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기까지 하다.
학교 다니던 시절, 아침 7시에 일어나는 것은 무척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었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꽤 되었기때문에 최대한 늦게 일어나는 시간으로 알람을 맞춰놨었는데 그게 바로 7시였다. 그랬기때문에 알람소리가 울리면 벌떡 일어나야 학교에 지각하지 않고 다닐 수 있었다. 몇 학년때부터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알람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먼저 눈이 떠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희한했던 것은 알람소리보다 먼저 일어나면 무척 기분이 나빴다는 거다. 몇분이라도 더 잘 수 있었는데 그 시간을 뺏겨버렸기때문이었다. 그런 날 아침이면 괜히 부모님이나 가족에게 툴툴거리며 학교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일찍 일어나서 기분이 나빠진 건 내 잘못이었는데, 어째서 부모님 등 가족에게 툴툴거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중에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그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고 행동이 변하긴 했지만, 그 당시의 기억은 나의 흑역사로 여전히 남아있다. 어째되었든 이 당시에 알람은 '무척 중요하고 놓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의미로 자리잡혀 있었다.
수많은 알림들이 알람 소리를 흉내내는 모습을 보기 시작한 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사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채팅이라는 것을 배우고 가입한 그 순간부터였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인터넷 채팅이나 공통점은 무엇이냐면 그 사이트에 접속한 동시에 알람소리를 내며 알림이 마구잡이로 떴다는 점이었다. 인터넷 쇼핑몰은 가입한 그 시점부터 날라오는 여러 쿠폰과 포인트 적립, 저렴한 상품 소개 알림들로 인터넷 창이 도배되기 일쑤였다. 인터넷 채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접속한 순간 나의 친구 목록에 들어있는 사람 중 접속자 현황이 뜨기도 했고, 또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상대의 채팅창이 우수수 뜨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연령대와 성별을 선택해서 새로 접속한 사람 중 해당되는 사람에게 채팅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그 바람에 내 나이대와 성별이 모두 일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메세지를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지는 메세지를 받으면 처음에는 신기하다가 나중에는 기분이 나빠졌다. 이 방법으로 이성친구를 낚으려는 속셈이 보이는 사람이 제법 많았어서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그 바람에 이 시기부터는 '알림이 뜬다는 것은 불필요하고 쓸모없는 것' 이라는 인식이 내 머리 속에 자리잡혀 있었다.
알림에 대한 인식이 또다시 변하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카카오 브런치에 가입하고, 작가 승인을 받은 그 직후였을 것이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알림을 보내왔길래 '또 작가 신청에서 탈락했구나.'라고 생각했다. 다섯번째 신청이었는데 내 마음 속에서는 이미 스스로가 '탈락의 고배를 또 마신 불운한 주인공' 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브런치팀에서 '작가 승인' 이 되었다고 알림이 왔던 것이다. 작가 소갯말을 변경하고, 첫 글을 발행했을 때의 그 두근거림이란! 정말 가슴뛰는 경험이었고,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도 행복한 순간은 때때로 찾아왔다. 예를 들어 글을 발행하고 난 다음 '라이크'가 눌러지면 오는 알림이 그랬다. 카카오 브런치 알림은 펜 모양을 형상화한 듯한데, 내 눈에는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는 알림창을 손가락으로 내려보고서야 '브런치 알림이 왔구나!' 하고 깨닫기도 했다. 내 브런치를 구독해주신 분들이 눌러주는 라이크와 댓글 때문에 알림이 올 때면 무척 행복하다. 특히 브런치 알림은 변화가 있을 때마다 날라와서 무척 성실하다는 생각도 든다. 브런치 알림때문에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뚫어지게 바라보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 알림에 대한 내 인식은 이렇다.
'알림은 잘 안 보이지만, 보일 때면 행복하게 해주는 것.'
앞으로도 성실한 알림덕분에 행복했으면 좋겠다. 비록 알림의 노예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