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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Jul 28. 2023

아직 생기지도 않은 내 아이에게(2)

우울증을 앓았던 엄마 이야기를 해줄게

안녕, 아가야. 엄마란다.

오늘은 무슨 얘기를 남길까 고민해봤어. 엄마가 사실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거든. 그래서 몇가지 좋은 얘기와 안좋은 얘기를 두고 고민했는데, 오늘은 엄마의 어두웠던 과거(?) 이야기를 해줘야겠단 생각이 드는구나.




엄마는 10대 시절 엄마 잘난 맛에 사는 아주 재수없는 여자아이였단다. 잘난척은 당연했고,  같은 반 친구들을 마음 속으로 무시했지. 10대때 엄마는 공부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였는데, 이 공부를 엄마는 제법 했거든 그래서 엄마는 주위 사람들을 4,5명만 빼고 죄다 무시했단다. 왜 4,5명은 무시하지 않았느냐고? 그 아이들은 엄마보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이였거든. 그래서 그 아이들은 무시하지 않고 나보다 더 공부를 잘 하다니 대단하네~ 하고 생각했단다. 재밌지? 모든게 엄마 본인이 기준이다보니 그런 일이 벌어졌던 거였어.




그러다가 엄마가 고2때 한 친구를 알게 되었단다. 이 친구는 무척 착했는데 공부도 제법 해서 엄마가 친구로 받아들인 아이였어. 사실은 전교생 중에서 유일한 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단다. 다른 아이들은 다 진짜 절친이라 부를 수 없는 아이들이였거든. 엄마는 이 친구만 있으면 다른 사람은 모두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어. 그 정도로 그 친구는 엄마에게 특별한 친구였단다. 그랬는데 그런 친구가 대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렸어. 그때 엄마가 느낀 절망감은 참 대단했었단다. 엄마는 그 친구가 그렇게 되고 거의 1년은 폐인 상태였고, 그 이후 또다른 1년은 죽고 싶어하면서 살았거든. 시도도 해보려했지만 실패하길 여러번 반복했었지.





엄마가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나니까 너의 외할머니가 엄마를 끌고 병원 정신과에 가셨단다. 그제서야 엄마는 처음으로 그 친구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어. 의사선생님은 엄마에게 우울증이라는 병명을 알려주셨어. 그리고는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셨단다. 그때부터 약을 먹으며 엄마의 인생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어.


예전에는 공부처럼 쉬운게 없었는데 이제는 공부가 집중하기 어려워졌어. 그래서 엄마는 대학을 졸업하는 걸로 목표를 삼고 살아야했단다. 정말 힘든 시간이였지만 무사히 극복할 수 있었지.


몇년이 지나서 엄마는 병원의 그 의사로부터 완치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그날의 감동을 엄마는 아마 평생 못 잊을거야. 그날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엄마가 창밖을 보는데

창밖에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녔거든.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없었단다. 엄마가 그때까지 봤던 장면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였어.




엄마는 그래서 너는 세상 살면서 혼자만 잘났다는 망상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망상에 빠지면 정말인줄 알고 세상 무서울게 없어지거든. 근데 그랬다가는 세상이 자신의 무서움을 알려주려고 이빨을 드러내더라. 그러니 결코 세상을 만만히 보지말고 엄마와 같은 기독교를 믿으며 하나님을 의지해서 세상을 살아가렴. 그래야 세상이 너에게 이빨을 드러내도 너는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단다.


다음에 또 이야기 들려줄게.


항상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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