 것이다.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두 질문은 완전히 다른 종류이며, 두 번째 질문은 이 책에서 다루려는 ‘개념에 관한 질문’이다.


‘어류’라는 단어는 실제로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수많은 물고기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이 단어는 어떤 관념, ‘물고기’가 무엇인지에 관한 개념, 즉 언어에서 이 단어가 가리키는 것의 개념도 표현한다. 이 질문을 여러 가지 형태로 바꾸어 보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고래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어류의 개념에 속하는가?’, ‘어류 개념은 고래 같은 생물을 포함하는가?’라는 식으로 바꿔 보면 이 질문이 의미에 관한 질문임을 주목하게 된다. 우리는 ‘어류’라는 말이 보통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 어류인지 아닌지 어떻게 검증하는지, 무엇을 어류로 간주하는지 알고자 하는 것이다.


이 질문의 답은 ‘어류’가 무엇이냐에 달려 있다. ‘어류’의 뜻이 오직 하나라는 생각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전문 생물학자나 어류 전문가라면 고래는 어류가 아니라거나 ‘정확히’ 어류라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해양수산부에서는 생물학적 분류에 개의치 않고 고래를 어류의 개념에 포함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고래가 어류에 속하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이 문제를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어떤 관점이 다른 관점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다. 목적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말이란 인간의 목적과 욕구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며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사실에 대한 질문이 아닌 개념에 대한 질문이라 해도 개념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데에 따라서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다음 질문을 생각해 보자.

Q1. 공산주의는 전 세계를 뒤덮을 것인가?

Q2. 공산주의는 바람직한 정부 체제인가?

Q3. 공산주의는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있는가?


Q1은 사실에 관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미래를 예측해야 하므로, 옳다고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답을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산주의와 세계에 관한 사실들이 답을 위한 적절한 증거가 될 수는 있다.

Q2에 답하려면 공산주의에 어떤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이 질문은 공산주의가 좋은지 나쁜지, 현명한 체제인지 아닌지, 옳은지 그른지,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 아닌지를 묻는다. 그러므로 이 질문은 가치에 관한 질문이다.

Q3은 개념에 관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공산주의라는 개념이 민주주의라는 개념과 조화롭게 사용되는지 그렇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결국 선택의 문제가 된다.


“우리는 과연 무엇이 옳은지 확신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우리는 과연 내일 날씨를 확신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비슷해 보이는데, 이 역시 개념에 관한 질문이 아니다. 기상 예측을 묻는 질문일 뿐이다. 이렇게 우리는 질문이 겉모습에 속기 쉽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세계를 폭파하는 것”과 “내일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호하거나 어렵지 않은 반면, ‘자유’와 ‘옳다’ 같은 단어들은 논리적으로 모호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개념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지역이 지도를 그리는 일 역시 익숙한 환경을 더욱 의식하게 되는 과정이다. 어느 지역을 자주 다녔다면 그 주변에 길눈이 생긴다. 그러나 지도를 그릴 때처럼 그 지역을 객관적으로 의식해 본 적은 없다. 막상 종이 위에 그 지역을 그려보라고 하면 정확하게 그리지 못한다. 지도를 그리는 데 필요한 방식으로는 그 지역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평생 단어를 사용해서 일하고 무난하게 의사소통하지만, 단어의 의미는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개념분석을 위한 11가지 기술.

개념에 관한 질문을 분리하기. 개념에 관한 질문이 순수한 형태로 제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예를 들어 “사회에 속한 개인에게 자유가 중요한가?” 이 질문은 개념분석과 가치 판단을 모두 요구한다. 자유의 개념을 분석하고, 자유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의견을 밝혀야 한다. 복합적인 질문을 다룰 때는 개념에 관한 질문을 분리해서 이를 우선으로 다루어야 한다.

2. ‘정답’을 찾기보다 질문을 이해하기 개념에 관한 질문은 단 하나의 명쾌한 답을 찾기 어렵다. 사실과 도덕에 관한 고려 사항들이 무엇에 적용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고려 사항들은 결코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다. “이러이러한 것(개념)이 저러저러한가(좋은가 나쁜가, 불가피한가)?”라는 일반 형태의 ‘복합적인’ 질문에는 “abc라는 의미에서 이러이러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렇다. 왜냐하면…, 그러나 xyz라는 의미에서 말한다면 아니다. 왜냐하면….” 답할 수 있다.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거나, 단어의 의미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참’이라는 단어는 세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진술이나 믿음이 ‘참’이라고 말하는 경우, ‘착하고 참된 사람’이나 ‘참된 친구’라고 말하는 경우, 질 좋은 숯을 ‘참숯’이라고 말하는 경우다. 진술과 믿음이 ‘참’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그 개념의 일차적인 용법이다. ‘참된 친구’, ‘참숯’이라는 말은 일차적 용법의 확장이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3. 전형적인 사례 들기 개념분석을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형적인 사례를 선택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사례란 그 개념에 관한 사례라고 전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사례를 말한다.

