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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Feb 21. 2023

얼음?땡!

얼음땡 놀이 중인 친구를 생각하며

어렸을 때는 얼음땡 놀이를 참 많이도 했었다. 언젠가는 나를 별로 안 좋아하던 아이들과 얼음땡 놀이를 한 적도 있다. 그 아이들은 그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같이 놀 친구가 없던 나를  '쟤는 불쌍하니까 끼워주자.' 면서 나에게 같이 놀자고 했다. 얼음땡 놀이는 참 단순해서 재미있었다. 술래가 된  아이는 다른 아이들을 잡으러 뛰어다니고 잡힐 것같은 순간 얼음 이라고 외치면 잡히지 않는다. 얼음이 된 아이는 움직이지 못하다가 술래 아닌 다른 아이가 와서 땡! 하고 쳐주면 그때부터 다시 움직이게 되는 그런 놀이이다.




불쌍해서 나를 끼워줬던 아이들과의 얼음땡 놀이는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난 술래가 아니였고 뛰어다니기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술래는 오직 나를 잡겠다며 나만 쫓아다니는 거였다. 얼음을 외치자 그제야 술래는 나를 버려두고 다른 아이들을 쫓아 뛰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아무도 나에게 와서 땡을 쳐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다른 아이들과 내가 떨어져있어서 그런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들의 놀이 장소는 어느새 내가 얼어있는 곳을 벗어나 멀리 이동해 버렸었다. 학교 수업 시작 종이 치고서야 아무도 나를 땡해주러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더이상 놀이가 아니였다. 나는 분했고 무척 기분 나빴다. 놀이에서 나를 일부러 끼워주고는 놀이감으로 삼은 그 아이들에게 화가 났었다. 내가 교실에 들어가자 그 아이들이 땡 안해줬는데 어떻게 왔지? 라며 자기들끼리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문득 '저 아이들 앞에서 울지말고 태연한 척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표정도 짓지않으려 애썼지만 아마 내가 속상해한것을 그 아이들은 눈치챘던 듯 했다.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재미있어했기 때문이다.




시간은 항상 그렇듯이 흘러간다. 옛기억이 희미해지고 내 몸과 마음도 성장해서 나도 어른이라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내 눈 앞에는 내 옛기억에 대해 모르는 한 친구가 앉아있다.

이 친구는 작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이유는 성격 문제같은 두리뭉실한 게 아니라 여자 문제 때문이었다. 그걸 안 날 이 친구는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시는 남자친구를 못 사귈거 같애. 사람한테 믿음이 안가. 어떡하면 좋지?


그리고 올해, 이 친구는 여전히 남자친구가 없이 지낸다. 작년 말 크리스마스나 올해 초 설 연휴 등 남자친구가 있었다면 행사거리가 많았겠지만 모두 조용히 보냈다고 한다.




그 친구를 보니 내 어린 시절 기억이 되살아났다. 술래에게 쫓겨 억지로 얼음이 되었던 그 기억이 말이다. 이 친구는 지금도 남자친구가 되겠다는 사람은 있지만 믿음이 안가고 또다시 여자문제가 생길까 무섭다고 했다. 그날의 나처럼 이 친구는 마음이 얼어붙어 있었다.


그 어린 날의 내가 누군가가 땡하고 쳐주기를 바랐던 것처럼 지금의 이 친구도 누군가가 나타나 자신의 얼어붙은 마음을 땡! 하고 쳐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본인은 아니라고 남자친구가 없어 속이 편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말이다. 부디 이 친구에게는 땡! 하고 쳐줄 누군가가 꼭 나타나기를 바란다. 아무도 땡! 하고 쳐주며 마음을 다독여주지 않는다면 놀이가 다 끝난뒤 예전의 나처럼 속상하고 분하기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의 인생길에 땡! 하고 동반자가 나타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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