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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Jan 20. 2022

우산(遇山) 이야기

송곡(松谷)에게 감사하며

 오늘은 우산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참 고맙고 멋진 친구에게 감사의 글을 써야지 맘먹은 지는 오래되었는데, 이 친구가 너무나 다방면으로 열심히 활동하며 친구들에게 맘을 쓰다 보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친구가 보내 준 기고 글을 읽었습니다. 솔직히 학교 근무를 할 때면 못 읽을 때도 많습니다. 구글 드라이브에 담아두고 가끔 볼 때도 있습니다.

 글은 쓰려고 했는데 지금도 말문이 막히네요.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안지 오래되었느냐고요, 아마 4년째 됩니다.

 혈당관리를 해야 해서 지속적으로 걸을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할 때였습니다. 그때 대학 동창회에서 서울 성곽길을 걷자는 연락이 왔어요.

 그렇게 시작한 동창 모임, 아마 51세 때였나 봐요.

 처음에는 서먹했는데, 삼청공원 성곽길을 걷고, 오후에는 배드민턴 경기도 하고, 모르는 친구들에게 줄 아이스커피며 간식을 준비한 친구의 마음에 감동이 되더라고요.

 그날 일정이 끝나고 저녁을 먹는데, 걸죽한 군산 사투리에 박수 세 번을 외치는 친구가 있었어요.

 도란도란 이야기하다가 대표가 할 말을 전하려면 집중하라고 '박수 세 번'을 큰 목소리로 외치더라고요.

 무척 활발한 친구인가 보다 했습니다.

  그 뒤 모임에서 그 친구는 항상 친구들을 위한 선물과 심지어는 뽑기까지 준비해왔습니다.

 '꽝'을 넣고 뽑은 친구를 위한 위로의 말까지 준비하는 유머도 있었습니다.

  건설업계 근무하며 전국의 계약처와 현장으로 종횡무진하는 것 같은 데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씀이 세심하더라고요.

  그 해, 제가 수필 작가로 등단하고 '아버지의 두 바퀴 인생'이란 글이 수록된 책을 주었더니, 감동이 진하다며 친구들 모임 대화방에 일부를 올려주었습니다.

  때로는 그의 시인 친구 시집을 전해주고, 자신이 보는 신문의 칼럼을 제게 보내주었습니다.

 학교 근무를 늦은 나이에 시작하고는 일상에 지쳐 거의 독서를 하지 못할 때였는데, 작가가 다양한 글을 읽어야지 하며 짤막할 칼럼을 톡으로 보내주니 바빠도 그것은 읽게 되더군요.

  그때까지 제가 배운 수필은 원고지 15~20매였는데 신문 칼럼을 읽으며 5~6매 단수필 형식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후, 친구는 지인을 통해 저의 글을 소개하였고 그쪽에서 제 글을 보고 계속 원고를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교사, 무 경감을 한다지만 매년 조금씩 달라지는  일에 적응하고 약해지는 교권에 자신의 주장만 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를 만나면 하루 에너지가 한순간에 탈진이 되기도 하지요.

  방학이 있어 좋겠다고 하지만 방학을 위해 마지막 한두 달은 주말에 꼬박 일할 때도 많습니다.

  지도를 잘 따르며 아는 것을 기뻐하는 아이들을 가르침이 보람될 때도 있지만 기본 습관이나 사고방식이 부정적인 이들과 수업하려면 감정적으로 힘들 때도 많습니다.

  물론 이들과 일대 일로 대화를 하거나 노는 건 할 수 있지만, 다른  몇십 명의 아이들 수업을 해야하는데 수업 방해를 하고도 당당할 때는 난감하기도 합니다.

  도통 막무가내인 아이에게 지쳐 있던 어느 날, 제 글이 신문에 실렸습니다.

  하루는 자괴감도 느끼고 모든 자신감을 잃었던 날이었는데, 제가 기간제 교사로서 느낀 점을 쓴 '짧은 만남 긴 이별'이라는 글이 실리고 참 행복하고 힘이 나더군요.

  그 후, 정한 날 없이 자유롭게 기고하면 편집부에서 여러 작가 글 중에서 적절히 골라 실어주었습니다. 

  오늘까지 몇 년째, 그 친구는 매일  저에게 글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해외여행을 가 있어도 글을 보내주니 몇 천 킬로 떨어진 곳에서 저는 놀고 친구는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고마웠습니다.     

 힘들지 않으냐 하니 친구 몇 명 같이 보내는 것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합니다. 

  그 친구의 강점이 바로 변함없는 꾸준함입니다.

  한문을 전공 한 저도 매일 경전을 읽고 쓰지 못하는데, 작년에는 논어에 나오는 4자 성어를 매일 쓰겠다고 하더니 붓으로 매일 써서 뜻과 함께 친구들에게 보여주니 모두가 마음 공부가 되었지요.

  생일인 친구를 위해 붓글씨로 축하인사를 써 주기도 합니다~행서 같으면서도 힘이 치는 송곡체입니다

  그게 정시 퇴근해서 한가롭게 집에서 저녁 먹고 쓰는 것이 아니라, 직장 생활이 술자리도 많고 근무 시간 외 일도 많은데 회식을 하고 들어가서도 꼬박 글씨를 쓰고 뜻을 올리더라고요.

