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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남주 Oct 27. 2024

2화. 첫 번째 약속

그는 노인과 박기진을 이끌고, 사무실 뒤편에 위치한 비밀스러운 방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방문을 열자, 그들 앞에는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방 안에는 뭔지 모를 복잡한 장치가 달린 의자 두 개가 중앙에 놓여 있었다.

이 의자들은 일반적인 의자와는 확연히 달랐다. 각 의자의 양쪽에는 여러 가지 센서와 작은 스크린,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전선들이 장착되어 있었다. 의자의 등받이 부분에는 머리를 고정시킬 수 있는 장치가 달려 있었고, 팔걸이에는 손목을 부드럽게 고정할 수 있는 끈이 부착되어 있었다.


또한, 의자 앞쪽에는 작은 조작 패널이 설치되어 있어, 특정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있는 듯 보였다. 의자와 연결된 스크린에는 수많은 데이터와 그래프가 표시되고 있었다.


방의 벽면에는 이를 제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가지 장비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대형 모니터가 방의 한쪽 벽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노인은 이런 낯선 환경에도 그다지 놀라는 기색 없이 순순히 안내를 따랐다. 박기진은 턱을 괴고 노인이 의자에 앉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때 그 중년의 사내는 박기진을 슬쩍 쳐다보더니 턱으로 다른 의자에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박기진은 눈이 휘둥그레져 양손을 앞으로 벌려 내민 채 '내가 왜요? '라는 의미의 제스처를 그에게 보였다.


- 여기 일하러 온 거 아니야? 빨리 앉아.


박기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엉거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더니 박기진에게 다가와 손을 잡아끌었다.


- 아니 아저씨 왜 그러세요?


 이미 자리에 앉아 준비를 마친 노인과 대비되는 박기진이었다.


- 사장님, 이제 저는 어떻게 하면 되죠?


'사장? 이 사람이 이 전당포 사장?'


사장이라는 그는 노인의 손을 살짝 잡으며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고 안심시켰다.


 반면 박기진에게는 무서운 눈빛으로 의자로 그를 끌어당겼다.  박기진의 얼굴에는 즉각적인 거부감이 드러났다.

- 저... 저한테 왜 그러는 거예요!.


박기진은 엉덩이를 빼며 의자에서 멀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사장은 박기진의 반응을 예상한 듯 말을 이었다.


- 오늘부터 바로 일 시작이야. 계약을 파기시켜


사장은 결국 박기진의 손을 잡아 이끌며, 그를 의자에 강제로 앉혔다. 박기진은 저항했지만, 완력으로 그를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의자에 고정된 끈으로 팔과 다리가 묶였고, 머리를 고정시킬 장치도 조심스럽게 위치했다.


박기진은 긴장으로 온몸이 굳어 있었다. 사장이 조작판에 다가가 스위치를 켜자, 의자와 장치들이 하나씩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박기진의 눈앞에는 갑자기 어지러운 빛과 색이 펼쳐졌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의식이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갑작스러운 어둠과 침묵.


그리고 박기진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자신이 완전히 다른 곳, 다른 몸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이질적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박기진 본인이 어떤 카페 안에 있다는 것.

그리고 의식이 멀어지기 전 들린 사장의 한마디만이 또렷이 기억에 남았다.


- 1983년 2월 5일 약속 하루 전 스위치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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