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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May 22. 2023

층간소음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코로나로 집에만 있었던 날

얼마 전 맘먹고 가족 여행을 갔다. 신나게 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정말 즐겁게 놀았다. 그런데 다음날 오전부터 몸이 어딘지 모르게 으슬으슬거리고 아팠다. 머리에 열도 나는 것같았다. 기분 탓이겠지, 하며 계속 근무를 하는데 점심을 먹고 나니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다.  주위 직원들은 병원에 가보라고 했고, 그렇게 설마 하며 향한 병원에서 코로나 양성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생전 처음 코로나에 걸려서 낯설긴 했지만, 주위에 무증상이었던 확진자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딱히 무섭고 두렵진 않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다음날부터 무섭게 몸이 아파왔다. 집에서 원래 한가로이 재택 근무를 하려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도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웠다. 열은 딱히 오르는 것같지 않았지만, 식은땀이 계속 났다. 그렇게 사흘이 지나자 이러다 죽는건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죽을까봐 덜컥 겁이 나던 그 순간, 위층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집 위층에는 중학생 남자아이를 둔 부부가 살고 있다. 이사오던 날 위층에서 먹을 것을 갔다주시며 시끄러워도 조금만 양해해달라고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어렴풋하게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먹을 것에 넘어가서 '조금 시끄러운 것 정도는 봐주자.'하고 생각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옛날의 일이었다. 하루종일 집에서 누워있다보니 쿵쾅거리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왔다. 문득 층간소음때문에 이웃끼리 많이 싸운다던 말이 떠올랐다. 분명 이사오던 날에는 봐주지 뭐, 하고 이해심 많은 것처럼 생각했었는데. 그날의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나는 층간소음에 짜증을 냈다.




나흘째 되던 날, 다행히도 몸이 회복되는 게 느껴졌다. 식은땀도 별로 나지 않았고, 기침도 점차 잦아들었다. 내 몸이 회복되자 다시 예전의 배려심이 돌아왔다. 여전히 윗집 중학생 남자아이는 쿵쾅거렸지만, 그 소리를 듣다보니 아이가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소리가 쿵쿵거리기만 하다가 한 1~2분이 지나면 콩콩거리는 소리로 강도가 약해졌다. 아이가 처음에는 힘닿는대로 걷다가 '이크, 이러다 아랫집에서 올라오겠는걸.'하는 생각이 들면 발에 힘을 쭉 빼는 듯했다. 그 모습을 상상하다보니 웃음이 났다. 잘못은 사실 이 아파트가 다 했는데. 사람은 그저 그 아파트에 살고 있을 뿐일 것이다. 그 이후로는 윗집 아이의 발소리가 들릴 때마다 윗집에서 주신 먹을 것을 떠올린다. 그게 참 맛있었지, 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짜증이 사그라드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층간소음도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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