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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Feb 09. 2023

씨푸드 다이어트에 노(No)를 외치다

정말로 no를 외쳤다. 

오랜만에 체중계에 올라갔다. 새해도 되었으니 또다시 레파토리가 반복될 때가 되었다.

레파토리는 바로 다이어트를 의미한다. 


검색을 하다보니 '씨푸드 다이어트' 라는 게 눈에 띄었다. 건강한 해산물을 먹으며 살을 뺀다라, 왠지 모르게 설득력이 느껴졌다. 집으로 향하며 생각해보니, 집에 해산물이라고는 말린 멸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근처 대형마트를 들렀다. 마트 입구에 들어서자 해산물 코너가 눈에 띄였다.

그곳에는 다듬어진 조개살, 매끄러운 새우살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산 연어회도 있었다.

제일 먼저 시선을 잡아끈 연어회를 손에 꼭 쥐고 계산대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야 또다른 고민거리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바로, 생연어회로 무엇을 해먹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잠시 고민 끝에 연어회를 넣은 연어유부초밥을 해먹기로 결정했다. 유부 역시 두부로 만든 것이고, 고슬고슬한 밥에 살짝 밑간만 하면 되는 데다가 연어까지 곁들이면 진짜 다이어트 식단이 될 법했다.  비록 유부가 두부를 튀긴 음식이라 기름덩어리이고, 초밥에 넣어먹는 밥은 항상 부족한 듯해서 밥을 평소보다 더 많이 먹는다는 단점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서 말이다. 아니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무척 배가 고팠기 때문이었다.


한창 요리를 하고, 드디어 음식이 완성되었다. 


예쁘게 그릇에 세팅하기는 커녕, 그냥 밥을 담던 그릇에 연어유부초밥을 쌓아놓고 먹을 준비를 마쳤다. 연어유부초밥이 하도 쌓여서 밥그릇은 마치 고봉밥이 담긴 것처럼 보였다.


드디어 연어유부초밥을 먹어보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건 사람은 절친이였다. 친구와 오랜만에 하는 통화였기에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드디어 내 입에서 방금 시식하려던 연어유부초밥 이야기가 나오자, 친구가 피식 웃었다.


"검색해서 나온 씨푸드 다이어트가 너는 정말 씨푸드(seafood) 다이어트 라고 생각하는 거니?"

"그게 그 말이지. 그럼 다른 뜻이 있기라도 하다는 말이야?"

"당연하지. 씨푸드의 씨푸드는 그 씨푸드가 아니야. 말 그대로 see food 라고."


처음에는 친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바다 씨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보다 씨가 왜 나오지? 하며 어리둥절해하기만 했다. 그러자 친구는 깔깔대며 웃어보이기까지 했다.


"음식을 보기만 한다고. 먹는 게 아니라. 그래야 다이어트가 되지."

 

아하! 그런 다이어트가 다 있다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말재간에 감탄하며 나 역시 see food 다이어트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다며 친구와 전화를 끊고, 당장 연어유부초밥에 시험해 보기로 했다.


여전히 고봉밥인 듯 밥그릇에 수북히 쌓인 연어유부초밥을 보았다.


그저 바라만 보았다.

멍하니 넋놓고 보기만 했다.

그러다 손가락으로 콕 한번 찔러보았다.

탱글탱글한 연어회의 감촉이 손끝을 통해 입안으로 움직인 듯 하다.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안되겠어! 견물생심이라고. 어떻게 사람이 보기만 하고, 눈 앞의 음식을 안 먹을 수가 있어!"


다시 연어유부초밥을 집어들고 먹으려는 찰나, 또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또 아까 전의 그 친구였다.


"see food 다이어트는 잘 시작했어?"

"나는 어릴 때부터 눈 앞에 먹을 것이 있으면 먹어야 한다고 배웠어. 그런거 몰라!"


이미 내 입안에는 연어유부초밥 한개가 들어온 뒤였다. 우물우물거리는 소리와 꿀꺽 넘기는 소리까지 

실시간으로 방송하고나자 친구가 또다시 낄낄거렸다.


"바보, see food 다이어트를 할 때 누가 눈 앞에 먹을 것을 가져다 놓니? 눈 앞에 먹을 것 사진만 갖다 놓는 거지."


아무래도 난 see food 다이어트든, sea food 다이어트든 못 하겠다.


왜냐면 먹을 것이 눈 앞에 있으면 먹어야 직성이 풀리고,

먹을 것 사진이 눈 앞에 있으면 그걸 사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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