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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Feb 06. 2023

행복 바이러스와 불행 바이러스 중 더 빠른것은?

힌트: 예상 밖일 수도 있다

1. 행복 바이러스와 불행 바이러스 중 더 빨리 퍼지는 것은 무엇일까?


넌센스 퀴즈가 아니다. 진지하게 생각해서 내가 내린 답은 바로 '불행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1) '행복 바이러스'는 가진 사람 근처에 가면 이유를 알아야 주위에 퍼지지만, 

    '불행 바이러스'는 가진 사람 근처에만 가도 표정이 덩달아 어두워진다. 


   지인의 표정이 어느날 밝아보인다면, 과연 그 사람에게 무슨 말을 제일 먼저 꺼낼까?

   '왜 그렇게 표정이 좋아?' 라며 표정이 밝은 이유를 묻거나, 

   '무슨 좋은 일있어?' 라며 사실상 좋은 소식을 기정 사실화하는 말을 꺼낼 것이다.

   그리고 행복 바이러스가 생긴 이유를 듣고 나서야 

   '정말 축하해.' 라든지 '네가 그렇게 잘 될줄 미리 알고 있었어.' 라며 행복에 공감해주는 말을 꺼낼 것이다. 

   이유를 듣기 전까지는 물어보는 사람은 덩달아 기뻐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인의 표정이 어느날 어두컴컴 하다면, 과연 그 사람에게 무슨 말을 제일 먼저 꺼낼까?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어?' 라며 표정이 어두운 이유를 묻지만,

   그때 무표정한 얼굴로 물어볼 사람은 우리 중 아무도 없다.

   누구나 함께 걱정해주면서, 또는 염려되는 척이라도 하면서 

   질문을 꺼낼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기 전부터 물어보는 사람도 덩달아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2) '행복 바이러스'는 이유를 알아도 퍼질까 말까 하지만,

    '불행 바이러스'는 이유를 잘 몰라도 주위에 쫙 퍼진다.


  2번 항목은 어린 시절 내 경험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나는 주위 사람들의 표정 변화를 금세 알아차리는 편이 아니었다. 그렇다해도 성적표가 나오는 날은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매우 조심하곤 했다. 


한 번은 친한 친구 두 명의 희비가 엇갈렸던 적이 있다. A라는 친구는 무척 시험을 잘 봐서 눈물이 다 흐를 정도였다. 처음에 A가 울고 있길래 '시험을 망쳤나보다.'하고 생각해서 걱정해줬는데 알고보니 역대급 잘본 성적이 나왔던 거다. 그 A라는 친구 근처의 아이들은 지금 생각해봐도 '썩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몇몇 친구들은 기뻐해주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싸늘한 눈빛의 친구도 있을 정도였다. 행복 바이러스는 당사자인 A의 마음 속에서 다른 친구들에게로 퍼지지 못한 셈이다.


이때 B라는 친구는 '세상에 태어나 한번도 받아본 적 없던' 망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울상을 지었다. B의 마음 속에 깃든 불행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주위에 퍼졌다. 불행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위해 B는 많은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성적이......' 하면서 말을 다 끝맺지도 않았다. 그랬어도 B의 주위 친구들은 모두 '어떡하면 좋아.'라는 공감의 말이나,  '다음 번엔 잘 볼 수 있을 거야.' 라는 미래지향적인 말을 꺼내며 어두운 표정을 지어 주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행복 바이러스를 나누면 주위에 불행 바이러스가 퍼지고,

불행 바이러스를 나누면 주위에 행복 바이러스가 퍼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나의 잘됨이 타인의 잘됨과 똑같은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잘 되면 타인은 배아파하고,

내가 잘 안 되면 타인은 거기서 위로를 받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내가 불행 바이러스를 가져야만 행복 바이러스를 주위에 퍼뜨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스스로가 불행 바이러스의 소굴이 되어 우울증에 빠지는 안 좋은 결말을 얻게 된다.



2. 그렇다면 행복 바이러스는 많이 퍼지고, 불행 바이러스는 줄어들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걸어가는데 어느 모녀가 눈에 들어왔다. 벤치에 앉아있던 모녀는 언뜻 보기에도 중년의 나이와 노년의 나이를 지나는 모습이었다. 딸이 먼저 목도리를 들더니 엄마의 목에 감아 주었다. 


"바람이 차니까 잘 묶어줄게, 엄마."

엄마라고 불린 사람은 잔잔하게 웃으며 딸의 야무진 손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행복 바이러스를 지닌 사람이 '사랑으로' 대하면 행복 바이러스가 퍼지고

불행 바이러스를 지닌 사람이 '사랑으로' 대하면 불행 바이러스가 감소한다.


사랑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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