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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Feb 11. 2023

'반드시 필'(必) 한자에 숨겨진 의미

꿈에서 찾은 대답

어린 시절, 나는 한자를 무척 좋아했다. 한자를 따라쓰고, 적어보고 익히는 그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한자는 '말 마'(馬) 처럼 사물을 그대로 본떠 그리다가 한자가 된 경우도 있었고, '쉴 휴'(休) 처럼 두 개 이상의 단어의 뜻이 더해져서 한자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쉴 휴'는 사람이 나무에 기댄 모습을 통해 '쉬다'는 뜻을 추리할 수 있어서 무척 신기했다. 이런 식으로 그 과정을 상상하며 한자를 배우는 게 참 좋았다. 


우리 어머니는 집에서 보던 신문을 가끔 내 앞에 펼쳐놓고, 한자 공부를 시켜주었다. 예전에는 신문에 한자가 그대로 실려있는 경우가 있어서 한자를 모르면 신문을 다 읽을 수 없었다. 신문은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고, 신기한 한자가 가득한 재미있는 종이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한자 공부를 바빠서 못 시켜주실 때는 스스로 신문을 펼쳐 보기도 했다. 기사 제목에 한자가 있어도 겁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기사를 읽어보면 그 한자가 무엇일지 추리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국민학교 1,2학년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나는 무척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는 아이였던 셈이다. 


이때 배운 한자 중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좋을 호'(好) 이다. 여자가 남자아이를 안고 있으니 좋다는 뜻이라고 설명들었는데, 그 설명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어머니는 나에게 '좋을 호'를 설명해주기 위해 남아선호사상에 대해서까지 설명해주어야만 했다. 그때 어머니가 진땀을 빼며 딸인 나에게 설명해준 기억이 난다. 내가 계속 '왜? 왜? 왜?'라고 질문했기 때문이었다. 왜 여자가 남자아이를 낳아야 기쁜 일이었는지, 왜 딸은 안 되는 거였는지, 왜 아버지가 딸을 안고 있어서 '좋을 호'가 아닌지 등등을 질문했었다고 어머니는 나중에 이야기해주셨었다. 






예전 기억때문인지 가끔 깊은 고민을 하면서 잠을 자다보면 한자 꿈을 꿀 때가 있다. 얼마 전에 꾼 꿈도 마찬가지였다. 그날은 글이 잘 안 써지고, 계속 공모전에 탈락하는 등의 문제로 고민하다가 '내가 정말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며 잠을 청했다. 그리고 그날 이 꿈이 나를 찾아왔다.


꿈 속의 나는 한자를 적고 있었다. 그걸 또다른 내가 옆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뭐라뭐라 중얼중얼 거리면서 한자를 적길래 자세히 들어보았다. 


"마음(心)에 마음을 더하면 반드시."


꿈 속의 내가 적고 있던 한자는 '반드시 필'(必) 이었다. 


꿈에서 깨고 다시 생각해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꿈인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평소같으면 그냥 '또 한자꿈이네.'하고 말았을텐데. 이상하게도 그 꿈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꿈에서처럼 따라서 '반드시 필'(必) 을 적어보다가 문득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음 심'(心)에서 한 획만 더 그으면 '반드시 필'(必) 이 된다는 것


그제야 내 꿈이 나에게 해주려던 말을 알 수 있었다.


1. 지금의 나는 마음에 마음을 더해야 할 정도로 글 쓰는 일에 진심이 아니다.

2. 지금의 나는 마음에 마음을 더해야 할만큼 글 쓰는 일에 노력이 필요하다.

3. 마음에 마음을 더한다면 반드시 해낼 수 있다.

4. 진심인 마음에 노력이 더해져야 해낼 수 있다.


나로부터의 메세지를 받고 나자 다시 용기를 내고 싶어졌다.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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