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식 소설
이 소설은 요즘 보기 드문 해피앤딩이다.
사람은 낳고 죽는다. 죽으면 누구나 죽음이라는 현상에 공평해진다. 죽은 사람이 누구는 반쯤 죽고 누구는 온전하지 못하게 죽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죽음은 공평하다. 그런데 죽은 후 처리되는 과정은 다르다. 호화 장례식, 넓은 산소를 차지하고 참배객을 위한 공간도 화려하게 꾸민다. 누구는 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묻힐 곳도 없이 뿌려진다. 장례를 치루지 못해 버려진 유골 같이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경우도 있다.
이 소설은 ‘너머 수목장’에서 안치와 경비를 업무로 하는 나(우중), 사무직 여직원(소미), 그리고 팀장(도현)이 수목장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수목장 사장 양치량에 의해 고용되었다. 그러나 양치량을 직접 만난 사람은 없다. 변호사를 통해 계약하고 일한다.
‘너머 수목장’은 바다를 접한 언덕에 있다. 반송 나무 2천 그루가 있고 수목장에는 ‘가’ 열부터 마지막 ‘하’ 열까지. 열 마다 120그루쯤 되는 반송이 어른 가슴 높이 키로 가로, 세로 3미터. 바다로 향한 줄은 50미터 남지, 좌우 넓이가 3백 미터가 넘었다. 운동장 두 배 크기의 소목장이다.
나(우중)는 일찍 죽은 어머니의 말을 잊지 못한다. 나는 천식이 있고 체력이 약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북방산개구리를 고아 먹였다. 겨울잠이 들기 전이 영양가가 가장 높다며 북방산개구리를 한 망태기 잡아 와 나와 동생에게 억지로 먹이곤 했다. 어머니는 “죽어도 돈이 있어야 해.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건 돈이거든. 그러니까 귀신들도 좋아했겠지. 돈 벌려면 몸이 건강해야 해. 쉰 소리 말고 먹어!”라고 말했다. 시장 사람들과 악다구니하며 살다 간 어머니가 늘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있다. “니들은 애비처럼 살지 마. 꿈이 밥 먹여주는 거 아니니까. 꿈? 꿈은 무슨 얼어 뒈질 꿈. 돈이 최고야.”
팀장 도현은 젊은 시절 폭력배였다. 나쁜 짓을 많이 했다. 피해를 준 사람도 많다. 그러다 딸을 위해 살기로 하고 딸이 좋아하는 열대어 가게를 한다. 딸은 여행 갔다가 물에 빠져 죽는다. 시체도 찾지 못하다가 너머수목장에서 일하던 중 찾고 수목장에 안치한다.
소미는 신내림을 받은 무당의 딸이다. 소미도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데 거부한다. 그것 때문에 남편과 아이가 죽는다. 소미의 엄마는 소미에게 무당이 되라고 한다. 소미는 거부하고 너머수목장으로 들어왔다. 소미의 엄마는 소미를 찾아와서 신내림을 받으라고 한다. 소미는 남편과 아이에게 용서받지 못하면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수목장 개장 1주년이 되는 날 수목장 사장은 소미 남편과 아이의 유골을 소미 엄마를 설득해서 찾아온다. 그리고 소미에게 전달된다.
사람이 떠나면 후회할 일들만 떠오르는 모양이다. 대부분의 유족이 후회하고 안타까워하다 울었다. 그들의 울음은 반송 사이를 떠돌다 조용히 구릉을 타고 내려가 바다로 흘러 가버렸다. 떠날 때 그들은 조용히 고요하게 빠져나갔다. 사람의 울음은 반송도 시들게 하고 따가운 햇빛도 주눅 들게 만들었다. 바람도 풀이 죽고 사람들의 어깨에서도 힘을 빼갔다. 애도의 시간이 길어지면 끝없는 끝을 바라보는 것처럼 갑자기 허무함이 찾아들었다.
사람은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다독여 준다고 해서 정말 위로가 되고 평온을 얻는 게 아니다. 진짜 위로와 평온은 진짜 비극과 슬픔을 인정해야 가능해진다. 안심으로부터 시작되는 위로가 아니라 한바탕 눈물을 흘려버려서 정화되는 위로여야 진짜 위로인 것이다.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고 때가 되면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아무리 거부해도 때와 인연이 맞으면 만나고 나는 거다.
수목장 개장 1주년을 맞아 조촐한 자축 행사를 하는 자리에 수목장 사장 양지량은 우중, 소미, 도현에게 각자가 필요한 선물을 준다. 그리고 수목장이 만장 될 때까지 근무해달라고 당부한다. 재미있게 읽었다.
책 소개
『길 너머의 세계』 전민식 지음. 2024.12.13. (주)은행나무. 362쪽.
전민식. 2012년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제8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 시작. 장편소설 『불의 기억』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