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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Aug 03. 2022

왈츠 3일

휘스크와 샤세

왈츠 3일

오늘도 집에 있는 검은 블라우스와 편안한 바지를 입고 댄스 연습 장소인 OO초등학교로 갔습니다.

발목에 무리가 갈까 봐 이틀은 미리 스포츠 테이핑을 했는데 오늘은 그냥 갔습니다.

스포츠 테이핑은 태릉 선수촌에서 선수들을 돌보는 코치가 TV에 나와서 하는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저는 등산을 갈 때 테이프를 갈라서 무릎을 감싸거나  손목 같은데가 병원 갈 정도는 아니고 편치 않을 때 활용합니다.

옷은 화려하고 몸에 붙는 댄스복이 땀흡수가 잘 될 것 같지는 않아 편하게 입는데, 신발은 아무래도 댄스 슈즈를 신는 게 발이 편할 것 같아 구입했습니다.

댄스 슈즈  바닥에는 극세사 같은 천이 붙어 있어서  회전 할 때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오늘은 내추럴 턴과 리버스 턴에 이어지는 동작으로 휘스크와 샤세를 배웠습니다.

찾아보니 샤세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추격'이라는 뜻이랍니다. 한쪽 발이 다른 발을 쫓아가듯 하는 세박자의 동작이네요. 사실 지금도 하라면 자신없는데 연습할 때는 제법 잘 되어 연결 동작을 제대로 했습니다.

오른발을 먼저 뒤로 가다가 왼발을 오른발 옆에 약간 굽혀 붙이고 다시 왼발로 방향 바꾸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휘스크'는 옷에서는 목 뒤로 세운 것 같은 깃을 말하는데 남녀가 마지막에 안쪽 무릎을 굽히고 같은 방향으로 팔을 뻗어 바라보니 춤의 마무리 같은데, 알고보면 휘스크도 여러가지 동작이 있나봅니다.

뇌가 동작을 익히는 데 적응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 설명은 안되어도 발이 나가집니다.

두 동작만 이어지면 한쪽 뇌에서는 어렵다, 포기해 라는 말이 여전히 떠오릅니다.

사실 공부 말고 다른 것을 꾸준히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문학회 1년 반 간 것이 학교 외 다른 교육은 처음이지만 그것도 읽고 쓰는 것이니 학교 공부의 연장선상이지요.

피아노도 바이엘 하권, 알프레드 1권 뒷부분 배우다 그만두었네요.

아, 둘째 아이를 가졌을때 종이꽃 접기를 몇 개월 다녔네요.

어쨌든 몸을 움직이는 운동 종류를 배우기는 처음이네요..

어렵다, 그만두고 싶다에서 멈추냐, 나아가냐는 결국 학습 동기와 적성에 달렸겠지요.

그래서 아이들 진로를 선택할 때 좋아하는 것을  해야 어려워도 끈덕지게 해낼수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음악을 좋아합니다. 동요부터 민요, 가요, 성악, 트로트 모두요.

저희 아이들을 키우며 동요도 찬송도 가곡도 함께 부른 것이 공감의 한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학교 무용부에서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노란 발레복을 입고 머리에 천으로 만든 꽃도 달고 음악에 맞춰 무대에 한발 한발 내딛다가 종종걸음으로 가던 첫 동작과 음악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중학교 때는 다른 학교와 달리 무용 선생님이 따로 계셔서 왈츠, 폴카. 허슬 이런 것을 조금 배웠는데 재미있었습니다.

음악에 맞춰 춤추기를 좋아했지만 혼자 즐겨 하거나 앞장서 나서지는 못했지요.

중학교 때 수학여행 가서 잘 추는 아이들 동작  몇 개 보고 따라 했더니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요.

음악을 느끼고 흥에 따라 몸을 맡기는 게 춤이니 그때 만큼은 신나게 놀았습니다.

고등학교를 들어간 뒤에는 거의 책상에 앉아있기만 했지요.

고1 때 학교 축제로 반마다 세계 민속 무용을 했는데, 저희 반은 무당춤이었습니다.

무용 연습을 위해 산 방울 소리를 들으니 뭔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삼신할미가 그려진 부채를 보니 남다른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남들은 예쁘게 입고 무용을 하는데 저희는 한복 위에 연두색 괘자와 빨간 모자를 쓰고 둥당둥당 뛰었지요.

왕무당을 하면 신이 와서 아프다는 말도 돌았습니다.

왕무당을 했던 아이는 쪽진 머리를 하자 미모가 뚜렷하게 드러나 미스코리아에 출전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암튼 연습을 하며 뛰고나면  운동경기를 하고 난 것처럼 개운해졌습니다.

생각해보니 몸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는데 살다 보니  몸도 무거워지고 기억력도 약해졌네요.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겠지요.

몸도 머리도 골고루 쓰며 생각하고 일하고 운동하는 게 건강에 좋은 것이지요.

학기 중에는  쉴 새 없이 수업연구 업무, 학생 평가와 기록으로 뇌를 혹사시키며 한쪽으로 치우친 생활을 했으니 이제 음악에 맞게 몸을 움직이며 뇌신경도 스트레칭해봅니다.

얼마 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방과후에도 학원에서 지내는 아들에게 어린이 해방군 대장의 어린이 해방이론이 나왔습니다.

히지만 요즘 현명한 부모들이 아이들의 취미  활동이나 신체 활동도 많이 신경씁니다.

하지만 역시 입시를 준비하는 중·고등학교부터는  상황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체육시간이 세네 번은 되지만, 청소년기에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마음 스트레칭을 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정서적 안정이 집중력도 높여주고 수험생의 스트레스도 줄여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인생이라는 먼 길을 건강하게 가기 위해 청소년기의 적당한 신체운동과 여유를 찾는 시간도 꼭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오늘도  박자에 맞춰 발짝을 뛰며 땀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어제의 저보다 행복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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