4. 대조 사례 찾기 전형적인 사례와 반대되는 방법으로 개념분석을 시작할 수도 있다. ‘이것은 결코 이러이러한 것의 예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례를 드는 것이다.

5. 연관 사례 생각해 보기 어떤 개념을 분석할 땐 연관되거나 비슷한 개념, 아니면 중요하게 관련된 다른 개념도 고려해야 한다.

6. 모호한 사례로 정확성을 더하기 확신할 수 없는 사례를 골라서 그것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7. 가상의 사례 상상해 보기 개념을 명확히 밝힐 만큼 다양한 사례를 일상이 경험에서 얻기 어렵기 때문에 때로는 일상적인 경험을 벗어난 상황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8. 질문 속 사회적 맥락을 짚어보기 언어는 아무런 배경 없이 사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일반적 개념에 관한 물음은 통상 시험 문제지에서나 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9. 질문 속 숨겨진 불안을 발견하기 질문이나 진술의 사회적 맥락을 살펴보는 것과 동시에 그 질문이나 진술을 하는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며, 둘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개념적 질문이나 철학적 질문이 밑바탕에는 대개 불안이 놓여있다.

10. 답변이 실질적 결과를 숙고하기 ‘환상이나 꿈’이라는 개념은 반대 개념인 ‘현실이나 생시와’와 대조되어야 만 의미가 있다. 이것을 이해했다면, 질문자가 정말로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합리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그는 지금까지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실은 환상임을 깨닫고 이후로 모든 것이 환상은 아닐까 의문을 갖게 됐을 것이다.

11. 개념 선택의 언어적 결과를 고려하기 단어의 사용은 애매하기 마련이고, 매번 단어의 ‘정해진’ 의미를 말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정답을 찾기보다 질문을 이해하기’에서 설명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단어의 뜻을 선택하거나 개념의 영역을 제한할 땐 그로 인한 ‘언어적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개념의 가장 유용한 기준을 선택해야 한다.


개념에 대해 글을 쓸 때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직성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일부러 요점을 흐리려 하거나, 일관된 결론이 아니라는 걸 잘 알면서도 도출된 결론에 만족하려 한다면, 실패는 예정된 것이다. 개념분석이나 개념에 관한 질문의 답을 어떤 문체로 표현할지는 매우 중요하다.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하며, 애매한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논점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단어를 경제적으로 사용하되, 문단과 구두점 등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문단과 구두점 등은 개념분석을 작성할 때 특히 중요한 요소다. 구두점 같은 문법적 장치를 사용함으로써 글이 논리적으로 더욱 명확해지며 이러한 명확성은 바로 분석 활동의 시작이자 끝이다.


단어를 사용하고 이해하는 방식은 대상에 대한 개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언어의 사용과 이해는 개념 형성 과정을 안내하는 동시에 기존에 형성된 개념을 검증한다. 개념이 논리적 경계는 특정한 단어의 뜻이 지닌 범위의 경계와 같다고 말해도 좋다. 개념을 분석하는 일은 실제 생활 속 다양한 맥락에서 이 단어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사람들은 각자가 지닌 개념의 우연적이고 심리적인 함축을 논리적으로 전지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개념적 선입견의 영향 아래서 단어를 이해한다.


책 소개

『옥스퍼드식 개념 사고법』 존 윌슨 지음. 최일만 옮김. 2017.06.15. 필로소픽. 222쪽. 14,000원.

존 윌슨 John B. Wilson(1920~2003).

영국의 철학자, 교육학자. 옥스퍼드 대학교 뉴칼리지에서 수학했다. 옥스퍼드 대학교와 시카고 대학교 등에서 교육철학을 강의했다.


최일만. 서울대학교 철학과 졸업.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옥스퍼드식 #개념사고법 #존윌슨 #최일만 #필로소픽 #언어 #소통 #논술 #단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