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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Feb 05. 2022

선운사, 발길 닿는 대로

선운사를 살짝 다녀왔다

송창식이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냐고 했는데 나는 55세가 되어 처음 갔다.

서천 마량 동백이 3월에나 핀다고 해서 선운사는 누군가의 1월 블로그에 사진이 있어 3시간을 달렸다.

누구를 만나러 세 시간을 가본 적이 있을까.

올겨울에는  그 꽃이  흐드러지게 핀 것을 보고 싶었는데, 동백의 북방 한계선인 동백은 선운사에도 3-4월이 되어 벚꽃과 함께 핀다고 한다.

겨울꽃 동백도 지역에 따라 피는 때가 다른 것이다.

분에  고즈넉한 선운사, 눈발 날리는 선운사에서 푸른 맥문동 잎인 줄 알았던 꽃무릇 잎 위에서 물까치가 평화롭게 나는 풍경을 보고 왔다.

아무도 없는 꽃무릇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봄을 기약했다.

말린 꽃차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나는 메리골드를 사 왔다.

오래된 나무들이 모두 앞을 떨구고 있지만 결코 가볍거나 초라해 보이지 않는 것은 학식과 인품이 훌륭한 사람에게서 풍겨 나는 멋이라고 해야 할까.

동백꽃잎을 품고 있는 꽃송이를 보고 왔으니 헛걸음은 아니다.

부산이나 울산으로 가지 않고 한 시간  덜 달려 그 꽃을 보려 한 것은 욕심이었다.

하지만 나의 막연한 그리움은 선운사의 고즈넉한 향기로 충분히 달래 졌고 새로운 봄의 기약이 생겼다.

마침 부산에 간 딸아이가 동백 사진을 보내주니 꽃다발을 받은 것 같다

꽃무릇을 보러 불갑사로 갔던 마음을 선운사로 접어 본다.

동백, 그 꽃을  보지 않았어도 그 길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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