  아들이 둘 있는 아버지로 10년 동안 아들 둘에게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어떻게 그렇게 했느냐 했더니 아이들 학원을 못 보낼 상황이 벌어지고 미안한 마음에 시작한 것이 10년이 되었다고 하네요.

  가장으로서 공부하려는 아들을 물질적으로 지원을 못해 안타까웠던 아버지의 마음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그것을 계기로 자식을 사랑하는 귀한 마음을  글로 써서 주었으니 그 마음을 10년이나 읽은 아이들이 잘 자랐지요.

  말보다 글은 더 오랫동안 깊이 새겨졌을 테고 늘 아버지의 사랑을 느꼈을 테니까요.

  다산 선생이 귀향간 동안 아들들에게 쓴 편지보다그 마음이 못하지 않았을 겁니다.

  작년 이맘때 축구 심판 자격증을 땄다고 하더니  대학생 아들과 함께 경기장에 있는 사진이 더군요.

  자식이란 이렇게 키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요. 꿈같은 아버지의 모습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회룡사 사진 송곡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올곧은 마음과 본보기로 가르치는 것이지요.

  그 외에도 집짓기 봉사, 연탄 나르기 봉사도 열심히 다니더군요.

  매일매일 꾸준하게 선한 결심을 실천하면서도 친구들을 챙기던 친구가 어느 날은 하루에 한 명씩 모임 친구들에게 호를 지어주더라고요.

 친구의 재능과 이미지에 맞게 곰곰이 생각하여 한자로 호를 지어주었습니다.     

그러자면 친구들 한 명 한 명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하니 진정한 마음의 선물이지요. 

 당시에 제가 주말마다 산에 다니던 때라 저에게 遇山(만날 우,  산 산)이라는 호를 지어주었습니다.

 제가 산을 좋아하여 지어 준 것인 동시에 음으로만 따지면 비 올 때 쓰는 우산(雨傘)처럼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라는 의미였습니다.

 아들에게 쓴 편지는 언젠가 좋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작가 친구가 많은 그 친구가 산을 다녀와 쓴 글이 산행 잡지에도 실렸더군요. 친구의 삶이 글이 되는 날을 기대합니다. 

 주말에 틈틈이 장모님과 텃밭 가꾸기도 하는 친구는 가정에서 사회에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친구의 호는  송곡(松谷)입니다.

 소나무처럼  푸르고 활기차면서도 따뜻한 마음씀이 소나무 향이 있는 골짜기 같습니다.

  우리 모임에서 소나무 같이 푸르른 기운을 주고 소나무 골짜기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 같은 친구입니다.

회룡사 사진 송곡

  편백나무의 민트색 열매를 보며 친구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친구들에게 피톤치드를 주는 친구. 고마울 따름입니다.

  지난 자료를 보다가 송년회 때 제가 박노해 시인의 시 낭송을 한 것이 있더군요, 송곡 친구는 한해에 시 암송 세 편도 꼭 계획에 넣고 실천합니다. 저에게 작가라고 송년회에서 시 낭송을 하라 하고 어느 해인가는 긴 시를 번갈아 낭송하였는데, 다음 해에는 본인이 그 시를 다 암송하더군요.

  학생 때 시 낭송을 취미로 하긴 했어도 제가 유튜브 시낭송을 생각할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고 할 수 있네요. 우산 현옥쌤의 우산, 우산의 브런치에 우산이라는 호는 이런 의미로 이렇게 사용되기 시작했네요.

  한문은 전공하지 않았어도 한문을 열심히 하는, 작가가 아니어도 책을 많이 읽고 시를 암송하는 친구입니다.

  씩씩하고 활달해 보이면서도 의외의 쑥스러움이 있는 친구는 틈이 나면 종종 집 근처 회룡사에 들러 산사의 풍경을 친구들 톡방에 올려줍니다.

  회룡사는 신라 의상이 창건하였는데,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에 3년 간 불공을 드렸고, 요동 정벌을 떠났을 때 무학대사가 그를 위하여 불공을 드렸다고 한다.

  이성계가 왕위에서 물러나고 함흥에 갔다가 이곳으로 무학을 찾아오니 회란 용가(回鸞龍駕)’라 하며 좋아하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절 이름이 回龍寺(회룡사), 즉 이성계(왕)가 돌아온 절이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어느 무더운 날 송곡이 찍어 올린 회룡사의 폭포와 산 아래 시원스러운 도량의 모습이 옛날에 화랑이 산천을 돌아다니며 호연지기를 키우듯 친구에게도 에너지가 지치지 않고 일과 친구, 가족 사랑의 에너지를 주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친구는 마음이 맞아야 될 수 있겠지만, 나이 들어가며 자기 일 열심히 하며 남을 위해 봉사하고 배려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나와 성격과 취미가 같지 않아도 흐뭇하고 힘이 나기도 합니다.

  꼭 무엇을 같이 하지 않아도 바르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은 책을 읽는 것 같고 소나무 숲에 있는 것 같습니다.

 친구나 가족, 친지들에게도 배려하고 사랑하며 열심히 사는 송곡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며 소나무 골짜기의 싱그러운 바람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친구들 귀에 들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덕분에 저도 미담을 듣고 우산 같은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될 수 있게 말이죠.

[네이버 지식백과] , (두산백과) 회룡사 참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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