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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Feb 09. 2023

월급장인으로 사는 이유

월급쟁이가 아니다

나는 월급쟁이 직장인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가리켜 '월급장인'이라고 일컫는다.


우리말 '쟁이'와 '장이'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쟁이'는 보통 심술쟁이 라는 말처럼 '사람의 특이한 특징이나 성질'을 일컫는 말이고,

'장이'는 대장장이 라는 말처럼 '어떠한 기술이나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장인'은 한 단계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는 뜻이 된다. '장인'은 국어사전에 의하면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스스로가 월급'장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걸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내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은 몸을 많이 쓰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손으로 컴퓨터를 쳐서 업무를 수행하고, 기획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은 내 기준에 월급'장인'에 포함된다.


두번째는 내 직업을 스스로 '선택'해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쟁이'는 사람의 특이한 성질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그렇다는 것은 쟁이라는 말 앞에 붙는 단어가 바로 그 사람의 특징이나 성질이라는 것이다. 결국 만약 어떤 사람이 '심술쟁이'라고 불린다면, 그건 스스로 선택한 게 아니라 '타인이 붙여준 별명'같은 의미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장이'는 다르다. 장이라는 말 앞에 붙는 단어는 그 단어로 일컫는 사람의 직업이나 기술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이 '대장장이'라고 불린다면 그건 그 사람이 대장간에서 일하는 업무를 '선택해서 수행'하고 있기때문에 그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인'은 어떤가. 장인이라는 단어의 또다른 뜻은 바로 예술가의 창작활동과 관련이 있다. 예술가는 심혈을 기울여 창작활동을 한다. 따라서 장인이라는 단어에는 바로 예술가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스스로를 '월급장인'이라고 생각한다. 월급을 받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기획 업무를 하기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 정도까지 얘기하고 나면 꼭 받는 질문이 있다. 그렇다면 왜 스스로 월급에 만족하는 월급장인이 된 거냐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잘못된 질문이다. 나는 스스로가 월급에 '만족'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따라서 이 질문에서 '월급에 만족하는' 이라는 표현은 잘못되었고, '스스로 월급장인이 되었다'는 표현은 맞다.


나는 나 자신의 급여에 만족하지 않는다. 월급여를 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에, 추가적인 부수입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도전해보는 중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업을 해야지, 왜 월급장인이 되었느냐고 말이다. 


그에 대한 대답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사업을 잘 해낼 자신이 없어서 대신 투자자가 되기로 선택했다고 말이다. 사업은 사업가가 알아서 운영해나갈 것이고, 나는 바로 그 사업을 옥석가리기를 통해 골라내어 투자하는 투자자가 되기로 했다. 그런데 바로 이 투자자로 살아가려면 투자금이 필요하다. 그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월급장인'이 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내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좋아하며, 무엇보다 내 일을 좋아하고 있기때문이다. 아마도 앞으로도 몇년은 계속 월급장인으로 살아갈 것같다. 그렇더라도 돈때문에 목매고 사는 게 아닌 스스로 선택한 월급장인의 길을 계속 걸어가고자 한다. 그러다가 어쩌면 이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언젠가부터는 직장을 '취미생활'삼아 다니는 인생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그렇ㄷ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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