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어머니가 되어도 어머니에게는 부족한 딸입니다
어머니
날 낳으시고
세상에 피고 진 솔잎만큼
수없이 많은 시간이 지나도
천명을 안다는 오십이 넘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가을 저녁
새벽하늘 산너머 피는 연무처럼
그리움과 아쉬움의
물방울이 피어납니다.
병아리처럼 작게 태어난 두 딸이
성큼성큼 제 세상을 걸어 다녀도
어머니 활짝 열린 두 팔 아래서는
저는 마법처럼 어려집니다.
당신같이 평생을 여자로 살다 보니
당신처럼 어머니로 아내로 살다 보니
심장을 꼭꼭 누르는 슬픔도 참아보고
뼛속까지 저린 바람이 부는 날이면
가족 향한 화롯불을 피워 봅니다.
지쳐 잠들었던 어느 밤
당신과 멀리 떨어진
남도에서
세월이 만든 슬픔의 구슬을
하늘보다 넓은 당신의 치마폭에
쏟아부었지요.
계절을 지나는 소나무가
흔들림이 없는 것처럼
당신은 더위에 지친 제게
향긋한 솔바람 그늘을 주고
상처 난 몸을 송진으로 닦으며 산 세월
당신의 어깨는 마른 잔가지가 되었습니다.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제게
당신은
씁쓸한 미소와 괜찮아라는 말뿐.
몇 세기가 흘러도 굳지 않을 사랑 문 열어놓고
지문도 닳아진 앙상한 손끝으로
길이 없으면
다리를 놓고
가시밭길은
거침없이 헤쳐주신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디선가 세상의 모든 시인은 어머니의 사랑 앞에서 겸손해져야 한다는 글을 읽었네요.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