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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Feb 17. 2023

따라하면 돈 아까운 레시피

덤으로 혼날 수도 있다.

오랜만에 장을 보러 대형마트에 갔다. 트레이더스는 우리집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에 있다. 걸어갈만큼 가까운건 아니기도 하지만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스를 누가 걸어가겠는가. 당연히 차타고 다닌다. 하지만 의외로 나같은 사람은 교통비 아깝다고 걸어다닌다. 교통비 1200원과 식재료의 신선도를 맞바꾸는 행동이라 추천한만 하지는 않지만.




트레이더스에 가서 땡기는대로 해산물 코너를 가보았다. 거기엔 포장된 횟감 연어가 즐비했다. 가격을 보니 망설여졌지만 그 부드러운 식감을 내 혀가 기억하는 한 나에게 이곳은 참새 방앗간일 수밖에 없다. 결국 연어 3만원 어치를 들고 계산대로 직행했다. 올 때는 분명 빵도 사고, 식재료를 많이 사갈 생각으로 오지만 집에 갈 때 무거울 생각 하면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음식만 사게 된다. 이날은 연어 한팩만을 계산하고는 룰루랄라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와서 신나게 횟칼을 꺼내들었다. 우리집에 있는 몇 안되는 사치품 중 하나이다. 그걸 오랜만에 꺼내드는데 날카로운 칼날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이게 부드러운 연어살을 잘라 내 입안에 쏙 넣어줄 것이기 때문에.





한동안 연어회를 초고추장에도 찍어먹고, 간장에도 찍어먹었더니 입안이 살짝 비릿해졌다. 이래서 횟집을 가도 연어는 조금밖에 안 주나보다. 참고로 연어초밥 1인분을 시키면 나오는 연어의 양은 내 기준 3분의 1인분밖에 안 된다. 그런 내가 1인분의 연어를 거뜬하게 먹었는데도 연어횟감은 반 정도가 아직 남아있었다.




횟감은 원래 오래두고 먹는게 아니라는 신조에 따라 어떻게 하면 새로운 맛으로 연어를 즐길까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사온 식재료가 없으니  집에 항상 있는 식재료, 바로 라면이 떠올랐다.



라면을 물에 넣고 팔팔 끓였다.

파송송 계란탁 이 아니라

연어회 드음뿍 라면 속으로 입수시켰다.




다 끓였는데 일단 냄새는 합격점이였다.

횟감 연어가 익으니 어쩌면 그리 배부른데도 다시 배고파지는 냄새가 나던지. 하긴 라면을 끓이느라 왔다갔다했으니 운동 효과로 조금 전 먹은 것들이 다 소화된건지도 모르겠다. 또는 회는 원래 배를 금방 꺼지게 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맛을 보았는데... 이것은 라면계에 몇안되는 천상의 맛이였다.

기름진 라면에 또 다른 기름진게 들어갔는데

왜 국물은 담백한지.

역시 맛있는 것에 맛있는 것을 더하면 맛없을 수 없다는 말은 진리였다.

라면 스프의 맛이 연어에 배였는데

그 맛은 연어의 담백한 맛에 짭조릅한 코팅을 했다고나 할까.

정말 잊을 수 없는 한끼였다.

대신 누군가에게 이 잘 먹은 한끼에 대해 설명할 때 내가 먹은 메뉴가 연어라면 인지, 연어탕에 라면을 넣은건지는 알 기 어려웠지만 말이다.




그렇게 음미하고 있는데 우리 어머니가 들어오셨다.

무슨 음식을 해먹어서 이렇게 은은한 향기가 나는지 물으셨다. 자랑스럽게 연어라면인지, 라면 추가한 연어탕인지 설명하는데 엄마가 그러셨다.


"그 비싼 연어를 라면에 넣어 먹었다고? 너 또 트레이더스가서 연어 사들고 걸어왔지?"


아직 날씨가 춥다는 내말은 허공으로 산산히 부서졌다. 등짝스매싱이 날아오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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