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영혼 스텔라 차]
여자의 인생에서 가장 예쁜 나이는
삼십대라 믿으며 살아왔다.
스무 살의 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방지축,
이 길 저 길을 헤매며
아직 완성되지 않은 마음 하나로
세상을 배우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생각했다.
“삼십 대가 되면, 나는 가장 화려하고 예쁠 것이다.”
안정된 커리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누리는 자유,
어떤 순간에도 여유로울 것 같은
나만의 미래를 확신처럼 품고 살아왔다.
그리고 삼십 대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그려놓은 이 미래는
거짓말처럼 시작되었다.
(요즘 말로 하면.. 뇌를 속이는 법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아이였을까.)
친했던 친구들은 스물다섯부터 하나둘 결혼을 하기 시작했고,
서른이 되기 전 대부분이 각자의 삶 속으로 멀어져 갔다.
나는 조금 이른 외톨이가 되긴 했지만,
바로 그때부터 나만의 세계 여행이 시작되었다.
누구의 눈치도, 방해도 없던 시절.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의 시간.
친구들은 늘 말했다.
“넌 참 좋겠다.”
“네가 제일 부럽다.”
아마 삶의 선택지가 달랐기에,
내 자유로움이 더 빛나 보였을지도 모른다.
1년에 많게는 네 번, 여행이라는 물이 가장 맑고 깊게 차오르던 때.
20대부터 갈고닦은 내 커리어는 늘 상승세였고, 하는 일마다 쭉쭉 뻗어나갔다.
온 힘을 다 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 시절.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건 내 인생의 황금기 이자,
가장 순조롭고, 가장 환하게 빛나던
나의 첫 번째 전성기가 아니었을까..
완벽한 ‘워라밸’ 같은 삶이었지만
그 소중함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나의 모든 수고의 끝에는
늘 ‘여행’이라는 자유가 있었다.
새로운 하늘을 보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그 보상으로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항상 떠나는 날엔
가장 화려한 드레스를 챙겼다.
낯선 세계에서 또 다른 내가 깨어났고,
한국에서는 하기 힘든 것들이
그곳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마치 또 다른 세계 속 ‘나’가
진짜로 존재하는 것처럼
나를 한 번 더 빛나게 하던 시간.
한 번은, 미국 여행에서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서툰 콩글리시로 웃으며 대화하던 중
그가 물었다.
“너 영어 이름 있어?”
없다고 하자
그는 조용히 밤하늘을 가리켰다.
“너는 저 별처럼 빛나.
스텔라, 어때?”
그 짧은 말 한마디에
심쿵..
(외국남자들은 멘트도 참 달달 하다)
낯선 세계, 낯선 사람,
모든 게 낯설었지만 아름다웠던 밤.
‘별처럼 빛나라’고 한다
그날 이후
나는 스텔라가 되었다.
어느 나라에 가든
이름을 묻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스텔라 차.”
별빛처럼 빛나는 존재.
길 위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나.
그 시절의 나는
정말로 별 가까이에 있었다.
모든 게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아
겁이 나지 않았고,
세상은 늘 내편에서 희망을 주던 시절.
지금의 나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여전히
그 반짝임이 나를 부른다.
가벼웠던 발끝,
선명했던 자유,
무엇이든 가능할 것만 같던
그 젊은 날의 별빛.
아득히 멀어졌는데
오히려 더 선명하게 남아 있는
나의 자유 영혼,
스텔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