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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Feb 15. 2023

당신이 '인맥'정리수납전문가라면?

정리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세상을 살다보면 참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다. 서랍장, 옷장, 신발장을 비롯해서 의류와 침구, 도서, 욕실, 씽크대 등등 집안 곳곳 정리해야 할 것 투성이다. 봄맞이 대청소를 기획하다가 문득 '정리수납전문가'라는 자격증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정리수납을 대신 해주는 전문가 라고 하거나 또는 정리수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전문가 라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듯하다. 커리큘럼을 신나게 보다보니, 인맥을 이렇게 정리수납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인맥'정리수납전문가 이다. '인맥정리수납장'이 있다면 그곳에 차곡차곡 인맥을 저장하는 거다. 그렇다면 손쉽게 자신이 찾는 인맥을 찾아내고, 저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의 인맥을 한번 '인맥정리수납장'에 정리해보기로 했다.






'인맥정리수납장'은 총 3층으로 구성해 보았다. 그러자 가장 손이 쉽게 닿고, 눈길이 자주 가는 곳은 2층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층에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인맥을 넣기로 했다. 그리고 3층에는 2층보다는 덜 중요하지만, 눈에 잘 띄는 자리임을 감안하여 그 다음으로 중요한 인맥을 넣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1층은 일부러 수그리고 앉아야만 눈에 띄는 장소이므로, 가장 덜 중요한 인맥을 넣어놓기로 했다.


여기까지 나누고 나니, 의문점이 하나 나타났다. 인맥을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나누는 기준이 과연 무엇일까? 아래부터는 그 기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연락을 주고 받는 빈도수


제일 먼저 생각난 건 바로 '연락을 주고 받는 빈도수' 였다. 연락을 자주 주고 받는 사람이 더 중요하고, 소중한 인맥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면 최근 연락이 갑자기 잦아진 돈을 빌려달라는 친구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인맥인걸까? 분명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와 나의 마음의 거리를 생각했을때 그 돈을 빌려줄 정도로 친밀한 사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말 친한 친구인데도 1년에 몇번 정도만 연락하는 경우가 있다. 서로 바쁘기때문에 연락을 못 하는 경우거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며 연락을 거의 안 하는 경우인 것이다. 여기서 또다른 기준을 찾을 수 있었다.





2. 마음의 거리


사람마다 '마음의 거리'라는 게 존재한다. 어떤 사람은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다른 사람은 그렇게 편하게 대할 수 없다는 것만 봐도 마음의 거리라는 것은 분명 존재한다. 마음이 서로 가까운 두 사람은 분명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인맥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점이 생긴다. 바로 그 마음의 거리라는 게 두 사람이 서로 간에 느끼는 거리가 '동일한지'의 문제이다. 세 사람이 다 같이 친한 사이라고 해도, 그 중 더 친하게 생각되는 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또 내가 친하게 생각하는 그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나를 더 친하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서로간의 마음의 거리를 잘 알 수 없을 때, 어떻게 하면 더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을까?





3. '텔레파시'가 통하는지의 여부


여기서 말하는 텔레파시는 진짜 초능력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사람의 생각을 하면서 '그 사람이 지금 저녁밥을 잘 먹었을까?'를 궁금해한다고 하자. 그런데 그순간, 바로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그 사람은 나에게 '지금 xx를 해서 먹고 있는데 너 생각나서 연락했어. 밥 아직 안 먹었으면 같이 먹을래?' 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의외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걱정거리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두고 기도해주는데 나중에 그 사람의 문제가 해결되었다든지, 아파서 끙끙 앓고 있는데 갑자기 잘 지내느냐는 연락이 온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텔레파시'가 통하는 두 사람이라면 분명 마음의 거리가 가까운 사이임에 틀림없다.




모든 정리가 끝나자 층별로 인맥을 넣는 일만 남았다. 제일 먼저 2층에 3번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차곡차곡 넣어보았다. 나머지 사람들을 1층과 3층에 가지런히 넣었다. 그러자 2층의 공간이 너무 많이 남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맥정리수납장'이 층별로 똑같은 높이여서 생긴 문제였다. 1층과 3층은 공간이 꽉 차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2층이 비어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2층에 넣어야 하는 '소중하고 좋은 인맥'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사진: UnsplashSanibell B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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