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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Jul 20. 2023

아직 생기지도 않은 내 아이에게(1)

호기심이 있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안녕, 아가야. 엄마란다. 이 글은 네가 아직 생기지도 않은 상태에서 작성했단다. 

게다가 너의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이지. 생각할 수록 어이없고 기가 막힐 수는 있지만

이 엄마가 약 40년의 인생을 살면서 느꼈던 점을 너에게 꼭 남기고 싶어서 이 글을 적는단다.






엄마는 네가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다른 엄마들과는 다르단다. 엄마는 네가 건강한 것뿐만 아니라 지혜로운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거든. 그래서 이 글을 통해서 네가 고집부리지 않고 엄마 말을 잘 알아들어서 부디 지혜 가득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1살때 동생이 생겼단다. 그것도 쌍둥이인 동생이 말이야. 그래서 너의 외할머니는 쌍둥이 동생들이 태어난 이후로는 엄마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썼다고 하시더라. 그래서인지 엄마는 바깥으로 나돌았어. 문이 조금 열려있는 틈을 보면 그 틈으로 살짝 빠져나가서 집 밖으로 나가곤 했다고 하더라. 그 밖에서 무엇을 하고 다녔는지는 몰라도 어느 순간 외할머니가 보니까 동네 사람들이 엄마를 다 알고 있더라고 하시더라. 알고보니 집밖에 나가서는 그 당시에는 대문을 열어놓고 사는 집들이 많았거든. 그 대문 열린 집마다 들어가서 그 집 아이들과 놀곤 했다더라. 동네 사람들은 다들 엄마를 참 활발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라고 얘기했다고도 들었어.




사실 엄마는 그 당시 엄마가 무슨 경험을 했고, 무엇을 느꼈는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단다. 당연한 일이지만 말이야. 그렇지만 그 이후 엄마의 성장과정을 볼 때 엄마는 무척 호기심 많은 아이로 커나가긴 했어. 예를 들어, 엄마는 버섯이 햇빛 가득한 곳에 가면 정말 죽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서 버섯을 잔뜩 뜯어다가 옥상 햇빛 잘 드는 곳에 가져다 두기도 했었단다. 아니나다를까 1시간 쯤 후에는 버섯들이 모두 말라 죽었었고. 그 이야기를 방학 숙제로 작성해서 냈더니 반 아이들은 모두 웃었지만, 선생님께서는 탐구심과 호기심이 잘 어우러진 좋은 탐구 활동이었다고 얘기해주신 기억이 난다. 




이런 호기심은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무척 필요하단다. 호기심이 없다면 인류는 결코 발전하지 못했을 거고, 수많은 수학 공식과 과학 상식이 나오지도 못했을 거야. 거창하게 인류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호기심은 개인에게도 무척 중요하단다. 호기심이 있으니까 남녀가 서로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키워나가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엄마는. 또 친구끼리도 호기심이 있으니 서로 질문도 많이 하고, 대답도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거란다. 그러니 너도 나중에 정말 태어나게 된다면 엄마처럼 호기심 많은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구나. 




너와 만날 날을 항상 기대하며,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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