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교회 학교에서 교사로 봉사합니다. 제가 담임인 아이가 질문했습니다.
"절 중에서 가장 좋은 절이 뭐게요?"
"불국사?"
지금 시기가 설이니까 설연휴임을 감안했다면 이런 대답은 하지 않았을텐데. 단순히 아재개그같은 넌센스 퀴즈라 생각하고 한 대답이었습니다.
내 말에 아이가 피식 웃었습니다.
"다른 힌트 줄게요. 같은 말인데, 친척에게 절하는 걸 줄이면?"
설마 이거냐 싶으면서도 대답했습니다.
"친절?"
"정답!"
아이는 헤헤거리며 웃었습니다. 그 얼굴을 보니 아재개그라고 뭐라 하고싶지 않아졌습니다.
오히려 절 중 제일 좋은 절이 친절이라니. 가슴이 먹먹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세뱃돈 받는 절 같은 대답을 두번째로 생각 중이었거든요. 그런 대답만 상상한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가장 좋은 절이 친절이라 말한 아이에게 이번에는 제가 물었습니다.
"그럼 네가 했던 가장 친절한 행동은 뭐가 있었니?"
"저요? 음... 동생한테 먹고 싶었던 과자를 줬어요."
아이의 대답은 초등학교 3학년다웠습니다. 잘 했다고 칭찬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에게 친절해보았을까?'
아이는 친절해 본 경험을 금세 생각해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법 시간이 걸려서도 생각나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거야 원. 아이에게 배운다는 말은 그래서 있나봅니다.
아무래도 오늘 집에 가면서라도 누군가에게 친절한 행동 한번은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