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철부지의 오후

[그냥 예쁜 하늘]

by 차지윤

아, 아름답다. 하늘.
햇살이 내 어깨 위로 스며들던 오후,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치며 장난치던 시간.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뛰고, 넘어져도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지 않는다.
성공도, 실패도 무엇인지 모르고
그저 해맑기만 했던 나의 오후.

내일이 무엇을 가져올지 몰랐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오늘을 그냥 흘러 보냈지만

불안함은 없었다.

그저 밀린 과제가 걱정이었고,
그저 친구들과의 관계가 세상의

전부였던, 나의 스므살의 오후.

철부지였기에 가능했던 나의 무모함.
철부지였기에 지켜졌던 나의 순수함.


햇살 가득 눈부신 하늘 아래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아. 아름답다 하늘."


그 시절의 철부지.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의 오후는

가장 눈부셨고, 가장 아름다웠다.



며칠 전, 출근길에 하늘을 본 적이 있다.
완연한 가을 날씨에 나도 모르게 감탄했다.


“참, 날씨~~ 좋~~ 네~.”

아재 같은 한숨 섞인 감탄에,
미러 속 비친 내 모습이 멋쩍어
어이없이 웃어본다.

그렇게 웃다가 나의,
철부지의 하늘을 떠올렸다.

지금의 나는 내일이 두렵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무모한 짓을 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고,
순수함을 갖기엔 때가 너무 많이

묻어버린 나이.

철부지의 하늘은 맑고 힘이 넘쳤는데..
지금의 하늘은 왜 이렇게 축 늘어진 듯할까.


"하늘아 너도 나이가 먹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감정의 온도마저 달라진 지금,

세월이 언제 이렇게 흘러버린 건지..


하루가 아깝고 스물네 시간이 모자란
마흔의 테이블이다.

나의 그냥 예쁜 하늘은 지나갔지만..


그때의 철부지 오후는 아직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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